•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규제 풀면 뭐하나…주담대 6% 돌파에 실수요자 '멘붕'

등록 2022.03.31 07: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서울의 주요 아파트 단지 재건축과 노후 주거지 재개발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서울 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2022.03.10.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서울의 주요 아파트 단지 재건축과 노후 주거지 재개발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서울 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2022.03.10.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새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 기조로 '내 집 마련'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속절없이 오르는 금리에 실수요자들이 그야말로 '멘붕(멘탈붕괴)'에 빠졌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6%를 넘어선 가운데, 7%선 돌파도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우리은행의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연 4.1~6.01%로 집계됐다. 올해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연 6%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시중은행들의 주담대 최고금리도 6%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나은행의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29일 기준 연 4.647~5.947%, NH농협은행은 연 4.92~5.82%로 6%에 다다랐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은 각각 연 4.32~5.15%, 연 4.00~5.50%를 나타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가파른 금리 상승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5~16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0.25~0.50%로 인상한 후, 올해 중 6회의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연준이 실제 6회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경우 기준 금리는 1.75∼2.0%가 되는데, 이 경우 한미 간 금리가 역전돼 외국 자본이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 역시 선제적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연 1.25% 수준으로, 한은은 앞서 연내 2~3차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만약 한은이 0.25%포인트씩 3차례만 금리를 올린다 해도 연말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2.0%로 오른다. 주담대 7%대 시대가 머지않았단 의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금리가 이렇게 오르는데 대출만 늘려주는 것이 대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원성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 지원을 위해 생애최초 주택구매 가구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80%로 인상하고, 생애 첫 주택구매 가구가 아닌 경우 LTV 상한을 지역과 관계없이 70%로 단일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LTV 규제 만으로는 대출 규제 완화 효과가 제한적인 만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손 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완화 기조에 발맞춰 시중은행들도 그간 한껏 조여왔던 대출한도를 늘리는 등 대출 문턱을 다시 낮추고 있다. 주요 은행들이 일제히 전세대출 제한조치를 풀었고, 우대금리도 복원하고 있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한도 역시 규제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실수요자들은 가파른 금리인상에 이자부담 역시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이젠 아무리 규제를 풀어준다 하더라도 대출을 받을 수가 없게 됐다고 토로한다.

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A씨는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금리가 7~8%대까지 치솟으면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이 지금보다 두 배가 뛴다"며 "일반 직장인들은 절대 버틸 수가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미국이 정책금리를 내년 3%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우리나라도 기준금리가 4%대까지 올라 내년 하반기엔 대출금리 평균이 8%를 넘어갈 수도 있다"며 "17~18개 은행들을 대상으로 계산을 해보니 신용점수나 담보에 따라 10%를 넘어서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5%의 금리로 6억원 정도 빚을 냈을 때 이자를 250만원 정도를 내고 있다면, 앞으론 두 배인 500만원 정도를 내야 한다는 얘기"라며 "이자만 500만원을 낼 정도의 소득이 있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부랴부랴 대출 문턱을 낮춰도 이전만큼 대출이 급증하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적어도 내년까지는 실수요자들이 집을 마련하기에 어려운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