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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시대, 공연계 '여혐' 강펀치 무대 잇따라

등록 2018.03.06 09: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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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뮤지컬 '레드북'. 2018.03.06. (사진 = 스타라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레드북'. 2018.03.06. (사진 = 스타라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공연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번지면서 보이콧 등 일부 공연이 타격을 입고 있다. 성추문에 휩쓸린 연출, 제작자, 배우 등이 연루된 공연들이다. 반면, 공연 내용이 변화된 시대의 분위기와 맞물리며 새삼 주목 받는 작품들도 눈에 띈다.

오는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세종M시어터에서 공연하는 창작 뮤지컬 '레드북'은 '안나'라는 기념비적인 여성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다.

배경은 신사의 나라 영국, 그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으로 평가 받는 빅토리아 시대. 여성을 남성의 부속품처럼 취급 받던 그 때에 안나는 야한 소설, 즉 레드북을 쓰는 엉뚱한 소설가다.

레드북은 성관계를 포함해 남녀의 사랑을 솔직하게 그리며 엄숙함에 눌려 있던 당시 사람들의 숨겨진 욕망과 본능을 건강하게 일깨운다.

더욱이 안나는 자신을 성추행하려는 권위 있는 평론가에게 한방을 날리기까지 한다. 겉보기에 예술가처럼 행동하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권위로 여배우들을 함부로 희롱해온 이들을 향한 강펀치처럼 느껴진다.
 
작년 '여성혐오'(여혐)가 난무하는 시점에서 시범공연한 작품이다. '레드북'의 한정석 작가는 "처음 우리가 작품을 개발해나갈 때는 페미니즘이 엄청난 이슈가 아니었다. 우리가 부당하다고 생각돼 다룬 것들이 '여혐'으로 불려지는 문제들이었다"면서 "여혐으로 명명되지 않더라도 불편하거나 문제라고 생각해서 포함시켰던 것들"이라고 말했다.

극단 프랑코포니가 오는 22일부터 4월8일까지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2관에서 공연하는 신작 연극 '아홉 소녀들'은 현존하는 온갖 차별을 다룬다.

【서울=뉴시스】 연극 '아홉 소녀들'. 2018.03.06. (사진 = 극단 프랑코포니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연극 '아홉 소녀들'. 2018.03.06. (사진 = 극단 프랑코포니 제공) [email protected]

프랑스의 극작가 겸 연출가 그리고 배우인 상드린느 로쉬의 희곡으로 학교에서 아동을 관찰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에서 영향을 받았다. 성폭력, 비만, 소외, 왕따, 차별, 동성애, 이주민 문제 등 여성들이 맞닥뜨리는 문제들이 드러나 있다.

오는 20일부터 6월17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재공연하는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역시 여성 캐릭터를 마냥 소비되는 식으로 그리지 않는다.

세 가지 사건을 다룬 세 작품이 모인 옴니버스 형식으로 공연으로 그 중 '로키'가 그렇다. 인기 절정의 쇼걸 '롤라 킨'의 결혼식 전날 그녀를 둘러싸고 예기치 않게 벌어지는 끝없는 살인을 다룬 코미디.

카포네라는 마피아의 마초적인 힘이 전박적인 정서를 지배하고 있는 시기를 다룬 이 작품에서 예상치 못한 해프닝을 겪다가 끝내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롤라 킨은 존재감만으로 쾌감을 안긴다.

소극장 산울림의 '2018 산울림 고전극장' 시리즈 중 하나로 지난 4일까지 공연한 '5필리어'는 영국 문화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햄릿'을 여성의 이야기로 재조명했다.

극 중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오필리어 중심으로 극을 재구성, 현재 삶과 죽음의 경계에 처한 여성들을 삶을 톺아봤다.

【서울=뉴시스】 연극 '5필리어'. 2018.03.06. (사진 = 소극장 산울림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연극 '5필리어'. 2018.03.06. (사진 = 소극장 산울림 제공) [email protected]

역시 '산울림 고전극장'의 하나로 오는 21일부터 4월1일까지 공연하는 '줄리엣과 줄리엣'은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의 변주로, 동성애에 대한 신선한 접근법이 눈길을 끈다. 같은 이름의 두 여인인 줄리엣과 줄리엣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와 별개로 그간 공연계는 여성이 주요 관객층임에도 여혐 요소가 배인 공연들이 무대에 올라 불편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미투 운동이 번지는 시점에 일부 내용이 변경되는 작품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왕용범 연출은 오는 16일 한전아트센터에서 10년 기념 공연을 올리는 '삼총사' 속 마초 캐릭터인 해적왕 포르토스의 남성적인 면을 다른 방식으로 그린다고 밝혔다.

오는 4월12일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재공연을 올리는 라이선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작품 속에서 여주인공 알돈자가 여러 남자에게 겁탈당하는 장면에 대한 수정을 예고했다. 알돈자의 고난을 극대화한 부분이나 예전부터 수차례 불편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작사 오디컴퍼니는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아 '미투' 운동이 번지기부터 연출 등과 상의해 수정 작업을 진해해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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