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조각가' 이영학 회고전…서울옥션, 200점 전시
이영학, '새 2402', iron, 25.0(d)×28.5(h)cm, 2022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새의 조각가'로 알려진 이영학(76)은 노동자의 땀과 인고의 시간이 베어 있는 무쇠로 만들어진 도구와 연장에서 아름답게 비상하는 새를 탄생시켰다. 기물이 작가를 만나 생명력을 얻고 해방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서울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농기구와 가재도구를 활용한 조각을 꾸준히 만들어낸 작가는 2000년대 초까지는 다양한 오브제를 이용하여 다채로운 방식으로 표현된 새를 선보였지만 그 이후로는 재료 자체의 본질과 형태에만 집중해 절제된 미가 돋보이는 변화를 추구했다.
조각가 이영학의 조형 세계를 돌아보는 회고전이 서울옥션에서 열린다.
서울옥션은 이영학의 대표 시리즈 작품을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고요의 정원'을 개최한다고 6일 밝혔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 지하 4층에서 여는 전시는 이영학의 10년 만의 대규모 개인전이다.
1980년대 초기작부터 근작에 이르는 다양한 조각 작품과 아카이브까지 총 200여 점을 소개한다. '물확', '새' 등의 시리즈 작품을 통해 최소한의 조형언어로 가장 한국적인 조각을 만들어 온 작가의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더불어 소녀상, 화강석상, 두상 등 이영학의 다양한 '인물상'도 선보인다. 특히 투박하게 거친 손맛이 강렬한 김수환 추기경, 소설가 박완서, 화가 장욱진, 중광스님 등 정재계 유명 인사들의 두상 작업도 만나볼 수 있다.
조각가 이영학. 사진=서울옥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조각가 이영학은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로마 예술원과 시립 장식미술학교에서 수학했다. 인체 두상 조각을 위주로 250여 점이 넘는 인물 조각상을 제작했다. 1990년대 이후로는 호미나 가위, 숟가락, 연탄 집게 등의 쇠붙이와 같은 생활 용품으로 새와 호랑이 등 여러 동물 형상 조각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영학의 대표작 중 하나인 물확은 수없이 반복된 계절이 쌓여 있는 헌 돌덩이들을 각지에서 찾아내 작가의 의도대로 속을 파내어 쓰임을 더한 작품이다. 작가의 손길이 가해진 돌덩이에는 물과 이끼, 풀이 더해져 ‘새로운 생명의 돌’로 재탄생한다. 자연 원형에 최소한의 인공적인 손길이 더해져 새로운 생명이 탄생되는 과정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욕심과 번뇌를 버린 텅 빈 상태인 ‘귀허(歸虛)’의 개념을 전한다.
서울옥션은 “이영학은 한국 현대조각을 대표하는 작가이지만 지난 1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우리가 잊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최소한의 조형언어로 자연과 인간의 본질을 담아내는 작가의 작업을 통해 과거와 현재, 자연과 인간이 교감하고 소통하는 ‘고요의 정원’을 직접 체험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24일까지. 관람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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