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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관·공보의 핀셋 배치?…"응급실 정상 운영엔 역부족"

등록 2024.09.03 0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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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응급실 운영난 겪는 병원 군의관·공보의 배치

"경험 부족해 투입 어려워…응급의료 정상화 역부족"

"파견 군의관·공보의 늘면 군·지역 의료공백 더 커져"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진료 안내문이 붙어 있다.의대증원 사태로 응급실이 마비 상태에 이르렀다. 의료계에 따르면 건국대 충주병원의 경우 최근 응급의학과 전문의 7명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천안 순천향대병원, 천안 단국대병원, 세종 충남대병원은 진료를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증 환자가 치료 받을 응급실을 찾지 못하고 병원을 전전하는 '응급실 뺑뺑이' 현상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024.08.28.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진료 안내문이 붙어 있다.의대증원 사태로 응급실이 마비 상태에 이르렀다. 의료계에 따르면 건국대 충주병원의 경우 최근 응급의학과 전문의 7명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천안 순천향대병원, 천안 단국대병원, 세종 충남대병원은 진료를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증 환자가 치료 받을 응급실을 찾지 못하고 병원을 전전하는 '응급실 뺑뺑이' 현상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024.08.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정부가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를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핀셋 배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응급실 의료 공백 해소에 실효성이 없고 오히려 군·지역 의료 공백만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전공의 공백이 반 년 넘게 지속되면서 응급실 운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는 응급실 운영에 제약이 있는 기관에 오는 4일부터 군의관 총 15명을 파견하고, 9일부터는 약 235명의 군의관과 공보의를 위험기관 중심으로 집중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군대 내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군의관이나 지방 각지의 보건소나 보건지소, 보건의료원 등에서 근무하는 공보의를 인력난을 겪고 있는 대학병원 응급실에 파견해 추석 연휴를 앞두고 불거진 응급실 대란 우려 불식에 나섰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선 현장 경험이 부족한 군의관이나 공보의를 응급환자 진료에 투입하긴 어렵고, 의료 사고 등 법적 부담으로 인해 적극적인 진료를 기대하는 것도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의 A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B 교수는 "응급환자의 경우 응급처치를 시행할 때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공보의는 현장 경험이 부족해 곧바로 응급환자 진료에 투입하기는 어렵다"면서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데 공보의나 군의관 교육도 해야 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보의를 응급실에 배치한다고 해서 응급실 운영을 정상화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보의 중 상당수는 일반의(의대를 졸업한 후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한 의사로 감기나 통증 등 일반 진료 담당)로, 전문의 비율이 굉장히 낮기 때문이다.

이성환 대한공중보건의사협회 회장은 "세종충남대병원 등 응급실이 파행 운영되는 대학병원은 결국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빠진 것이 문제인데 공보의 중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인원은 10명 중 3명 정도, 실제로는 1~2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월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해 병원을 떠난 후 의대 교수(전문의)들이 빈 자리를 메워왔지만, 번아웃(소진)으로 사직 또는 휴직이 잇따르면서 응급실이 곳곳에서 파행 운영되고 있다.

[담양=뉴시스] 박기웅 기자 = 27일 오전 전남 담양군 한 마을 보건지소 진료실이 공중보건의 부재로 불이 꺼진 채 비어있다. 전남지역 공중보건의 45명이 차출돼 농어촌 의료시스템 붕괴가 우려된다. 2024.03.27. pboxer@newsis.com

[담양=뉴시스] 박기웅 기자 = 27일 오전 전남 담양군 한 마을 보건지소 진료실이 공중보건의 부재로 불이 꺼진 채 비어있다.  전남지역 공중보건의 45명이 차출돼 농어촌 의료시스템 붕괴가 우려된다. 2024.03.27. [email protected]

이 회장은 또 "전문의 자격이 있는 공보의 마저도 대다수가 응급의학과와 관련이 없는 영상의학과 등 다른 진료과목을 전공으로 하고 있어 응급 환자를 마주했을 때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결국 공보의를 대거 응급실에 배치한다고 해도 현장에 미치는 영향은 굉장히 미미할 것이고, 응급실의 정상 운영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수 차례 군의관과 공보의를 대학병원 등에 파견했지만, 그 때마다 군의관과 공보의에게 부담을 지우고 현장에 남은 의료진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줄이는 데에도 효과가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C 대학병원 D 내과 교수는 "정부가 앞서 내과 전문의인 군의관을 보냈는데 중환자실 환자를 볼 수 없고, 입원 환자도 주도적으로는 볼 수 없다고 했다"면서 "혹시 환자를 진료하다가 문제라도 생기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환자가 심장이 멎거나 해서 당장 손이 필요하면 도와주기로 했다"고 했다.

공보의는 전공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보니 의료사고 등에 대한 부담도 더 클 수밖에 없다. 전공의는 대학병원에서 주 80시간 이상 일하면서 입원환자 관리, 차트 작성, 수술 보조를 해왔다. 연차가 쌓이면 외래진료는 물론 작은 수술은 직접 집도하기도 한다.

대학병원 등에 파견되는 군의관과 공보의가 늘어나다 보면 군·지역 의료 공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의료계 내부에선 "추석 연휴 지방과 군부대가 무의촌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의인 공보의들은 보건지소보다 더 큰 보건소나 보건의료원, 섬 내 유일한 의료기관, 내륙에서 유일한 종합병원급 진료와 입원 치료가 가능한 곳 등에서 주로 근무해왔다. 지역에서는 전문의를 최소한이라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보의를 확보해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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