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빠져드는 '지금 이 순간'…뮤지컬 '지킬앤하이드' [객석에서]
2004년 한국 초연…국내 누적관객 200만명 넘어
지킬과 하이드가 대립하며 부르는 '대결' 인상적
홍광호, 선과 악 넘나들며 '대표선수' 위상 과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홍광호 공연 모습.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지금 이 순간'이라는 넘버로 유명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작품이다.
1997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고, 한국에서는 2004년 처음 들어왔다. 원안을 각색·번안 할 수 있는 논레플리카 방식을 적용, 한국 정서에 맞게 수정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스테디셀러 뮤지컬로 자리를 잡으면서 지난 20년 동안 국내 누적 관객 수는 200만 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작품이 오랫동안 사랑 받는 데는 중독성 있는 넘버와 드라마틱한 전개 등이 한 몫을 했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10번째 시즌도 꺾이지 않는 흥행 파워를 자랑하며 관객들을 '지금 이 순간'에 빠져들게 한다.
'지킬앤하이드'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의 이상한 사건'을 각색했다. 선과 악을 대변하는 지킬과 하이드라는 두 인격이 대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유능한 의사이자 과학자인 헨리 지킬은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해 사람의 정신에서 선과 악을 분리할 수 있는 치료제를 연구한다. 그러나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실험이 이사회의 반대에 부딪히자 스스로 실험 대상이 되기로 결심하고 본인의 몸에 실험 중인 치료제를 주사한다.
이때 흘러나오는 넘버가 그 유명한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이다. 이때 1800여개의 메스실린더로 가득 채워진 실험실 연출은 그의 광기어린 도전을 더욱 극적으로 보이게 한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홍광호의 공연 모습.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어 본격적인 '지킬앤하이드'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킬은 바람대로 선과 악을 분리시키지만, 악으로 가득 찬 또 다른 자아 에드워드 하이드를 탄생시킨다.
극은 신사 같은 지킬과 야수 같은 하이드를 넘나드는 1인 2역 연기로 한층 더 고조된다.
20년간 절반, 다섯 시즌을 맡은 홍광호는 선과 악, 밝음과 어둠의 세계를 마치 물속을 유영하듯 자유자재로 오간다.
특히 지킬에서 점차 하이드가 깨어나는 과정의 넘버 '변화(The Transformation)'에서 그의 그르릉 표효하는 듯한 음성과 몸, 강렬한 눈빛은 지킬앤하이드의 '대표선수', '홍지킬'이라는 수식어를 입증해 낸다.
지킬과 하이드가 하나의 몸 안에서 대립하는 모습을 담은 '대결(The Confrontation)'에서 극은 절정에 달한다. 무대 위엔 단 한 사람이 서있지만, 그가 지킬과 하이드를 오가며 열창할 때 마치 두 사람이 실시간으로 격돌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지킬 곁을 지키는 약혼녀 엠마와 클럽 무용수 루시는 서로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엠마는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지킬을 기다리고, 루시는 관능적인 매력으로 지킬은 물론 관객을 사로잡는다.
'지킬앤하이드'는 5월18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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