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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나온암탉' 흥행 성공했다고? 뭘 근거로…

등록 2011.08.07 08:01:00수정 2016.12.27 22:3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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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문원의 문화비평  밀리언셀러 동화를 원작으로 한 한국 극장용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이 지난 7월27일 개봉됐다. 첫 주말 관객 수는 22만8806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주말 흥행 5위다. 27일부터 31일까지 5일 간으론 33만5859명을 동원했다.

【서울=뉴시스】이문원의 문화비평

 밀리언셀러 동화를 원작으로 한 한국 극장용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이 지난 7월27일 개봉됐다. 첫 주말 관객 수는 22만8806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주말 흥행 5위다. 27일부터 31일까지 5일 간으론 33만5859명을 동원했다.

 이 수치를 놓고 제작사 명필름 측은 온갖 ‘방어’를 가했다. 개봉 첫 주 스코어가 기존 한국 애니메이션 최고 수치인 ‘로보트 태권 브이’를 앞섰다는 주장, 같은 주 맞붙은 여타 국가 애니메이션인 ‘리오’ ‘카 2’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와 철인군단 날아라 천사들’ 등을 앞질렀다는 주장 등이다. 이 같은 내용은 여러 연예미디어를 통해 다수 기사화되기도 했다.

 물론 배급 상황이나 개봉 순차 등에 있어 이견을 제기할 수 있는 주장들이긴 하지만, 액면 그대론 틀린 얘기가 아니니 넘어가기로 하자. 그러나 그렇더라도 여전히 논점은 위 주장들에 놓여있질 않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제작기간 6년, 제작비 30여억 원이 투여된 애니메이션이다. 마케팅 비용까지 더해 총 50여억 원이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손익분기점은 전국관객 150만 명가량으로 추산된다. 결국 첫 주말 22만8806명으로 과연 최종 150만 명을 넘을 수 있을까, 이것이 제대로 된 논점이다. 다른 콘텐츠와 비교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대단히 이례적인 ‘바람’이 일지 않는 한, ‘마당을 나온 암탉’은 최종관객 수 150만 명에 이르기 어려우리란 전망이다. 그 정도 첫 주말 스코어로 150만까지 간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현재 기사화되고 있는 흥행 전망도 대부분 ‘100만 돌파’만을 목표로 삼고 있지, 실질적 손익분기 얘긴 꺼내지 않고 있다. 물론 해외 판권 계약 등을 통해 모자라는 부분을 메울 순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위 논점은 여전히 해소되질 않는다. 한국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여전히 국내 수익만으로 손익분기를 넘기긴 어렵다는 것이다.

 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적어도 배급과 홍보 차원 문제라고 보긴 어렵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전국 426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한국 애니메이션치고 이 정도로 많은 스크린을 잡은 예가 없다. 기존 역대 1위였던 ‘로보트 태권 브이’는 불과 150개 스크린을 잡는데 그쳤다. 비슷한 시기 개봉된 역대 3위 ‘천년여우 여우비’는 100개 스크린도 채 못 잡았다.

 홍보 역시 더 할 나위 없이 좋았다. 특히 인터넷상에서의 홍보는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잘 됐고, 미디어도 ‘마당을 나온 암탉’을 확실히 밀어줬다. 특히 TV 쪽이 열성적이었는데, 대중문화 관련 프로그램은 물론 주요뉴스에서까지 ‘마당을 나온 암탉’은 단골손님 역할을 했다. 간만에 등장한 한국 극장판 애니메이션에 모두가 힘을 합쳐 응원해주는 분위기였다.

 그렇다면 퀄리티 자체가 문제였을까. 그렇지도 않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배급과 홍보 면에서의 압도적 성과만큼이나 비평 면에서도 역대 한국 극장판 애니메이션 중 눈에 띄는 호응을 이끌어냈다. “줄거리나 스케일, 볼거리 면에서 어른·아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작품”(조선일보), “원작의 깊이 있는 주제의식이 스크린에 그대로 녹아 들었다”(중앙일보), “지금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이 내놓을 수 있는 최상의 결과물이 아닐까”(한국일보) 등 어느 지면에서건 호평일색이었다.

 결국 ‘마당을 나온 암탉’의 ‘밍숭맹숭한’ 첫 주 흥행은 콘텐트의 마케팅 콘셉트 탓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분명 짚이는 부분들이 있다. 크게 세 가지다.

 첫 째, ‘마당을 나온 암탉’은 팬베이스 차원 문제를 소홀히 한 콘텐트였다는 점이다. 팬베이스의 문제는 ‘없는 시장’을 뚫으려 할 때 더 없이 중요한 사안이다. 신뢰도 차원 문제를 단박에 해결해주는 게 바로 팬베이스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어느 정도 신뢰도가 있다 하더라도 여전히 팬베이스 없는 애니메이션 콘텐츠란 할리우드나 시도하는 모험에 가깝다. 당장 일본만 해도 그런 모험은 잘 안 한다. TV애니메이션 베이스 없이 20억 엔 이상의 흥행을 기록할 수 있는 건 일본에서도 미야자키 하야오의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뿐이다.

 물론 ‘마당을 나온 암탉’도 밀리언셀러 동화의 팬베이스를 갖추고 시작하긴 했다. 그러나 해당동화 판매량은 원작이 발간된 2000년부터 지금까지 11년여에 걸쳐 쌓은 것이다. 그런데 가장 많은 부수가 판매된 2000~2005년 사이 원작을 읽은 유소년층은 그 사이 옵티머스 프라임이나 가십 걸에 관심가질 나이가 됐다. 더군다나 소년~청년층은 아직 유소년기에 읽었던 동화에 향수를 느낄 나이조차 아니다. 엄밀히 말해 팬베이스라 불릴 만큼 두터운 예상소비층을 확보한 콘텐트였다 보기에 무리가 많았다.

 둘 째, ‘마당을 나온 암탉’이 설정한 타깃층 문제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유소년층을 중심으로 어른이 봐도 만족할만한 가족용 콘텐트라고 홍보됐다. 그런데 한국에선 가족단위 영화 관람층이 극히 엷다. 결국 ‘마당을 나온 암탉’은 어쩔 수 없이 주류관객층인 10~30대에서 중점적으로 소비해줘야 했던 콘텐트라는 것이다.

 물론 ‘마당을 나온 암탉’ 같은 콘텐트를 한국 주류관객층도 소비해준 적이 있긴 하다. 픽사나 드림웍스,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들이 예다. 그러나 이들도 처음 시장에 진입할 당시는 주류관객층 구미에 맞는 콘텐트부터 들이밀었다. 주류관객층 영화선택의 핵심이 되는 요소, 즉 데이트 무비로 기능할 수 있는 요소를 첨가했다.

 한국에서 극장용 애니메이션 열풍 시발점이 된 1989년 ‘인어공주’부터 1991년 ‘미녀와 야수’, 1992년 ‘알라딘’까지 월트 디즈니는 꾸준히 애니메이션에 로맨스 요소를 중심 배치함으로써 주류관객층의 티켓을 끌어 모았다. 데이트 무비로서 합격점을 얻어낸 것이다. 그리고 그를 통해 얻어진 신뢰도를 바탕으로 ‘라이언 킹’ 등 로맨스 요소에 딱히 구애받지 않는 콘텐츠도 성공시켰다.

 이후 시장에 새로 진입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은 대부분 월트 디즈니식 전략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주류관객층 신뢰도를 쌓으려 애썼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도 로맨스 요소가 강한 ‘개미’로 처음 시장에 들어왔고, 폭스 애니메이션 역시 로맨스 색채가 짙은 ‘아나스타샤’부터 밀고 들어왔다. 이후 어느 정도 신뢰도가 잡혀도 성인적 유머를 곁들이는 콘셉트를 동원해 계속해서 주류관객층 구미를 돋웠다. ‘슈렉’ 프랜차이즈, ‘쿵푸 팬더’ 프랜차이즈 등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성공비결이다.

 그런데 ‘마당을 나온 암탉’엔 사실상 주류관객층의 구미를 돋울 만한 요소가 전혀 없다. 로맨스 요소가 없어 데이트 무비로 기능하기도 어렵고, 성인적 유머로 눈길을 끌지도 못한다. 그 정도면 분명 수작 애니메이션이긴 하지만, 시장에 처음 진입해 브랜드 신뢰도 없이 주류관객층을 상대하기에 무리수가 컸다.

 끝으로, 바로 그 신뢰도 부분에 궁극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는 ‘마당을 나온 암탉’의 문제는 아니지만, 어찌됐건 ‘뒤집어쓰게 된’ 문제다. 21세기 들어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제작사 브랜드에 따른 마케팅을 중심으로 삼게 됐다. 애니메이션엔 스타배우도 없고 사실상 감독 브랜드도 내세우기 어려우니, 제작사가 콘텐츠 퀄리티와 방향성을 설명해주는 간판이 돼버린 것이다.

 그렇게 픽사 애니메이션, 지브리 애니메이션,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이 한국 극장용 애니메이션 시장의 주류가 됐다. 제작사 자체가 각각 확고한 개성을 갖고 매 편 일정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줘 대중신뢰도 확보에 성공해낸 경우다. 그런데 한국 애니메이션은 그런 제작사 브랜드 마케팅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일종의 ‘떴다방’이다. 한 번 우르르 모여 프로젝트 팀을 만들고 펀딩을 받아 제작한 뒤 잠깐 극장에 걸곤 다시 해체다. 국내 존재하는 단 한 곳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이름이라도 아는 이는 거의 오타쿠 수준 이상이다.

 그렇게 극장용 애니메이션 마케팅의 ‘기본’이 돼버린 부분을 포기하고 넘어가야하니 ‘마당을 나온 암탉’은 그만큼 부담이 극심해진 셈이다. 명필름 이름을 걸긴 했지만, 아무도 그 제작사명에서 애니메이션 작품의 신뢰도를 연상하진 못한다.

 물론 첫 주 흥행만으로 모든 것을 점치진 못한다. 한국은 꾸준한 미디어의 ‘바람잡이’로 슬리퍼 히트를 이끌어낸 예가 드물지 않은 영화시장이다. 향후 미디어가 지속적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자존심’ ‘한국도 할 수 있다’ 등 애국주의 또는 국지 제한적 성취도 평가의 잣대로 바람을 잡아나간다면 ‘마당을 나온 암탉’에게도 기회는 올 수 있다. 아무리 스타트가 뒤졌어도 올 초 ‘그대를 사랑합니다’ 역시 비슷한 바람잡이로 150만까지는 끌어 모았다.

 그러나 애초 애니메이션 장르에 애착 자체가 희박한 한국 환경에선, 그보다 차라리 이른바 청정영화 계열로 밀어붙여 여성층 중심 바람잡이를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암탉과 청둥오리의 대자연 여정은 ‘모노노케 공주’보다는 오히려 ‘워낭소리’에 가깝게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여름시즌 각축전 속에서도 작은 기적을 이뤄낸 인도 청정영화 ‘블랙’의 사례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어찌됐건 반드시 인지해둬야 할 부분이 있다. 설령 ‘마당을 나온 암탉’이 국내 극장흥행만으로 손익분기를 넘기는 쾌거를 거두게 될지라도, 위 제시한 콘텐트 콘셉트에 대한 문제제기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성공하건 실패하건 한국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향후 향방에 딱히 영향을 끼치진 못한다. 정확한 전략을 사용해 한국 극장용 애니메이션에 대한 대중신뢰도를 차곡차곡 높이는 역할을 해준 것도 아니고, 기존 한국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문제점에 명확한 대안을 제시, 그 성공전례를 새롭게 제시해준 것도 아니다. 그냥 원-히트-원더다. 한 번의 히트로 그 역할이 끝나버린다.

 물론 도떼기 판에 가까운 한국영화시장에서 원-히트-원더 이상의 성과를 원하는 것도 우스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이란 장르의 무한한 가능성을 생각해볼 때 ‘그 이상’을 요구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 듯싶다. 모쪼록 극장흥행이 잘 마무리되기를, 그리고 해외에서 좋은 성과를 거둬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질 여력을 확보해내기를 기대할 따름이다.

 대중문화평론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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