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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역사 만든 '촛불', 134일 대장정 마침표…시민의 힘 보여줬다

등록 2017.03.12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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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탄핵 환영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탄핵인용 결정을 축하하는 폭죽을 터뜨리고 있다. 2017.03.1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우리가 승리했다."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65만명(주최측 추산)의 시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소식을 반기는 축배를 들었다. 환호와 기쁨의 연속이었다. 마지막 촛불집회에 대한 아쉬움도 묻어났지만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파면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이 더 컸다.

 시민들은 '승리 콘서트'까지 즐기며 마지막까지 평화롭게 촛불을 밝혔다. 그리고 촛불시민들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해 10월29일부터 시작한 촛불집회가 134일만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0여차례의 촛불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시민들은 울고 웃었다. 분노도 했고 환호도 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촉발한 촛불집회는 헌정 사상 최초로 민의에 의해 대통령을 파면하는 역사적인 결과를 도출했다.

 ◇대통령 파면 이끈 역사적 촛불…시민 자발적 참여가 동력

 주최 측 추산 2만명으로 시작한 촛불집회는 국정농단 사태에 분개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동력이었다.

 국정농단 의혹은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대통령 연설문에서 청와대 수석회의까지 전방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정황으로 드러났다. 박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헌재) 재판관들이 지적한 '진실성 없는 사과'로 점철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분노한 시민들은 광장으로 쏟아졌다.

 2차 촛불집회 참가자 수는 20만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11월12일 열린 3차 집회에는 서울에서만 100만이 모였다. 20회의 촛불집회에서 추산 참가자가 100만이 넘었던 것만 7차례에 이른다.

 탄핵을 이끌어낸 촛불집회는 규모면에서도 기록적이었다. 2008년 6월10일 광우병 촛불집회(70만명)는 물론 1987년 6월 항쟁때 집회(140만~180만명 추산)와 비교해도 월등한 규모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선고 이틀째인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마지막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승리'를 외치고 있다. 2017.03.11.  scchoo@newsis.com

 주최 측인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추산한 집회 참가자는 지난해 12월31일 연인원 1000만을, 지난 4일에는 연인원 1500만명을 넘어섰다. 전날 20차 집회에는 70만명(전국추산)이 참가하면서 연인원 1600만명을 돌파했다.

 ◇민의 표출 수단으로 실질 결과 이끌어…집회 진일보 평가

 규모만큼이나 의미도 컸다. 최대 인파와 최장기간 집회, 대통령 파면 등 우리사회에 남긴 의미도 남달랐다. 

 국민의 힘으로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국민이 하나로 뭉치면 못할 것이 없다는 자신감을 안겨줬다.

 실제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촛불집회는 시민의 뜻을 표출하는 수단으로 작용해 정치권을 움직였다.

 국회는 지난해 12월9일 234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헌재는 12월22일 첫 준비기일 이후 79일만에 이를 인용했다. 이 과정에서 촛불집회는 민심의 총의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촛불은 또 한국의 집회 문화에도 다소간의 변화를 줬고 사회 구성원들이 민주주의의 의미를 재인식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장기간 이어진 대규모 집회 과정에서 공권력과 별도의 충돌이 없었다. 촛불집회 초기 경찰의 해산명령을 거부하다 연행된 시민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후 집회 규모가 커지고 장기화될수록 오히려 연행자나 부상자는 사라져갔다. 시민들 스스로 비폭력 집회 기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또 청와대 행진 과정에서 법이 보장하는 100m 인근까지 나아갈 수 있었던 점도 한국의 집회·시위의 자유를 진일보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평화시위의 힘을 보여준 대목이었다.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탄핵 환영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탄핵인용 결정을 축하하는 폭죽을 터뜨리고 있다. 2017.03.11.   photo@newsis.com

 집회 참가자가 영아부터 노인까지 모든 세대를 아울렀다는 점도 촛불집회의 유산이다. '국민이 권력'이라는 대의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 실제로 작용하는 산교육의 현장이었다는 점도 이번 촛불집회가 한국 사회에 남긴 족적이다.

 ◇촛불에 남은 한계와 과제…"대통령 파면이 끝은 아니다"

 한계와 과제도 있었다. 시민들이 광장에 나와 직접 목소리를 내고 나서야 부조리를 개선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다. 한국 사회의 정치, 행정 체계의 자정 기능에 문제가 있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국제 싱크탱크인 아시아인스티튜트 소장을 맡고 있는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53) 경희대 국제대학 부교수는 "탄핵을 이끌어 내기까지 촛불집회의 역할이 컸던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국민이 직접 목소리를 내야할 만큼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을 주창하던 주말 촛불집회는 끝났다. 퇴진행동이 예정한 공식 집회 일정은 오는 25일과 4월15일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각종 부조리들이 이번 국정농단 사태처럼 터져 나올 경우 광장의 촛불집회는 다시 촉발할 수 있다.

 퇴진행동은 ▲박 전 대통령 구속과 공범자 처벌 ▲박근혜 정부 적폐 청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퇴진 등을 과제로 꼽고 있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이 추진하던 정책 기조가 황 권한대행 체제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촛불시민은 부당한 권력을 탄핵시키는 것이 끝이 아니며 새로운 세상을 향한 긴 여정의 시작임을 안다" "아래로부터 민주주의의 역량을 성장시킬 것" 20차 집회에서 촛불권리 선언문을 낭독한 시민들은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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