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공통 지렛대' 남북미 종전선언···북미회담서 다뤄질까
김영철 뉴욕행, 폼페이오와 북미 정상회담 의제 막판 조율
韓美, 北 체제안전 보장책으로 '종전선언' 의견 접근한듯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 (그래픽=안지혜 기자) 2018.05.11.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방미길에 오르면서 북미 정상회담 준비가 절정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18년만의 워싱턴행이 점쳐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핵심사항에 대한 최종 조율을 시도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외교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 부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親書)를 전달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연내 '남북미 종전선언'이 요구사항에 담길지 관심이 모아진다.
30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김 부장은 이날 정오께 뉴욕행 비행기에 탑승 수속을 밟기 위해 베이징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부장은 도착 즉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 방안 등을 담판 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폼페이오 장관과의 회동에서는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의 신속한 이행과 북한이 요구하는 우선적인 체제보장 방안 사이의 절충점을 찾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리에서 지난 9일 폼페이오 장관의 2차 방북 때 개괄적으로 이뤄진 북미 간 비핵화 합의를 재확인하고,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 초안까지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 경우에 따라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하고 김 위원장의 친서도 전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건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괄타결 될 것으로 예상되는 합의문 내용이다.
미국은 2020년까지 완전한 비핵화를 이뤄야 한다는 마지막 타임라인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반면, 북한은 비핵화를 시작하는 올해 어떤 식이든 상응하는 미국의 보상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 요구에 대한 상징적인 조치로 미국이 연내 종전선언을 하는 방안에 북미 간 의견 접근을 봤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로 비핵화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였던 것 만큼, 미국도 체제안전 보장의 상징적 조치인 종전선언을 통해 불가침 의지를 보여야한다는 것이다.
북미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폼페이오 장관이 2차 방북 때 남북미 종전선언과 테러지원국 해제 등 2가지 조치를 취하겠다고 북한에 제시했고 북한도 이같은 방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9일 김 위원장의 폼페이오 장관 접견 사실을 보도하면서 "조미 수뇌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적인 문제들과 그에 해당한 절차와 방법들이 심도있게 논의됐다"며 "미합중국 국무장관과 토의된 문제들에 대해 만족한 합의를 봤다"고 밝힌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2차 방북 시점을 전후로 종전 선언의 주체를 기존 '남북'에서 '남북미'로 확대하려는 청와대의 입장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뉴시스】5·26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모습. (사진=뉴시스DB). 2018.05.27.
청와대는 그동안 "종전선언은 일종의 정치적 선언으로 가급적 남북미 3국이 함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5월3일)", "남북미 정상회담이 조속히 이뤄지길 희망한다(5월11일)"고 밝히는 등 남북미 3자 종전선언과 관련한 입장이 조금씩 적극적으로 바뀌어 왔다.
급기야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김정은 위원장과의 5·26 남북 정상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해서 종전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고 공식화 했다.
일련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은 문 대통령의 의지만 담긴 것이 아니라 미국도 필요성을 함께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비핵화 협상 단계에서 남북미 종전선언이 체제안전 보장을 요구하는 북한에 강한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미 간에 이미 조율을 끝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의 여부는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와 연동된 문제라는 청와대의 설명이 이러한 시각에 힘을 실어준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서 남북미 종전선언이 하나의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27일 "남북 간 실무차원에서 북미 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북한이 갖고 있는 안보 우려를 해소해줄 수 있는 방안을 여러 가지 검토 중"이라면서 "예를 들어 (북미 간) 상호 불가침 약속을 다시 한다든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협상을 개시하거나 남북미 3국 간 종전선언을 하는 문제 등에 대한 실무 차원에서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9일 MBC 100분 토론에서 "북한이 절실히 바라는 것은 군사적 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라며 "북한은 자신들이 핵을 내려놓을테니, 미국은 불가침으로 가기 위한 일종의 입구 격인 종전선언을 해달라는 것을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청와대는 판문점 통일각에서 이뤄지고 있는 북미 정상회담 의제 협의를 위한 실무 접촉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실수로라도 협상에 방해가 되는 목소리가 나갈 경우 판이 깨질 수도 있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남북미 3자 종전선언과 관련한 질문에 "그동안 여러 번 말씀드렸다.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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