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아트클럽]윤병락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사과 작가 꿈"
미술시장서 '사과=윤병락' 유명…궤짝 사과 인기
전시때마다 솔드아웃...기본 2년 이상은 기다려야
'사과' 그림 20년 호리아트스페이스 '윤병락 아카이브전'
[서울=뉴시스]'사과 작가' 윤병락의 '가을향기' 한지에 유채, 82.3×50.5cm, 2007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사과=윤병락’이다. 흔한 사과지만 미술시장에 오면 다르다. 비싸서 엄두가 안 나는 '사과'다. 가격은 해마다 올라 현재 100호 크기에 담긴 사과값은 9000만 원이다. 윤병락의 사과는 2004년 등장했다. 궤짝에 담긴 사과는 컬렉들을 홀렸다. 덕분에 ‘솔드아웃 작가’다. 국내외 아트페어와 기획전, 아트옥션과 갤러리의 러브콜이 줄을 잇는 인기 작가다. '윤병락 사과'를 차지하려면 기다림은 필수다. 기본 2년 이상은 참아야 할 정도다. '사과' 그림이 나온지 20여 년. 수많은 사과 그림이 쏟아지지만, '윤병락의 사과는 원조의 위엄을 뽐낸다. 명품의 차이는 디테일. '사과 그림'은 '진짜 사과'도 움찔할 정도로 감쪽같다. 맑고 깨끗한 색채와 독창적인 표면 처리는 작가의 노동집약적인 '손맛 덕분'이다. 변형 캔버스, 공간연출도 비법이다. 가정집이든 사무공간이든 사과나 사과 상자만 그려진 그림 만으로도 무한대의 여백을 만들어낸다. 사과 그림은 '윤병락 사과'로 통하지만 제목이 따로 있다. '가을향기'로 명명됐지만 사시사철 싱싱한 향으로 진동한다.
윤병락은 왜 사과를 그리게 된 것일까? 3일 서울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윤병락: 아카이브'전을 연 작가에게 들어봤다.
[서울=뉴시스]호리아트스페이스 윤병락 아카이브전이 6월18일까지 열린다.
처음부터 과일만 그렸나?
윤병락에게 ‘사과는?
위에서 내려다 본 부감시점(俯瞰視點)’ 화면이 독특하다
[서울=뉴시스]'사과작가'로 유명한 윤병락의 '아카이브전'이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6월18일까지 열린다.
‘변형 캔버스’, 어떻게 나왔나?
자유로운 연출방식과 색다른 공간 구성도 눈길을 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사과작가' 화가 윤병락이 3일 서울 강남구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 '윤병락 : 아카이브展' 기자간담회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윤 작가는 국내외 아트페어와 기획전, 유명 아트옥션과 갤러리에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작가이며, '솔드아웃 작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전시는 오는 6월 18일까지. 2022.05.03. [email protected]
화가의 꿈은 초등학교 2학년 즈음에 키우기 시작했다. 경북대 미술대학에 진학했다. 어릴 적부터 화가는 ‘남들과는 좀 달라야’ 된다는 강박관념을 가졌다. 자연스럽게 남들이 하지 않은 걸 시도해보는 것으로 발전하고, 대학 재학시절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어보기 위한 실험을 쉬지 않았다. 특히 군 제대 후 2학년에 복학하면서 학과의 암실 관리를 맡게 된 것이 행운이었다. "회화 작업 외에도 사진이나, 실크스크린 작업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볼 계기가 되었다."
김흥수 화백 격려 큰 힘…전업작가로 "화가로 성공 살아남기" 목표
대학졸업 후 작가로 등단한 이후에도 늘 고민은 ‘화가로서 성공해 살아남기’였다. 몇 십 명이 한 공간에서 전시하는 그룹 전시에선 ‘제일 먼저 떠오르는 그림이 내 그림이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어떻게 하면 관람객이 집에 돌아가 잠을 자려고 누웠을 때까지 ‘내 그림의 잔상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런 바람은 졸업하자마자 가진 첫 개인전에서부터 기질을 발휘했다. 당시 그림의 주인공은 사과가 아니었고, 초현실주의적인 형식이었다. 다소 장식성이거나 상징적인 성격에 가까웠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윤병락 작가가 3일 서울 강남구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개인전 '윤병락 : 아카이브' 기자간담회에 앞서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특선을 받은 작품 '기억재생III' 앞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윤 작가는 국내외 아트페어와 기획전, 유명 아트옥션과 갤러리에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작가이며, '솔드아웃 작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전시는 오는 6월 18일까지. 2022.05.03. [email protected]
1995년 대구 봉성갤러리에서 첫 개인전 화단 데뷔
이를 계기로 199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정형화된 사각 형태의 화면’을 탈피하는 변형 작업을 본격화 했다. 캔버스의 사각 틀을 뭉갠다든가, 더 튀어나오게 덧붙여 나만의 기호에 맞는 화면으로 재구성했다. 이후 처음 배경을 없앤 그림은 2003년 주판을 그린 작품이다. 주판은 사각이니까 캔버스 비율만 맞추면 되겠다 싶어 실험해봤다. 작업을 하고 나니 ‘배경이 없어도 그림이 되는 구나’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서울=뉴시스]고가구 반닫이 작품 '가을향기' 75.5×157.5cm, 한지에 유채, 2003
노무현 대통령 취임 1주년 기념 간담회 배경 걸려 유명세
[서울=뉴시스]윤병락 '가을향기', 한지에 유채, 82.3×50.5cm, 2007
사과는 단지 소재?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사과작가' 윤병락의 개인전 '윤병락 : 아카이브' 전시가 열린 3일 서울 강남구 호리아트스페이스에 환경적 이슈를 그린 작품 'National Geographic'(2010)이 잡지 모양의 '변형 캔버스'에 그려져 전시되어 있다. 환경에 대한 고민이 투영된 작품이다. 작품 속 돼지는 내셔널지오그라픽에 실린 복제돼지 기사이다. 전시는 오는 6월 18일까지. 2022.05.03. [email protected]
사과가 커졌다. 전하는 메시지는?
[서울=뉴시스]윤병락 작가.
사과 컬렉터, 미술애호가들에 하고 싶은 말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작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사과 작가로 기억되고 싶어요. 역사적으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사과들이 있습니다. 아담과 하와의 선악과, 트로이 전쟁으로 점화된 그리스신화 속 황금사과, 중력을 발견한 뉴턴의 사과, 그리고 세잔의 사과가 대표적입니다. 세잔은 고전적 원근법의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적인 다시점으로 입체주의 화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지요. 나 또한 나만의 시각과 조형 어법으로 완성된 사과 작품으로 훗날 ‘윤병락의 사과’로 회자되는 꿈을 꿉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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