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흉흉해지자 월세화 가속화…천만원 이상 '그들만의 리그'도
보증금 미반환 우려 피하려 보증금 낮추는 선택
서울서 올해 1천만원 이상 초고액 월세 5건 거래
신흥부촌 성동구에서 최다…2천만원 짜리 월세도
1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아파트 전월세 거래(105만9306건) 가운데 월세 거래(45만2620건) 비중은 42.7%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의 경우에도 전월세 거래량 23만1846건 중 월세 거래는 9만8810건으로 월세 비중이 42.6%에 달했다.
전세가 월세로 많이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금리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자 매매 수요가 전월세 시장으로 대거 유입된 가운데 목돈이 부족한 임차인들이 불가피하게 준전세로 전환한 것이다.
또한 실질 전세자금대출가 전·월세 전환율보다 높은 상황이라 이에 따른 전세 이탈 현상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3.84%다. 이에 비해 전세대출 금리는 최저 금리가 4.43%이고, 높은 곳은 7%에 달하는 곳도 있다 보니 월세를 선호하는 것.
특히 최근 전세사기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위험을 회피하려는 임차인들이 늘어났다. 매매가격이 빠르게 떨어지면 임차인은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우려가 커진다. 보증금 미반환 우려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보증금을 낮추고 일부를 월세로 전환하려는 선택이 늘고 있는 것이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13일 보고서를 통해 주택 가격이 20% 하락할 경우, 집주인이 갭투자를 해 사들인 주택 40%에서 전세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전세보증금 미반환 가능성이 있는 갭투자 주택은 작년 하반기부터 증가해 내년 상반기에 정점을 찍을 것이란 게 국토연 전망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지난 2일 전세사기 대책 브리핑에서 "월세화는 아주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며 "목돈 대출이 어려운데다 전세사기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전세를 기피하고 있고, 월세에 대한 사회적 인식 자체가 바뀌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인이 범접하기 힘든 1000만원 이상 초고가 월세 거래도 속속 등장하면서 월세 시장 양극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4일까지 서울에서 월세 임대료가 500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된 아파트는 48건으로 나타났다. 1000만원 이상 월세 거래도 6건 있었다.
월세 1000만원이 넘는 아파트가 가장 많은 지역은 성동구(3건)다. 성동구는 신흥부촌으로 떠오른 서울숲 인근 성수동 최고급 주상복합 단지에서 초고가 월세 계약이 잇따라 체결됐다. 성동구 성수동1가에 있는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162㎡는 지난달 17일 보증금 5억원에 월세 2000만원에 갱신 계약이 체결됐다.
같은 동에 있는 '트리마제' 전용 140㎡도 지난달 20일 보증금 3억원 월세 1550만원에 신규 계약이 맺어졌다. 용산구 이촌동에서는 LG한강자이 전용 203㎡이 보증금 2억원, 월세 1100만원에 신규 계약이 체결됐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월세 선호 경향이 나타나는 이유는 전·월세 전환율과 전세자금대출의 금리 차이에서 오는 전세 이탈 현상 때문"이라며 "또 현재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전세 사기 혹은 소위 깡통전세 현상이 올해도 계속 나타날 수 있어 세입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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