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초등 교사 '극단 선택' 왜?…교장 갑질 정황 잇달아
동료 교사 "온갖 트집 잡아 서류 결재 반려해…업무처리 고충"
전북교육청, 진상파악 중…군산해경, 동료교사 등 참고인 조사
[군산=뉴시스]윤난슬 기자 = 전북 군산에서 투신 사망한 교사가 대학 동기들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사진=독자 제공)
해당 교사는 학교장으로부터 온갖 꼬투리를 잡히고, 사적인 민원에도 동원되는 등 이른바 '갑질'에 시달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5일 뉴시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A교사는 올해 3월 1일 자로 군산의 한 섬 지역 초등학교에서 근무를 시작하게 됐다.
2학기 들어 6학년 담임을 맡았던 A교사는 담임 업무 외에도 방과 후, 돌봄, 정보, 생활, 현장 체험학습 등 상당히 많은 업무를 전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A교사는 주말에도 업무포털에 접속해 일을 해야 했을 정도로 업무량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도한 업무 속에서도 긍정적인 마인드로 웃음을 잃지 않았던 A교사의 얼굴에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것은 바로 '학교장과의 갈등'에서 비롯됐다.
최근 스마트칠판 등 에듀테크 업무를 추진함에 있어 학교장과 자주 소통해야 했던 A교사는 업무 처리 과정에서 학교장과 마찰을 빚어왔다. A교사가 올리는 서류마다 온갖 트집을 잡아 반려시켰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A교사는 같은 학교 동료교사와 함께 학교장의 관사에 놓을 가구를 나르는 데 동원되는 등 개인적인 민원까지 처리했다.
이에 동료교사인 B씨가 평소 A교사와 주고받은 문자에서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내용이 많았다.
B씨로부터 확보한 문자메시지에는 "나도 이제 나름 10년 했는데 이렇게 학교생활 힘들게 하긴 처음이네 진짜"라며 "학교 일로 스트레스 받아본 건 처음이다. 진짜 내 인생의 학교 일은 10 중에 한 1~2였는데 지금은 6~7이 돼 버렸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B씨는 "A교사가 '내가 만나 본 교장 중에 가장 힘들다'라는 말을 종종 했었고, 특히 결재서류를 올릴 때 '교장이 어떻게 해도 반려할 것이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면서 "작년까지만 해도 학교 근무가 너무 행복하다고 했는데 이 학교에 배정받고 나서부터는 무척 힘들어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A교사는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출중한 능력을 인정받아 섬 지역 학교에 배정됐다"면서 "평소 강인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던 A교사가 이런 선택을 했다는 것은 큰 문제가 있어 보인다. 경찰 수사에서 꼭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재석 전북교사노조 위원장은 "A교사와 같이 근무한 교사들도 A교사와 교장 사이에 문제가 있었다는 진술이 나오고 있다"면서 "교육당국은 A교사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산=뉴시스]윤난슬 기자 = A교사가 동료에게 보낸 카톡 내용.(사진=독자 제공)
B씨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유족에게 듣기로는 A교사가 숨지기 며칠 전 두 차례 머리가 아파 조퇴를 했다고 한다"며 "A교사 사망 전날 교장이 A교사의 얼굴을 보고 회식자리를 마련하라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이미 A교사가 힘들어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전북교육청은 교사 등을 상대로 당시 상황을 조사하는 등 진상파악 중이다. A교사의 업무량과 해당 교장과의 갈등 등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특별한 문제점은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교사는 지난 1일 오전 10시23분께 군산시 금동 동백대교 근처 바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달 31일 "다리 위에 비상등이 켜진 승용차가 주차돼 있다"는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다음 날 오전 군산해경에 협조를 요청했고, 수색 26시간 만에 고인을 발견했다.
A교사의 승용차 안에서는 메모 형태의 유서가 발견됐다. 자신을 자책하며 가족에게 작별 인사를 전하는 글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군산해경은 최근 A교사가 재직했던 초등학교의 교사와 행정 직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조만간 학교장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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