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 철퇴…관련 처벌 속도내나
"신고 대상인지 실무적으로 혼선 많아"
대법원, 가상자산사업자 정의 구체화
FIU, 미신고 사업자 수사기관 통보 지속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이른바 '김치프리미엄'을 이용해 차익거래에 따른 수수료를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당 중 일부가 대법원에서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로 인정돼 실형이 확정됐다. 이번 판결로 법규상 정의가 모호해 사각지대에 있었던 미신고 업체들에 대한 처벌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12일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위반, 업무방해,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국내 거래소에서의 거래금액이 외국 거래소 거래금액보다 높은 김치프리미엄을 이용해 차익거래에 따른 수수료를 챙긴 일당 중 한 명으로 일본에 거주하면서 일본회사인 주식회사 B사 대표이자 1인 주주다. 검찰에 따르면 2021년 9월27일부터 2022년 6월13일까지 총 77차례에 걸쳐 일본으로 송금한 금액이 1778억원에 이른다.
대법원은 "A씨가 가담한 재정거래(차익거래) 등의 내용을 살펴보면 공범들과 함께 불특정 다수인 전주(錢主)들의 편익을 위해 그들을 대행해 가상자산을 매매하거나 이전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행위를 계속·반복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A씨는 가상자산거래를 영업으로 한 가상자산사업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도 "국외의 가상자산을 대한민국으로 이전한 후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하지 않고 이를 매매한 뒤 무역대금으로 가장해 은행을 통해 다시 국외로 송금해 외화를 유출하고 그 과정에서 타인 명의의 금융거래를 한 것"이라며 "그 기간, 거래내역 등에 비춰 보면 그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고 봤다. 2심 역시 "평균 3.36일에 하루 꼴로 수억원 내지 수십억원 상당 규모의 금액을 송금받았다"며 "자신의 필요에 따라 본인을 위한 거래를 했다기보다는 불특정 고객들의 의뢰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를 한 것이라고 평가함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사업자 정의 '모호'…신고 대상 맞나 실무상 혼선
특금법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제에 따라 신고 없이 영업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A씨가 재판에 넘겨질 당시 특금법에 있었던 가상자산사업자 정의는 지난해 7월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으로 이관됐지만 두 법률에서 정의하는 내용은 동일하다. '영업으로 하는 자'에 대한 예시로 가상자산 매도·매수, 교환, 이전, 보관·관리, 중개·알선·대행하는 행위 등을 열거할 뿐이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가상자산사업자의 영리성 또는 영업성에 대해 ▲불특정 다수인 고객이나 이용자 편익을 위해 가상자산 거래를 하고 ▲그 대가를 받는 행위를 ▲계속·반복하면 원칙적으로 가상자산사업자로 본다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반면 자기 계산으로 오로지 자기 이익을 위해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서만 거래를 계속·반복하는 일반 이용자는 사업자가 아니라고 결론내렸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가상자산사업자를 판단하는 데 있어 영리성은 중요한 핵심적 기준 중 하나인데 금융당국도 유권해석 등에서 영리성 여부는 가상자산의 매도, 매수, 보관 관리 행위 등의 반복·계속성 여부, 그 행위의 목적이나 규모, 횟수, 기간, 태양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 외 다른 구체적인 기준을 언급하지 않아왔다"며 "여러 사건에서 '자기의 계산으로 자기의 이익을 위해 반복적으로 거래하는 경우' 영리성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논란이 됐고, 각 사건마다 결론이 엇갈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여전히 불확실성 남아…이번 판결 계기로 더 구체화 필요"
법조계에서는 미신고 사업자 중 이번 사건과 비슷한 케이스나 구조들이 상당히 많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가상자산사업자 관련 대형 로펌 자문이 이뤄지는 사례를 보면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자들이 관련 비즈니스를 할 때 리스크 헤지를 위해 의견서를 요청하는 경우, 외국계 사업자가 국내에서 신고 대상인지 확인하기 위해 찾는 경우 등이 많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가상자산 발행업체가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가상자산을 고객에게 유상으로 판매하는 경우, 불특정 다수인 고객을 위해 무상으로 가상자산을 이전하는 경우 가상자산사업자로 볼 수 있는지 등 실무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여러 사안에 관해 해당 판결만으로 확정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고, 여전히 법적 불안정성이 남아있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앞으로 가상자산사업자 정의가 더욱 구체화될 것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는 미신고 영업을 하는 사업자에 대해 신고 대상 통보 후에도 그대로 영업하면 수사기관에 통보해오고 있다. 미신고 불법 영업행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 부과 대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문을 입수해 파악해볼 것"이라며 "정의가 명확해졌는데도 신고를 안 한다면 신고 의무 위반이고 미신고 사업자로 영업을 못하도록 처리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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