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강조한 '3농'…中산둥성 농가도 '변신 중'[베이징 리포트]
올해도 중국 공산당 중앙 1호 문건에 '3농' 강조
산둥성 타이안·르자오 등 농촌도 개선사업 통해 소득 증대
[베이징=뉴시스]박정규 특파원 = 지난 22일 산둥성 르자오시 인근 시베이 경제개발구 산둥루쿠이차업유한공사의 녹차밭 풍경. 이곳은 정부로부터 1800만 위안의 투자를 받아 약 90만㎡의 차밭을 조성해 연간 25t 이상의 건조차를 가공·생산하고 있다. 2024.5.25 [email protected]
올해 초 발표된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의 '중앙 1호 문건'에 포함된 내용이다. 이 문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03년 저장성 당서기로 근무하던 시절 추진한 농촌 진흥사업으로 줄여서 '천만공정'으로 불린다.
이 같은 천만공정의 경험을 살려 농촌 진흥을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이 올해 1호 문건에 담겼다.
중국이 이처럼 농촌 진흥을 강조한 것은 한두 해가 아니다. '농업·농촌·농민'을 강조하는 이른바 '3농'은 후진타오정부 초기인 2004년부터 21년 연속 중앙 1호 문건으로 채택됐다.
중앙 1호 문건은 중국에서 매년 초 발표되는 내용으로 그 해 중국 공산당이 가장 우선적으로 다뤄나갈 핵심 국정과제를 담은 내용이다. 그만큼 중국 정부가 농촌 진흥을 중시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3농'을 앞세운 올해 1호 문건에는 국가 식량안보를 보장하고 대규모 빈곤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는 한편 농촌 산업 발전 수준을 향상시키고 농촌 건설, 농촌 행정을 강화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과거 시 주석이 추진했던 천만공정을 앞세워 올해도 3농을 강조한 것은 중국 공산당의 뿌리인 농촌 민심을 다독이고 시 주석의 정치적 입지도 굳건히 하겠다는 취지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미국을 위시한 서방진영과의 무역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식량안보 차원에서도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대비하는 한편, 중국의 경제위기 우려 속에서 13억 인구의 근간이 되는 농촌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베이징=뉴시스]박정규 특파원 = 지난 22일 방문한 타이안시 다이웨구 다오랑진의 주뉘펑(九女峰) 향촌진흥시범구에 있는 주뉘펑책방. 산꼭대기에 들어선 책방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경치 등으로 유명해져 중국 전역에서 주목받는 인기 도서관으로 떠올랐다. 2024.5.25 [email protected]
먼저 방문한 곳은 한국인에게도 '태산(泰山)'으로 잘 알려진 타이산 자락의 주뉘펑(九女峰)에 있는 향촌진흥시범구다. 타이안시 다이웨구 다오랑진에 있는 19개 마을이 시범구로 지정됐다.
이곳 중 눈에 띄는 곳은 과거 노인들 위주로 불과 수십여 가구가 살던 바러우마을에 들어선 리조트 예유위안(野有院)이다. 2019년부터 정식 운영된 산둥성 최초의 5성급 민박으로 산속에 들어선 10여개의 마당과 34개의 객실은 친환겅 시설들로 이뤄져 최근 도시 관광객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또 중국 3A급 여유경구(관광명소)로 지정된 주뉘펑 몰입형 관광지는 주뉘펑책방과 예술프로젝트인 구샹더위에(故鄕的月·고향의 달) 등을 내세워 호텔·식당·카페·캠핑장 등과 함께 관광상품이 됐다.
대표적으로 산꼭대기의 뻥 뚫린 풍경 속에서 책과 커피를 함께 읽을 수 있는 공간인 주뉘펑책방이 있다.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면서 불과 2개월 사이에 중국 전역에서 주목받는 인기 도서관으로 떠올랐다.
이곳은 원래 별다른 산업이라고 내세울 게 없는 산골 마을이었다. 총 20억 위안을 투자하는 농촌 개선사업을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50개 이상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마을의 연평균 소득이 20만 위안 이상 증가하게 됐다는 게 해당 시범구의 설명이다.
이튿날인 22일에는 산둥성 르자오시 우롄산 인근 시베이 경제개발구에 있는 산둥루쿠이차업유한공사를 찾았다. 이곳은 차(茶) 재배부터 가공, 판매까지 차산업 체인 전반을 아우르는 마을기업이다.
[베이징=뉴시스]박정규 특파원 = 지난 22일 산둥성 르자오시 인근 시베이 경제개발구의 산둥루쿠이차업유한공사 관계자가 자사 차 상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4.5.25 [email protected]
여기서 생산한 차는 르자오시 이름이 붙여진 '르자오녹차'라는 상표로 판매되며 틱톡, 위챗, 타오바오, 등 각종 온라인 상거래를 통해 유통이 이뤄진다. 이곳에는 차 따기 체험을 할 수 있는 농장과 숙박시설도 조성해 관광객들도 끌어들이고 있다.
이곳 역시 애초 고구마 등을 주로 재배해온 전통적인 농가였다. 그러나 차산업을 통해 성공적인 농촌 활성화 사례를 보여주면서 인근 마을에 180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고 1인당 연간 소득이 1만5000위안 증가하는 성과를 가져왔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해당 차밭을 관리하는 허우촨룽씨는 "차산업을 통해 마을이 부유해졌다"며 "녹차, 홍차뿐 아니라 재스민으로 향을 낸 녹차와 장미꽃잎으로 만든 장미차 등 각종 차를 자체적으로 개발해 판매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농촌이 시진핑 3기에 맞닥뜨린 경제위기론을 잠재울 방어막이 돼줄지 주목된다. '3농'을 앞세운 중국 농가의 변신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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