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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쿠데타는 아르세대통령 자작극" -모랄레스 전대통령

등록 2024.07.01 06:5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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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당 정치적 동지에서 경쟁자와 적으로 돌변

"국민 지지도 위한 가짜 쿠데타" 방송에서 주장

불발 쿠데타의 주역 쿠니가 장군의 주장 되풀이

[라파스=AP/뉴시스] 6월27일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의 신문 가판대 앞에서 두 남성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전날 3시간 만에 막을 내린 볼리비아 군부의 불발 쿠데타 시도를 놓고 야당과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군인들의 수도 진입과 신속한 철수가 루이스 아르세 대통령의 자작 쿠데타라고 주장하고 있다. 2024.07.01.

[라파스=AP/뉴시스] 6월27일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의 신문 가판대 앞에서 두 남성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전날 3시간 만에 막을 내린 볼리비아 군부의 불발 쿠데타 시도를 놓고 야당과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군인들의 수도 진입과 신속한 철수가 루이스 아르세 대통령의 자작 쿠데타라고 주장하고 있다. 2024.07.01.

[라파스( 볼리비아)= AP/ 뉴시스] 차미례 기자 = 볼리비아의 전임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는 일요일인 6월 30일(현지시간) 최근의 군사쿠데타는 자신의 동지였다가 지금은 라이벌로 변한 루이스 아르세 대통령이 꾸민 '자작극 쿠데타'( self-coup)라고 주장했다.

모랄레스는 아르세가 지난 주에 군사쿠데타를 꾸며내서 볼리비아 국민들을 속이고 정치적으로 지지 점수를 올렸다고 폭로해 가뜩이나 파경에 이른 두 사람의 관계를 더욱 치열한 적대관계로 악화시켰다.

모랄레스는 지난 달 26일 약 200명의 볼리비아군 정예부대가 장갑차를 앞세우고 볼리비아 정부 청사로 진입했을 때 이를 '쿠데타'라며 맹렬히 비난했던 사람들 중 가장 유력한 정치지도자였다.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던 날 모랄레스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X계정에 " 국민간의 의견차이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민주주의라고 확신한다.  국가의 법과 제도는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고 군인들의 행동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그는 " 이번 폭동에 가담한 자들은 전부 체포해서 재판에 회부하라고 다시 한번 요구한다"고 썼다.
 
하지만 30일 모랄레스는 아르세가 볼리비아 국민의 동정심을 얻어 자신의 극도로 낮은 지지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 쿠데타 자작극을 벌였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편에 가담했다.

그는 30일 국내 방송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 아르세는 진실을 존중하지 않고 볼리비아 국민 뿐 아니라 전세계를 향해서 속임수와 거짓말을 늘어놓았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모랄레스는 이번 쿠데타를 일으킨 것으로 지목되어 체포된 후안 호세 주니가 전 장군의 주장에 따라 그의 자작극설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모랄레스는 주니가가 쿠데타를 일으키기 전에 자기 동료들과 가족들에게 미리 그 사실을 이야기 했으며, 구속된 후에 수사 당국에게도 "아르세가 나를 배신했다"고 주장했다고 폭로했다. 
 
주니가는 "대통령이 나에게 상황이 매우 좋지 않으니 뭔가 내 인기도를 높일 만한 일을 준비해야 되겠다"며 이번 일을 주문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런 주장은 아르세 대통령의 정적들에게 즉시 채택되어 이번 군사행동을 "자작 쿠데타"라고 말하고 있다. 
 
[라파스=AP/뉴시스]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불발로 끝난 군사쿠데타 직후 라파스의 대통령궁 앞에서 지지자와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주먹을 들어 올리고 있다. 볼리비아 군대 일부는 이 날 전차와 장갑차를 동원해 대통령궁에 진입했다가 곧 철수했다. 2024.07.01.

[라파스=AP/뉴시스]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불발로 끝난 군사쿠데타 직후 라파스의 대통령궁 앞에서 지지자와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주먹을 들어 올리고 있다. 볼리비아 군대 일부는 이 날 전차와 장갑차를 동원해 대통령궁에 진입했다가 곧 철수했다.  2024.07.01.

주니가 장군은 6월 29일 손에 수갑을 찬 채 교도소로 이송되면서 기자들을 향해서 "언젠가 진실은 꼭 밝혀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음 날 모랄레스는 X에 올린 글에서 이 발언의 진위를 밝히기 위한 별도의 수사를 시작하라고 요구했다.
 
그의 발언이 나온 직후에 볼리비아 정부 장관 에두아르도 델 카스티요는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모랄레스의 주장을 겨냥 해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죽은 사람이 하나도 없다면 그건 쿠데타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아직도 볼리비아에서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으며 특히 코카 재배농민과 노조들의 지지가 굳건하다.  반면에  경제통인 아르세 대통령은 국가적 경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그의 노력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점점 커져가는 상황에 놓여있다.

아르세의 절친이었던 모랄레스는 2019년 헌법에 위배되는 3선 출마를 강행한 뒤 국민적 저항과 시위사태 속에서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해외로 망명했다.  그는 이 것을 쿠데타라고 부른다.

이후 모랄레스는 2020년 자신의 좌파 정당 사회주의 운동(MAS)의 후보로 출마한 아르세를 적극 지지했지만  다가오는 2025년 대선에 아르세의 경쟁자로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하겠하고 발표한 뒤 부터는 아르세와 사이가 벌어졌다.  

특히 모랄레스가 국회에서 아르세의 입법을 사사건건 막은 뒤로 두 사람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아르세는 6월 28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치적으로 계속 공격을 당했지만, 한 번도 반격은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반목과 싸움에 대다수 볼리비아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고, 모랄레스의 쿠데타 자작극설 발표는 별로 도움이 되는 발언이 아니다.

모랄레스는 국내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이번 사건이 볼리비아 국가 이미지와 군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했다"며 그 동안 아르세와 연대해서 동지로 활동한 데 대해 사과까지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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