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지역의료 붕괴"…'하반기 전공의' 반발하는 수련병원들

등록 2024.07.23 16:00:11수정 2024.07.23 17:20:52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아산병원 레지던트 1년차 아예 안 뽑아

고대의료원 면접탈락 사유에 '지역의료 붕괴'

교수들 "수련의 질 저하·지역 필수의료 몰락"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의정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채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된 지난 2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전공의 모집 관련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 2024.07.22.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의정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채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된 지난 2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전공의 모집 관련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 2024.07.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정부가 하반기 전공의 모집 절차에 들어갔지만 주요 수련병원에서 지역 의료 붕괴 등을 이유로 지방 전공의들의 지원을 제한하는 조치를 검토 중이다. 정부의 '빅5' 병원 등 주요 수련병원의 전공의 충원을 통한 의료 정상화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은 레지던트 1년차를 뽑지 않기로 했다. 지방 수련병원 전공의(레지던트 2~4년차)가 하반기 모집 때 전공 과목을 바꿔 서울아산병원 피부과·성형외과 등 인기과에 지원하는 것을 막아 달라는 소속 교수들의 요청을 수용한 것이다. 전공의는 진료과별로 요구되는 전문 지식과 수련이 달라 과를 변경하려면 레지던트 1년차로 지원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방의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전공의들이 서울의 피부과·안과·성형외과 등 인기과로 지원하게 되면 지역 의료가 붕괴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고려대 안암·구로·안산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고려대 의료원 소속 교수들은 전공의 선발 과정에서 면접 탈락 사유에 '지역 의료 붕괴'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방 수련병원 전공의가 고려대 의료원에 지원하면 전공의 공백에 따른 지역 의료 붕괴가 우려가 있다는 이유다.

앞서 세브란스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하반기 모집 때 충원되는 새 전공의들을 제자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연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결국 정부의 명령대로 세브란스 전공의는 일괄 사직 처리됐고, 병원은 내년 이후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는 자리(정원)를 유지하기 위해 하반기 가을 턴으로 정원을 신청했지만 이 자리는 세브란스 전공의를 위한 자리임을 분명히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어 "작금의 고난이 종결된 후 (전공의들이) 지원한다면 새로운 세브란스인으로 환영할 수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자랑스러운 학풍을 함께 할 제자와 동료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날 의대 교수들의 하반기 전공의 수련 보이콧에 대해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의대 교수들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반대하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가톨릭대·고려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울산대 등 6개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전공의 교육의 주체인 진료과 교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의 지도에 따라 진행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의 온전한 복귀 없이 일부 충원에 의존하는 미봉책 전공의 수련 시스템으로는 양질의 전문의 배출이 어렵다"면서 "특히 상급년차 전공의 부재 상황에서 1년차 전공의 수련의 질 저하가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의 사직 전공의가 수도권 병원으로 옮길 경우 가뜩이나 열악한 지역 필수 의료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수련병원 정상화, 의대교육 현장 정상화를 위해 복지부와 교육부는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근본적 처방으로 상생의 정책을 펼쳐 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수련병원의 하반기 전공의 모집은 오는 31일까지다. 내달 중 수련병원별 선발 절차가 완료되면 9월부터 하반기 수련 일정이 시작된다. 수련병원은 미복귀 전공의들을 사직 처리하고 하반기 모집에서 7707명을 모집하겠다고 정부에 신청했지만, 모집에 응하는 전공의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