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월즈는 "민주당은 문화 엘리트 집단" 세평 뒤집는 인물-NYT[202美대선]

등록 2024.08.08 08:24:02수정 2024.08.08 09:24:53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시골 중의 시골에서 자라고 주립대 졸업한 평범한 인물

기민한 정치 본능…제자들 선거 운동으로 하원의원 당선

러닝메이트 선정에 공화당원도 "나대지 않는 친근한 사람"

부시 전 대통령 유세장에서 쫓겨난 것이 정치 투신 계기

[필라델피아=AP/뉴시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팀 윌즈(오른쪽) 미네소타 주지사가 6일(현지시각) 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함께 공동 유세를 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과 윌즈 주지사는 오는 19~22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각각 대통령 후보와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할 예정이다. 2024.08.08.

[필라델피아=AP/뉴시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팀 윌즈(오른쪽) 미네소타 주지사가 6일(현지시각) 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함께 공동 유세를 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과 윌즈 주지사는 오는 19~22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각각 대통령 후보와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할 예정이다. 2024.08.08.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카멀라 해리스 미 민주당 대선 후보가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것은 민주당이 엘리트들의 집단이라는 세평에 맞선 것이라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월즈는 아이비리그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고 정치 논문을 쓴 적도 없다. 아칸소 주 존즈보로에서 태닝용 침대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했으며 40이 되기 전까지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다.

60세인 월즈의 일생은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선정되려는 노력과는 전혀 무관했다.

해리스는 월즈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함으로써 민주당이 해안가 출신의 문화적 엘리트 집단이라는 편견에 맞섰다.

월즈의 인생과 그의 스타일은 해리스 본인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과 그의 러닝메이트 JD 밴스와도 크게 대비된다. 해리스는 캘리포니아 출신이고 트럼프는 뉴욕의 억만장자 출신이며 밴스는 예일 법대를 졸업했다.

월즈의 일생은 미국 정계에선 유별나다. 농촌 풍경, 칠면조 사냥, 주말 방위군 훈련, 공립학교, 시골 고등학교를 주 챔피언으로 만든 미식 축구 코치 등의 경력이 그렇다.

정계에 뛰어든 뒤 월즈는 자신의 이력을 정치적으로 유리하게 활용했다. 해리스가 월즈를 선택하는 데도 분명 이 점이 작용했을 것이다.

불과 몇 주 전까지 민주당에선 그를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 활짝 웃는 얼굴, 때 묻지 않은 스타일의 미네소타 주지사라만 민주당의 그 어떤 인물보다 트럼프와 공화당 저격수로서 적합했다. 트럼프는 “섬뜩하고 정말 이상하다”고 한 월즈의 한마디가 민주당의 새로운 트럼프 공격 캐치 프레이즈가 됐다.

월즈는 허술해 보이지만 기민한 정치적 본능도 갖췄다. 그는 주요 계기마다 기회를 포착했다. 2022년 민주당이 주 상하 양원을 장악했을 때 진보적 법안을 대거 통과시켰다. 자신이 태어나서 성장한 시골 노동자 마을이 아닌 도시와 교외 지역에서 월등히 인기가 높은 정책들이었다.

그는 네브래스카 주와 미네소타 주의 보수적인 지역에서 삶의 많은 기간을 보냈다. 월즈는 자신의 평범함을 내세워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그를 절대로 지지하지 않겠다는 공화당원들조차 월즈는 나대지 않는 친근한 인상이라고 말한다.

월즈가 러닝메이트로 선택됐다는 뉴스를 접한 그의 친구들과 이웃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기분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네소타 주 맨케이토에서 월즈의 이웃이었다는 셰리 블레이징은 “그는 정말 순수한 사람이며 에너지가 넘친다”고 했다.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모두가 (월즈가 러닝메이트가 됐다는 사실이) ‘믿어져?’라는 반응”이라고 했다.

유년시절

월즈는 인구 3500명의 네브래스카 주 웨스트 포인트에서 태어났고 인구 285명의 부트에서 자랐다. 부트는 옥수수 밭 사이에 있는 마을로 시골 중의 시골 마을이다.

청소년기의 월즈는 가족 농장에서 여름 노동을 하며 보냈다. 고등학교 졸업 동기생은 25명이고 이들 중 12명이 사촌들이다. 월즈는 이를 두고 데이트 상대를 구하기가 “정말 힘들었다”고 지금까지 농담한다.

가톨릭 교회를 다녔고 아버지는 학교 운영자였으며 어머니는 전업 주부였다. 월즈는 결혼한 뒤 루터교로 개종했다. 월즈는 신앙을 크게 중시하지 않는다.

월즈는 소총을 들고 학교를 다녔다. 미식 축구 게임이 끝난 뒤 친구들과 함께 칠면조 사냥을 하기 위해서였다. 한국 전쟁 당시 육군으로 복무한 아버지를 본받아 17살에 주 방위군에 입대했다.

그의 아버지는 1989년 월즈가 19살 때 폐암으로 숨졌다. 월즈는 네브래스카 주 채드런 주립대를 졸업한 뒤 중국으로 가 1년 동안 영어와 미국사를 가르쳤다.

네브래스카로 돌아온 뒤에는 세계 지리를 가르쳤다. 동료 교사였던 그웬을 만나 결혼했고 축구 코치 일을 시작했다. 1995년 9월 31살이던 해 월즈는 제한 속도 88km인 도로에서 155km로 달려 걸린 적이 있다. 월즈는 당시 음주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고 부주의한 운전 혐의를 인정했다. 교장에게 사직하겠다고 했으나 계속 근무했고 이후 술을 끊었다.

이듬해 월즈 부부는 미네소타 주 남부의 농촌 마을로 둘러싸인 소도시 맨케이토로 이사했다. 월즈는 교사와 축구 코치 일을 계속했고 막 미식축구를 시작한 아이들에게 “7학년 농구 팀 좋은 시절은 끝났다”고 소리치는 코치였다.

월즈의 코치를 받았던 벤 잉먼은 월즈가 아들 거스에게 자전거 타기를 가르친 일을 회상했다. “거스가 성공하자 월즈가 너무 신이 났다. 두 손을 머리에 얹고 달을 향해 연신 소리를 질렀다”고 했다.

월즈는 학생들과 함께 중국으로 수학여행을 갔었고 시원찮던 맨케이토 고등학교 축구팀을 탈바꿈시켰다. 학생 중 제이콥 레이턴(42)이 1990년대 말 동성애자임을 밝힌 뒤 교내 첫 동성애자 연대 모임을 만들었다. 레이턴은 동성애자임을 밝힌 뒤 많은 조롱과 위협을 당했지만 월즈 부부 덕분에 덜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도대체 누구지?

월즈가 정치인이 된 것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문이다. 2004년 주지사의 요청에 따라 월즈는 고등학생들을 데리고 부시 대통령의 맨케이토 유세에 참가했다. 그러나 학생 중 한 명이 부시의 정적인 존 F. 케리 민주당 상원의원을 지지하는 스티커를 가지고 있었다는 이유로 유세장에서 쫓겨났다.

화가 난 월즈가 며칠 뒤 케리 선거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이 일을 계기로 2006년 미네소타 주의 보수적인 시골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로 6선의 공화당 하원의원에 도전했다.

맨케이토 고등학교의 학생들이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선거운동을 했다. 당시 선거운동을 했던 니콜 그린즈윅(41)은 “월즈가 누구냐”는 질문을 너무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해 웰스턴 기지에서 군복무중이던 월즈는 주말마다 미네소타 주 민주당 상원의원 폴 웰스톤의 이름을 딴 모임을 운영했다.

당시 월즈는 청바지에 티셔츠, 운동화 차림으로 나타나 “팀 월즈입니다. 하원의원에 출마합니다”라고 했고 사람들은 “민주당으로요?”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월즈는 학생 자원봉사자들의 열성적 지원과 토론회에서의 승리를 바탕으로 선거에서 승리했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해였다.

“묵묵히 일했다”

의원 시절 월즈는 주 방위군 24년 복무 경험을 바탕으로 이라크 전쟁을 강력히 비판했다. 농업과 예비역 군인 문제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지명도가 낮은 의원으로써 민주당의 노선을 따르는 인물이었다.

미네소타 정치 평론가 블로이스 올슨은 “월즈는 주목받는 정치인이 아니었다. 자기 일을 묵묵히 하는 평범한 의원 중 하나였다”고 했다.

하원의원 시절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개혁과 최저 임금 인상을 지지했으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참전한 퇴역 군인들에 대한 교육과 혜택을 확충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자신의 지역구의 관심사인 농업과 퇴역 군인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또 동성애자임을 밝힌 사람의 군복무를 막는 정책에 강력히 반대했다.

전 민주당 하원의원 패트릭 머피는 월즈가 “가깝게 지내고 싶은 사람”이라며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월즈의 러닝메이트 선정 소식에 기뻐했다고 전했다.

몇 차례 하원의원에 재선했으나 2016년 시골 출신 민주당 하원의원들에게 위험한 상황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트럼프에 빠진 지역구민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그해 간신히 승리한 월즈는 이듬해 미네소타 주지사에 출마한다고 선언했다. 2018년 선거에서 패배할 위험이 큰 것이 주지사 출마 이유였다.

미네소타 통합

2018년 한때 정치적 멘토였던 페기 플래너건 부지사와 함께 주지사에 당선했다. 당시 선거 구호는 “하나의 미네소타”였다. 분열의 시기에 통합을 추구하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2020년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경찰의 조지 플로이드 살해 사건후폭풍으로 폭동이 발생하자 미니애폴리스 시장이 주지사인 그에게 주방위군을 동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월즈 주지사는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고 정적들은 월즈가 위기 대응능력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당시 수백 여 상점이 파괴되고 5억 달러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 뒤에야 월즈 주지사가 주방위군을 파견했다.

2022년 주지사 재선에 출마했을 때 월즈가 경찰 예산을 삭감했으며 코로나 19 팬데믹 봉쇄 조치를 취한 것을 공격했다.

월즈는 자신의 출신 지역구에서 패배했으나 주지사 선거에서는 승리했다. 또 연방대법원의 임신중절 금지 판결로 민주당이 주 의회를 장악했다.

주 상원에서 민주당 의석이 공화당에 1석 더 앞설 뿐이었지만 월즈 주지사는 임신 중절을 주법으로 제정했고 오락용 마리화나를 합법화 했으며 모든 학생들에 대한 무료 급식을 실시했고 고용주의 의료보험 부담 및 유급 육아휴가를 의무화했으며 총기 규제를 강화했다.

월즈는 트럼프 러닝메이트 밴스보다 훨씬 시골 마을 가치를 대변하는 사람임을 강조한다. 그는 민주당이 트럼프 재선에 따른 민주주의 위협에 집중하기보다 쉬운 말로 민주당의 비전을 설파하는데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에너지는 그가 가르친 학생들, 이웃들, 지역구민들이 느꼈던 것과 달라진 것이 없다.

월즈의 학생이던 그린즈윅은 “월즈가 말하는 것을 볼 때마다 억양과 말하는 태도, 내용이 고등학교 때와 똑같다고 느낀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