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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아이티출신 목사 " 교회에 개 데려와도 안잡아 먹을 것"발언 화제

등록 2024.10.09 07:15:38수정 2024.10.09 11:3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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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주 콩코드의 목사 '반려동물 축복' 행사 전에 밝혀

트럼프, TV토론서 "아이티 이민이 미국 애완견 잡아 먹는다"

아이티 이민의 유쾌한 반란.. 애견축복 행사에 정치인도 관심

[생마르=AP/뉴시스] 6일(현지시각) 아이티 생마르에서 갱단의 무장 공격으로부터 대피한 난민들이 비정부기구(NGO)가 나눠주는 음식을 받고 있다. 2024.10.07.

[생마르=AP/뉴시스] 6일(현지시각) 아이티 생마르에서 갱단의 무장 공격으로부터 대피한 난민들이 비정부기구(NGO)가 나눠주는 음식을 받고 있다. 2024.10.07.

[서울=뉴시스] 차미례 기자 = 미국 뉴햄프셔의 한 교회에서 주말인 5일 반려동물을 위한 축복 행사가 시작 되기 전에 아이티 이민출신의 목사가  다른 해와 달리 유별난 인사로 신도들을 맞아 화제가 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콩코드 시내에 있는 세인트 폴 감독파 교회의 아이티 이민자 출신 장 베니스트 목사는 "여러분의 애완견을 데려와도 좋다. 개와 고양이를 데려와라.  나는 아이티인이지만 개를 잡아 먹지 않을 것이다"라고 60여명의  신자들이 의자에 착석하기 전에 말했다.

"나는 그 개들을 축복할 것이다.  안아 줄 것이다.  여러분도 안아 주겠다. 나는 여러분과 함께 공동체를 만들 것이다"라고 베니스트 목사는 말했다. 
 
이런 발언은 지난 9월 10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과의 TV토론에서 "아이티 이민자들이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서 미국인 주민들의 애완견을 잡아 먹고 있다"는 근거 없는 억지 주장을 한 이후로 공식 석상에서 나온 우회적 야유로는 처음이다.  

전국민이 지켜 본 올해 대선 후보 TV토론 이후 트럼프의 그 발언은 소셜 미디어에서 들불처럼 번졌다가 지금은 대부분 다 근거 없는 허위 주장으로 밝혀져 소멸한 상태이다.

하지만 이민 변호사나 이민 활동가들은 아이티 이민을 비롯한 이민자들을 겨냥한 트럼프의 적대적 발언의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몰라서 아직도 우려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번 발언에 대한 보도는 AP통신과 제휴한  '종교뉴스통신'(RNS)이 제보한 것이며 이날 세인트 폴 교회에 모인 회중은 어느 해 보다도 밝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동물 축복 예배를 진행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10월 초에 거행되는 동물 축복 예배는 중세기에 빈자와 동물들을 사랑한 것으로 유명한 성 프란시스를 기리기 위해 여러 종파의 기독교와 가톨릭교회에서 거행하고 있다. 

이 때 반려동물을 가진 주인들이나 가축을 기르는 신자들은 동물들을 위해 특별히 신에게 소중한 축복을 빌기 위해 모인다.

뉴햄프셔의 세인트 폴 교회는 올해 동물 뿐 아니라 아이티를 비롯한 각지의 이민자들을 위해 이들이 신뢰와 힘을 얻을 수 있도록 기도하는 모임을 마련했다.

[스프링필드=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대선토론회에서 오하이오 주 스프링필드의 아이티 난민들이 애완동물을 잡아먹는다고 주장한 뒤 이 지역 관공서와 학교 등에 테러 위협이 빗발쳤다. 사진은 스프링필드 파운틴 광장의 분수 모습. 2024.10.09.

[스프링필드=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대선토론회에서 오하이오 주 스프링필드의 아이티 난민들이 애완동물을 잡아먹는다고 주장한 뒤 이 지역 관공서와 학교 등에 테러 위협이 빗발쳤다. 사진은 스프링필드 파운틴 광장의 분수 모습. 2024.10.09.

뉴햄프셔 감독파교구 로버트 허시펠드 주교는 "올해의 동물 축복은 특별히 새롭고 선지자적인 의미를 가진다.  우리는 남을 저주하기 보다는 축복을 위해 모이며 어떤 한 문화에 대한 저항과 공격 행위보다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 행동의 자유를 지지한다"고 논평했다. 

이 날 예배에서 그는 예수가 헤롯왕에게 저항하는 누가 복음 내용을 인용하면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이민자들을 축복했다.

뉴햄프셔 정계에서도 이번 예배와 목사의 발언 등의 정치적 의미를 주목하고 이에 대한 논평을 내놓고 있다. 

뉴햄프셔 주의 여론조사 전문가이며 뉴햄프셔 대학 정치학과 교수인 앤드루 스미스는 이 번 행사 덕분에 트럼프의 발언이 최소 1주일 이상은 대중의 의식 속에 자리잡게 될 것이라면서 " 만약 거기에 대해 변명을 한다면, 그건 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목사가 특별히 공화당에 반대하거나 아이티인이 개를 먹는 다는 헛소문이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서 나온 것을 비한 하려는 게 아니라 아이티이민들에 대한 미국민 전체의 공감과 활동가들의 주목을 위해 발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콩코드 주민 데브라 라겐코프만은 전에는 동물 축복 행사에 나온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미리 친구가 "축복이 곧 저항이다"라는 메시지를 보내줘서 특별히 자기 반려견 툴라를 데리고 참석했다고 말했다. 

"동물 축복을 위해서만 온 것이 아니라 미국 전체에 증오와 혐오가 퍼지는 데 저항하는 사랑과 항의의 지역 모임이어서 참석한 것"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바이런 챔플린 콩코드 시장은 이번 행사가 신약성서에 명시된 단합과 우애의 일체감을 위한 행사여서 특별히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니스트 목사는 이 날 동물 축복의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서 모든 반려 동물에 일일히 손을 얹고 축볼을 해줬을 뿐 아니라 동물 사진이나 이미 사망한 휴대폰 안의 애견 사진에도 축복을 내려주었다.

그런 뒤에는 참가한 모든 애견들에게  간식을 주고 견주에게는 성수를 뿌리며 축복을 내렸다. 

지난 해 12월에 이 곳 목사로 취임한 베니스트 목사는 이 날  행사에서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의 아이티 이민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 뿐 아니라 아이티와 전 세계의 아이티인들의 고난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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