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예방 광고' 전 남양유업 대표 벌금 2000만원

불가리스에 항바이러스 효과 있는 듯 발표

질병관리청 "실제 효과 예상하기 어려워"

1심, 전·현직 임직원들 및 회사에 벌금형

"보도한 언론에 잘못 돌리며 혐의 부인"

[서울=뉴시스] 발효유 불가리스에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광범 전 남양유업 대표 등 전·현직 임직원들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지난 2021년 4월30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의 모습.(사진=뉴시스DB) 2021.04.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현준 기자 = 발효유 불가리스에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광범 전 남양유업 대표 등 전·현직 임직원들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박소정 판사는 7일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표에게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또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임직원 4명에게 벌금 1000만~2000만원, 양벌규정으로 기소된 남양유업에도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양벌규정이란 법인의 대표자가 위법행위를 한 경우 기업에도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을 말한다.

박 판사는 "남양유업에서 심포지엄을 할 당시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약 12만 명으로 하루 확진자가 600명을 초과해 증가 추세에 있었다"며 "전 국민이 코로나19로 신체에 위협을 받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다수의 언론사를 통해 불가리스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의도적으로 보도하게 하는 방법으로 마치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는 제품으로 광고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들은 오히려 언론사들이 이를 검증하지 않고 기사화했다고 주장하면서 언론에 잘못을 돌리고 자신들의 혐의를 부인하는 등 범행 후 정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범행 직후 남양유업의 매출은 일시 증가했으나 오히려 기업 이미지가 실추됐고, 영업정지 2개월과 시정명령 처분을 받은 뒤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며 "이 전 대표 등이 남양유업에서 퇴사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전했다.

이 전 대표 등은 지난 2021년 4월13일 다수의 기자가 참석한 학술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가 항바이러스 효과나 코로나바이러스 저감 효과가 있는 것처럼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관련 자료를 배포해 보도가 이뤄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심포지엄의 내용이 보도되면서 실제 효과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질병관리청 등은 "실제 효과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후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은 2021년 5월4일 대국민 사과를 했고 이 전 대표는 이에 앞서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수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경찰에 남양유업을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남양유업 본사 등을 압수수색 하는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한 뒤 2021년 9월 이 전 대표 등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단순한 세포 단계의 실험에 불과해 특정 유제품이 항바이러스 효과와 코로나바이러스 저감 효과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조사했다. 검찰은 보완 수사를 거쳐 지난해 12월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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