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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 참사' 무안공항 합동분향소에 추모객 북새통(종합)

등록 2025.01.01 15:3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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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 직후 오전 8시부터 끊임없이 전국 각지 추모객 몰려

"그 고통 잘 알기에" 세월호가족협, 신년추모행사 뒤 조문


[무안=뉴시스] 김선웅 기자 =  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시민들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 줄 지어 대기하고 있다.(공동취재) 2025.01.01 photo@newsis.com

[무안=뉴시스] 김선웅 기자 =  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시민들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 줄 지어 대기하고 있다.(공동취재) 2025.01.01 [email protected]



[무안=뉴시스]변재훈 기자 = "그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곁에 함께 있어주기 위해 왔어요."

"내 가족이었으면 어떨지 가슴이 미어져요."

새해 첫날인 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는 조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새해 첫 해가 떠오른 직후인 오전 8시부터 청사 내 분향소부터 청사 외곽에는 조문객들이 두 줄로 길게 늘어섰다.

광주·전남 시도민, 일출을 보러 왔다가 무거운 마음에 분향소를 찾은 타 지역민, 봉사·구호단체 회원, 사고 수습당국 관계자까지 차분히 차례를 기다리며 비극적인 참사에 애도의 뜻을 더했다.

끊임 없이 밀려드는 조문객에 자원봉사자들은 20m 간격으로 '분향소 질서 유지해주세요' 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섰다. 조문 인파를 향해 "두 줄로 서주세요", "차분히 들어가세요", "양보해주세요"를 외치기도 했다.

점심시간 무렵에는 조문객 차량이 몰리면서 공항 주차장 진입로 일대에서 가다서다를 반복하기도 했다.


[무안=뉴시스] 김선웅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발생 나흘째인 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에 세월호 유가족이 조문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01.01. photo@newsis.com

[무안=뉴시스] 김선웅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발생 나흘째인 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에 세월호 유가족이 조문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01.01. [email protected]


앞서 오전 10시께에는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소속 세월호 유족 30명도 노란 패딩점퍼 차림으로 저마다 국화를 들고 분향소 앞에 섰다.
 
아침 일찍 전남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 앞에서 새해맞이 희생자 상차림을 마친 세월호 유족들은 누구보다도 가족 잃은 이의 아픔과 고통에 공감하고자 곧장 무안공항으로 왔다.

장동원 세월호참사가족협 총괄팀장은 "대형 참사를 우리도 겪어 봤고 그 아픔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고 유족 곁에 함께 있어주고 싶었다. 올해로 11년째를 맞는 세월호부터 3년 전 이태원 참사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는 변한 게 없다. 누구나 사회적 재난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공감·연대의 뜻을 전했다.

단원고 세월호 2학년8반 故안주현 학생의 어머니 김정해씨는 제단에 빼곡하게 들어찬 위패를 바라보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간신히 입을 뗀 김씨는 "우리 아이들 같아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 세월호 참사 이후 '생명 존중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는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니 유족들께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다"며 울먹였다.

새해 벽두부터 전국 각지에서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도 끓어오르는 슬픔을 주체하기 버거워 보였다.

가족여행을 다녀왔다가 함께 세상을 떠나 나란히 서 있는 희생자 영정을 바라보던 추모객들은 고개를 떨궜다.

한 중년여성은 위패에 담긴 희생자 이름을 일일이 들여다보며 추념했다. 한 30대 남성은 붉어진 눈시울을 애써 감추려 허공을 잠시 응시하기도 했다.

새벽 일찍 2시간 남짓 달려 분향소에 온 50대 대전시민은 "성탄절·연말 연휴를 맞아 가족여행을 떠난 희생자가 많았다는 이야기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정말 남 일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안군민이라고 밝힌 한 중년 여성은 "먼 거리에 사는 것도 아닌데 사람된 도리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분향소 주변에서 마주친 유족 얼굴을 보니 눈물이 막 나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무안=뉴시스] 김선웅 기자 = 1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방문한 조문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공동취재) 2025.01.01. photo@newsis.com

[무안=뉴시스] 김선웅 기자 = 1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방문한 조문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공동취재) 2025.01.01. [email protected]



초등학생 아들의 손을 잡고 온 한 아버지는 "우리 아이 또래도 희생됐다고 들어 감정이입이 많이 됐다. 삼가 희생자들이 편히 쉬길 바라는 마음으로 헌화했다"고 했다.

무안국제공항 1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는 "사고 지점과 가까운 곳에 분향 장소를 마련해달라" 유족의 요청에 따라 전날 오후 문을 열었다.

분향소가 차려졌다는 소식을 접한 조문객이 새해 첫날 휴일을 맞아 한꺼번에 몰리면서 공항은 인파로 가득찼다. 분향소 운영을 맡은 전남도 관계자는 이날 운영 시작 1시간 뒤부터는 1시간에 수백명 꼴로 다녀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전남도는 이날 오후 2시께 혼잡 방지와 원활한 사태 수습 차원에서 무안군스포츠파크 내 합동분향소 이용을 안내하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12월29일 오전 9시3분께 전남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동체 비상착륙을 하려다 공항시설물(로컬라이저 안테나)을 정면충돌한 뒤 폭발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181명(승무원 6명·승객 175명) 중 179명이 숨졌다. 기체 후미 비상구 쪽에서 구조된 승무원 2명만이 생존, 치료를 받고 있다.

이번 참사는 1993년 7월26일 아시아나기 해남 추락 사고(66명 사망·44명 부상)보다도 사상자가 많아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 중 가장 인명피해가 컸다.
                            
[무안=뉴시스] 김선웅 기자 = 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이 놓여 있다. 2025.01.01. mangusta@newsis.com

[무안=뉴시스] 김선웅 기자 = 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이 놓여 있다. 2025.01.01.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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