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부패 청산이 전쟁 못지 않게 중요" WP
재벌 영향력 축소 노력 진전되고
시민사회 주도 민주주의 발전했으나
사법개혁 저항하는 판사들이 문제
[키이우=AP/뉴시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에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2023.01.27.
지난달 말 불거진 부패 사건으로 대통령 비서실장 등 10명의 고위 당국자가 물러나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2019년 당선하는데 공을 세운 언론 재벌의 자산이 압수됐다.
당초 이들 모두가 우크라이나군 지급 식량 가격을 부풀린 국방부 차관과 연루됐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대통령실 고위 당국자가 우크라이나 민간이 소개에 사용하도록 미 제네럴 모터스(GM)이 지원한 SUV 승용차를 사용했다는 보도, 법무부 차관이 가족들을 스페인으로 대피시키기 위해 기업인으로부터 벤츠 차량을 빌렸다는 보도가 있었다. 우크라이나는 계엄령으로 업무상 출장이 아닌 모든 사람의 출국을 막고 있다. 두 사람도 쫓겨났다.
서방이 지원한 군수 물자를 빼돌렸다는 증거는 없다. 전쟁 전 우크라이나가 부패한 재벌 자본주의국가라는 오명을 의식한 젤렌스키 대통령이 서방의 따듯한 지원이 줄어들까봐 선제적으로 나선 것이다. 2022년 부패인식조사에서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180개 국가 중 116번 째였다. 전년보다 크게 개선됐지만 여전히 동유럽에서 러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부패한 나라였다. 미 공화당 의원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는 와중에 우크라이나 정부가 미국의 지원을 책임감 있게 쓰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의식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언론과 산업을 지배하는 재벌들에 의한 경제적 왜곡과 부패가 크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산업 기반을 무너트린 것이 일부 배경이다. 또 부패를 뿌리 뽑겠다며 당선한 젤렌스키 대통령이 2021년 재벌의 정치적 영향력을 축소하는 일련의 법을 제정한 것이 효과를 내기도 했다.
이런 노력들은 지난해 유럽연합(EU) 가입신청서를 낸 우크라이나가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이다.
우크라이나는 특히 외국의 재정 및 군사 지원과 관련해서 투명성을 높이는데 진전을 보여 왔다. 시민 사회가 활성화되면서 비정부 기관과 단체가 건전한 다원주의적이고 참여가 활발하고 정치적으로 활력이 있는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소련 시대의 유산으로 법에 의한 통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핵심에는 우크라이나 판사들이 사법 개혁에 저항하는 문제가 있다. 서방은 이들 판사 세력이 부패해 있고 지나치게 정치적이며 러시아를 지지하는 경우도 있다고 비판한다. 지난해 가을 우크라이나 대법원은 경제 소송 담당 선임 대법관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시민권을 함께 보유한 것을 확인하고 파면했다. 우크라이나는 판사들의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여름 법치를 “크게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외부 전문가들이 작성한 이 방안은 판사 지명자의 능력과 청렴, 정치적 독립성을 조사하도록 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법 개혁을 지지해왔으나 이를 집행할 권한이 충분하지 못한 상태다. 사법 개혁이 진전되려면 서방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그러나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 지원을 약화시킬 것을 우려해 소극적이다.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우크라이나가 전면적인 개혁을 단행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를 무한정 봐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우크라이나 스스로 법치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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