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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사인 번역원장 "지난 세기의 고통이 한국문학의 큰 힘"

등록 2019.09.28 07:2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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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예테보리도서전, 대규모 문학 사절단 구성"

"세계 무대에서 한국문학 각광받고 있다"

김사인 한국문학번역원장 ⓒ대한출판문화협회

김사인 한국문학번역원장 ⓒ대한출판문화협회

【예테보리(스웨덴)=뉴시스】신효령 기자 = "한국 문학이 세계 독자들의 주목을 받는 일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많은 분들이 기대하는 좋은 일이 있지 않을까 싶다. 노벨문학상을 포함해서 말이다. 하하."

김사인 한국문학번역원장은 26일(현지시간) 개막한 '2019 예테보리도서전'에서 이렇게 말했다.

1985년 시작한 예테보리국제도서전은 약 8만5000명이 참가하는 스칸디나비아 최대의 문화행사다. 유럽 국제도서전 중 프랑크푸르트국제도서전에 이어 제2의 도서전으로 꼽힌다.

우리나라가 주빈국으로 참가한 예테보리도서전은 한국문학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주는 자리가 됐다. 현기영·김언수·김행숙 등 한국 대표작가 9명의 세미나에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문학의 스웨덴어권 진출은 1976년 김지하 '오적'을 시작으로 김소월, 이문열, 황석영, 문정희, 황선미, 김영하, 한강, 김언수 등의 작가들 작품 총 33종이 출간됐다. 한국문학번역원은 그간 다양한 사업을 통해 번역출판, 교류행사 개최를 지원해왔다. 북구어권에 한국문학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소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노력했다.
[인터뷰]김사인 번역원장 "지난 세기의 고통이 한국문학의 큰 힘"

김 원장은 "한국과 스웨덴의 문학 교류가 활성화될 것 같다"며 "각국과의 문화 교류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사업 중 하나다. 번역원은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공공기관이다. 주빈국 참가가 스웨덴과의 수교 60주년과 맞물려 있어 더욱 각별하다. 이번에 통역사만 7명이 왔다. 전례 없이 대규모 문학 사절단이 구성됐다"고 전했다.

한국 주빈국 행사는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작가회의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다. 한국문학번역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네이버도 협력한다. 한국문학번역원과 대한출판문화협회는 도서전 기간 중 20여개의 문학행사를 연다.

김 원장은 "세계 무대에서 한국 문학이 각광받고 있다"며 "한강 작가는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했으며, 신경숙 작가는 '맨 아시아 문학상'을 받았다. 김혜순 시인은 캐나다 '그리핀 시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어느 한 언어권에만 국한되지 않고, 곳곳에서 한국문학이 크게 부상하고 있다. 한국 콘텐츠가 전반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글을 배우고자 하는 타 언어권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지 여러 진단이 나올 수 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이 지난 한 세기동안 치러왔던 고통들과 맞닿아있다고 생각한다. 고난 속에서도 성취가 늘 함께 있었다. 그걸 잘 버무려냈고, 이것이 한국문학의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족적인 것만 고집하지 않고 서구 문화도 빠르게 흡수했다. 세계적 수준의 예술적 기교까지 확보했다. 보편성 위에서 한국만의 독특한 역동성이 결합되어 있다. 그 에너지가 세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대표적으로 그룹 '방탄소년단'이 신드롬급 인기를 누린 것을 들 수 있다. 한글을 배우고자 하는 타 언어권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그는 "세계인들의 한국어 학습에 대한 열의가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스웨덴 사람들이 예테보리도서전에서 훌륭한 작가들의 작품을 읽으면 단지 '한국문학을 좋아하게 됐다'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지금까지 서방국가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에너지를 내장한, 세계적 수준의 문학을 만나게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인터뷰]김사인 번역원장 "지난 세기의 고통이 한국문학의 큰 힘"

2017년 3월 문인 출신 첫 번역원장으로 관심을 모으며 취임한 김 원장이 그동안 역점을 둔 사업은 전문 번역 인력의 육성이다. 번역원이 전문번역가를 육성하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김 원장의 생각을 들어보면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건 결국 언어의 문제로 귀착된다. 이질언어를 모국어의 감각으로 다룰 수 있는 번역가는 그리 많지 않을 뿐 아니라 희소하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문학을 신뢰할 만한 수준으로 다양한 외국어로 번역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지 못하다. 소수 언어권에 치우쳐있다. 전문 번역가 양성은 작가를 키우는 일과 똑같다. 단기 속성으로 이뤄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한국문학과 더불어 무르익어야 한다. 따라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비전이 필요하고, 국가적인 투자도 이뤄져야 한다. 여러 상황이 낙관적이다. 정부 쪽에서도 번역가 양성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높아졌다. 방탄소년단의 노래만 봐도 세계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고 있다. 이 사람들이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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