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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터줏대감 배우들 "'액터닥터' 아세요?"

등록 2021.09.23 13:26:38수정 2021.09.24 1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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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박혜수·박정미·송정아·백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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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왼쪽부터 박혜수, 박정미, 송정아, 백명희. 2021.09.23. (사진 = 종로문화재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액터닥터'는 액터(Actor)와 닥터(Doctor)의 합성어다. 배우의 재능을 의료 활동에 접목, 장기입원환자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지원한다. 특히 오랜 병원 생활에 지친 환아와 보호자의 정서안정에 기여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한국연극배우협회와 종로문화재단이 협력하는 프로그램이다. 배우 박혜수(혜)·박정미(정)·송정아(송)·백명희(백)는 2018년 말 전문성 교육을 받은 뒤, 2019년 초부터 서울대 어린이병원을 기점으로 꾸준히 액터배우로서 활동해오고 있다.

최소 20년 이상 연기 경력을 지닌 대학로 터줏대감 배우들이다.

박혜수는 프랑스 배우 겸 영화감독 드니즈 살렘의 희곡 '우리 사이에 놓인 바다'를 번안한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박정미는 10대 소녀부터 60대 할머니를 연기한 '작은 할머니', 송정아는 젠더 프리의 선구자 역과도 같은 영조를 연기한 '바람칼, 선인문에 불다', 백명희는 8년간 출연해온 2인극 '용띠 위에 개띠' 등으로 연기력을 인정 받았다.

자식들 곁을 지키느라 24시간 꼼짝할 수 없었던 보호자들은, 이 배우들이 하루에 3시간가량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짬을 내 샤워를 하거나 숨을 돌린다.

하지만 배우들은 최근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영상을 통해 환아들을 만나고 있다. 최근 종로구에서 만난 네 배우와 듀오 '화이트(W.H.I.T.E)' 출신 김기형(김) 음악감독은 코로나19가 빨리 진정돼 환아들을 대면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송=예술 활동을 하면서 예술을 사회랑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액터 닥터'는 관객이 확장되는 경험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귀해요. 연극은 대본을 공부한 뒤 무대에 오르잖아요. 근데 아이들을 만날 때 대본이 없어요. 그래서 순발력이 필요하고, 더 어렵죠.

백=아이들을 환자로 보지 않는 게 중요해요. 모든 사람들이 환자로 보는데 우리마저 환자로 보면 안 되죠. 아이들과 사람 대 사람으로 교감하는 게 중요하지, 대상화하는 건 위험합니다.

혜=사실 아이들과 3시간을 보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아이들이 계속 주사를 맞고, 약을 먹어 긴장된 상태에 있죠. 음식도 제대로 못 먹어요. 음식을 손으로 직접 만드는 듯한 감촉을 느끼게 해주는 장남감이 있어요. 그걸로 함께 놀아준 뒤에는 주사도 잘 맞고, 약도 잘 먹어요. 물리적인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어 다행이죠.

정=일부러 병원에 갈 때는 가장 밝은 옷을 입어요. 항상 무채색 환경에 놓여 있으니까, 아이들이 밝은 색에 더 반응을 하고 기분 좋아 하거든요. 옷차림뿐만 아니라 작은 것에 세심하게 신경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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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액터 닥터'. 2021.09.23. (사진 = 종로문화재단 제공) photo@newsis.com

송=노란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고 간 적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너무 신기해하면서 머리를 계속 만지는 거예요. 그날은 한 움큼 머리카락을 뽑히고 왔는데도 기분이 좋더라고요. 하하.

백=자기 장난감을 누구도 못 만지게 한 아이가 제게 그걸 만지게 해줬을 때는 잊을 수가 없어요. 어머니랑 간호사분들이 '아이가 선생님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감동을 받았죠.
 
혜=일곱 살 때 병동에서 석달동안 장기 격리 된 경험을 갖고 있어요. 엄마랑 선생님만 들어올 수 있었던 공간이었는데 참 심심했던 기억이 있어요. 제 담당 의사 선생님만 기다리며 복도만 왔다갔다 했죠.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는데, 그 때 경험을 떠올리면서 아이들을 더 진심으로 대하려고 해요. 

김=치밀한 호흡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는 배우분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명감이 없으면 해내지 못할, 힘든 일이기도 하죠.

백=함께 했던 아이들이 먼저 하늘나라로 가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어요. 허무하죠. 그 아이들을 계속 기억하려고 해요.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자식이 그리워도 얘기할 곳이 없잖아요. 그럴 때 누군가가 같이 기억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되면, 큰 힘이 될 거라 믿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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