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박정희 동상' 김영원 조각가 "난 보수, 진보 아닌 예술파"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박정희대통령 동상 기증식이 열린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 앞에서 동상건립추진모임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김영원(70) 조각가(맨 오른쪽) 2017.11.13. [email protected]
"난 정치하는 사람 아냐…동상 둘러싼 갈등 착잡"
"박정희 기념관에 박정희 동상 있는 것은 당연"
"장소 선택 관여 안해…동상 빛 못볼까 가슴 아파"
"역대 대통령 모두 산업화·민주화 소중한 지도자"
"김대중 전 대통령 동상 의뢰 와도 당연히 해드려"
【서울=뉴시스】 유자비 기자 = 14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태어난 지 100주년이 된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의 동상 건립을 두고 찬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전날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에서 열린 동상 기증식은 설치를 지지하는 쪽과 반대하는 측이 충돌하며 소란 속에 진행됐다. 조만간 거쳐야 할 서울시 심의도 어떤 결과가 나오든 한쪽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사회적 이슈가 된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직접 제작한 김영원(70) 조각가는 기증식이 끝난 뒤 13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가슴 아프다. 마음이 착잡하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홍익대 미술대학 학장을 지낸 그는 광화문의 세종대왕 동상을 만든 작가로 잘 알려진 조각계 원로다. 그는 얼마 전 보수단체 '이승만·트루먼·박정희 동상건립추진모임'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4m 높이의 박 전 대통령·이승만 전 대통령·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동상을 만들었다.
김 조각가는 동상 제의를 받아들이게 된 배경을 묻자 "배경이란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난 조각가고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다. 난 우리나라 근현대사가 굉장히 영광스럽다"며 "한국은 단시간에 세계 10위 경제권에 들어갔다. 우리가 어릴 때 헐벗고 산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너무 잘 산다. 모두 근현대사를 이끌어온 지도자들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김영원 조각가는 역대 대통령 10명의 동상을 제작한 바 있다. 옛 대통령 별장인 충북 청주 청남대에 설치된 250㎝ 크기의 대통령 동상들이 그의 작품이다.
김 조각가는 "당시 이승만 초대 대통령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10명의 동상을 만들기 위해 자료를 찾다보니 새삼스럽게 그들 업적을 존경하게 됐다. 내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조국의 지도자를 내가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들 중 한 사람의 동상을 만든 것이 무엇이 잘못된 건인가, 이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영원(70) 조각가는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을 제작한 바 있다. (사진=뉴시스 DB)
그는 "(동상 건립을) 반대하는 분들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는지 모르지만 난 일반 국민"이라고도 덧붙였다.
김 조각가는 "어느 나라를 가도 기념관 내 주인공의 동상은 다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에 박 전 대통령의 동상이 있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음이 착잡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근현대사 굽이굽이마다 (역대 대통령들은) 자기 역할을 다 하셨다. 어떤 분은 산업화에, 어떤 분은 민주화에 이바지한 모두 소중한 지도자들"이라며 "누구든지 그 나라 역사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나라 역사를 폄하하고 미워하면서 무슨 발전이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청남대에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상도 잘 만들어졌다. 김 전 대통령 동상 제작 의뢰가 온다면 난 당연히 해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차 "난 정치 논리가 아니고 예술 논리"라며 "보수파냐 진보파냐가 아니고 예술파"라고 단언했다.
김 조각가는 "난 장소 선택에 관여할 입장도 아니고, 그럴 능력도 없다. 작가니까 작품에만 관심이 있다"며 "다만 동상이 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부분이 가슴 아프다"고 털어놨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상을 제작할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그 부분은 좀 더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기념재단)은 지난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대통령 기념·도서관에서 박 전 대통령 동상 기증식을 개최했다.
기증식에서 동상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기념재단은 당초 이날 동상을 건립할 예정이었으나 절차 문제가 지적되자 기증서만 전달했다. 기념도서관은 시유지를 무상으로 빌려 쓰고 있어 조형물을 세우려면 서울시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김 조각가가 만든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은 기념도서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모처에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