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최대압박에 北식량난 악화…의료지원도 막혀" 전문가들
농기구용 석유와 농자재 금수가 농업 고사
의료지원 막아 5년내 결핵 사망자 20만 증가
"제재 밀어부쳐 주민 굶기는 건 비도덕적"
【평양=AP/뉴시스】지난 13일 평양의 한 식품 공장에서 이곳 작업자가 쌓여있는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북한 공장들은 도시의 상점에 품질 좋고 먹음직스러운 먹거리를 공급하고 있으나 북한 정부와 국제 원조 단체들은 북한이 심각한 식량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2019.03.22.
【서울=뉴시스】강영진 기자 = 최근 10년 사이 지난해 곡물 수확이 최저로 떨어진 북한이 식량 배급량을 크게 줄이는 한편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결핵 감염률로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인도주의 활동가들과 식량 안전 전문가들이 미국의 '최대압박'이 북한의 식량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국의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이 "적절한 시점에 긍정적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청와대가 밝혔으나, 북한 핵프로그램을 중단시키기 위한 국제적 대북 재재는 여전히 강력히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분석가들은 북한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핵개발과 군사 프로젝트에 막대한 돈을 쓰고 있는 북한 당국에 궁극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의료 및 인도주의 활동가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석유수입 제한이 북한의 농업을 고사시키고 핵심적인 의료지원이 전달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WP는 전했다.
영국 SOIS대학교 헤이즐 스미스 한국학 교수는 "기초적인 자급 농업 이외에 석유 없이 생존할 수 있는 농업 부문은 전세계 단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스미스 교수는 관개작업, 작물 및 식량 운송, 전력 생산, 저장 시설 운영에 필요한 석유와 천연가스가 있어야 북한 주민들이 먹고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엔과 세계식량계획(WFP)이 지난 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다음 수확때까지 북한 주민 1000만명 이상이 충분한 식량을 공급받지 못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곡물 수확은 가뭄, 고온, 홍수로 인해 최근 10년 사이 최저수준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또 "연료와 비료 및 영농장비 부품 등 자재 공급 부족이 심각하게 악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으며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WFP는 "농업 생산에 필요한 특정 품목의 수입 제한"으로 인해 "제재가 의도치 않게 농업에 영향을 미쳤다"고 적시했다.
스미스 교수는 수십만명의 아사자가 발생한 1990년대의 식량난이 재연할 것이라는 징후는 없으나 커다란 위기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북한이 주민을 먹여 살릴 책임이 있다는 점 때문에 유엔이나 국제사회가 "정부 잘못에 보복하기 위해 주민들을 굶기는" 정도까지 제재를 밀어부칠 법적, 도덕적 권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이 '최대 압박'의 일환으로 AIDS, 결핵, 말라리아 퇴치 국제기금이 지난해 북한에서 결핵 퇴치활동을 중단하도록 압력을 넣은 것으로 믿고 있다.
한미의학협회 북한프로그램 책임자는 결핵퇴치활동의 중단 결정으로 앞으로 5년 동안 20만명이 사망하게 될 것이며 다제내성 결핵의 확산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의 식량난에 대해 보도되는 내용을 인지하고 있으며 "북한 주민들의 복지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히고 "제재가 철저히 이행되도록 하면서 북한 주민에 대한 정당한 인도주의적 지원이 방해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라고 밝혔다.
한편 북한 주민 상당수가 의존하는 식량배급은 연중 최저수준인 하루 300g으로 줄었으며 다음 수확철까지 6월~10월 사이에 추가로 삭감될 수 있다고 유엔은 전망했다.
유엔 보고서는 또 "곡물과 다양한 식자재 공급 부족으로 주민들이 끼니를 거르거나 식사량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면서 어린이와 임산부가 특히 영양실조의 위험에 빠져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북한 당국이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에 사용하는 돈으로 유엔의 요청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응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북한 문제를 담당했던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유엔이 수십년 동안 대책없이 북한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면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북한이 굶주리는 주민을 제재에 대한 인간방패로 사용하는 것을 부지불식간에 영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담당 특별대표는 그같이 주장한다고 해서 외부 세계가 북한을 지원할 책임을 면제되지 않는다면서 "북한 주민들이 원해서 벌어지는 상황이 아니다. 북한은 악질적이고 끔직한 국가이며 지구상에서 가장 사악한 지도자가 가운데 한 사람이 내린 결정이다. 식량이 지원되지 않으면 북한 당국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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