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징계자 공개하라"…이탄희 전 판사, SNS 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촉발시킨 전직 판사
법관 10명 징계 청구 대해 '명단 공개' 요구
"못 본 체 한다고 없어지는 것 아냐" 지적도
【서울=뉴시스】이탄희 전 판사(사진=뉴시스DB). 2019.01.29. [email protected]
이 전 판사는 9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린 글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전 판사는 지난 2017년 2월 법원행정처 심의관 발령 후 법관들을 상대로 뒷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말을 들은 뒤 사표를 제출했다. 이같은 정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촉발됐다.
이후 검찰 수사가 진행됐고, 결국 양 전 대법원장 등 당시 사법부 최고위급 법관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판사는 지난 1월 법원 내부망에 올린 글을 통해 사직서 제출 사실을 알렸고, 이후 공익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앞서 이날 김명수 대법원장은 고등법원 부장판사 3명과 지방법원 부장판사 7명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현직 판사 10명에 대해 추가로 징계를 청구했다.
대법원은 이번 징계 청구에 사법행정권 남용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판사 8명 중 5명이 포함됐고, 나머지 3명은 지난해 이미 징계 청구가 됐거나 기소 당시 이미 징계시효가 지났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징계 대상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이 전 판사는 "대법원장이 검찰의 통보대로 징계를 해야 할 의무는 없다"며 "징계시효가 도과된 부분도 애써 눈감아 보겠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재판받는 국민은 내 사건을 맡은 판사가 명단에 포함돼 있는지, 포함됐다면 어떤 비위사실이었는지, 징계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어떤 근거인지 알 권리가 있다"며 "그래야 나머지 2900여명의 판사들도 자유로워진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은 판사를 고를 수가 없다. 국민은 불안하다"며 "이미 일정 부분 드러난 사실이 있는데 못 본 체 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잖나. 자기 자신을 속이면 그때부터 사람의 영혼은 병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 전 판사는 이날 김 대법원장이 밝힌 입장문에서 ▲폐쇄적 문화 개선 ▲국민의 눈높이 ▲국민의 굳건한 믿음 회복 등의 문구를 지목하면서 "명단과 비위내용을 비공개하면서 '폐쇄적 문화 개선'을 논하는 것이 국민의 마음에 와 닿겠는가"고도 반문했다.
그러면서 "재판받는 국민의 시각을 무시하면서 '국민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겠는가. 과연 이대로 '국민의 굳건한 믿음'이 회복되겠는가"고 꼬집었다.
이 전 판사는 "징계는 행위자에 대한 것이기 이전에 그 행위에 대한 것이다. 면죄부를 주면 그 비위행위를 용인하게 된다"며 "이는 젊은 공직자들에게 가치관의 혼란을 주는 일이고, 젊은 판사들의 대의를 훼손하는 일이며, 그동안 믿고 응원해준 국민들을 냉소 쪽으로 유도하는 일"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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