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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 사보타주 배후" VS 이란 "분쟁 격화 음모"

등록 2019.05.14 18: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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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중동 동맹국, 이란포비아 극대화 시도…증거는 제시 안해

이란 "모험주의 안돼"…예멘 후티 반군 범행 가능성도 언급

英 가디언 "공격 무기, 수중 장치라면 에멘 분쟁 투입 기뢰"


【푸자이라=UAE국가언론위원회·AP/뉴시스】아랍에미리트(UAE) 동부 영해에서 지난 12일 '사보타주 공격'을 받은 UAE국적의 선박 A 마이클 호의 13일(현지시간) 모습. 미국은 이 사건과 관련해 이란을 의심하고 있지만 이란은 혐의를 일축하고 있다. 사진은 UAE 국가언론위원회가 제공한 것이다. 2019.05.14

【푸자이라=UAE국가언론위원회·AP/뉴시스】아랍에미리트(UAE) 동부 영해에서 지난 12일 '사보타주 공격'을 받은 UAE국적의 선박 A 마이클 호의 13일(현지시간) 모습. 미국은 이 사건과 관련해 이란을 의심하고 있지만 이란은 혐의를 일축하고 있다. 사진은 UAE 국가언론위원회가 제공한 것이다. 2019.05.14

【서울=뉴시스】이재우 기자 =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 사이의 호르무즈해협에서 상선 4척이 배후가 확인되지 않은 사보타주(의도적인 파괴행위)를 당하면서 이란과 미국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사보타주 주체와 방식, 피해 상황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미국과 미국의 중동 동맹국들은 이란을 사실상 배후로 지목하고 날을 세우고 있다. 피해 상선이 속한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물론 오만과 요르단 등 아랍 국가들은 '이란포비아(이란 공포증)'을 매개로 결집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연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전쟁을 일으키려는 모험주의를 중단하라고도 했다. 이란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사우디와 UAE가 주도하는 아랍연합군과 교전 중인 예멘 후티반군 소행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영국 가디언, 사우디 알아라비야, 이란 테헤란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사우디, UAE 모두 공개적으로 이란을 이번 사보타주의 배후로 지목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이란을 배후로 생각하는 모양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는 WSJ에 전날 호르무즈 해협 남쪽 UAE 푸자이라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 2척, UAE 유조선 1척, 노르웨이 상선 1척에 대한 사보타주의 배후는 이란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단 배후로 지목한 근거에 제시하지 않았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전임 행정부가 이란과 체결한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제재를 부활하는 등 연일 각을 세우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이 역내 영향력을 포기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위협을 중단하길 원하고 있다.

미국은 목표 달성을 위해 군사 행동도 배제하지 않는 모양새다. 미국은 이번 사건 발생 전 이미 이란이 중동 주둔 미군을 공격하려는 징후를 포착했다며 중동에 항공모함 전단과 핵 폭격기, 상륙함을 배치했다. 지상군 배치를 검토 중이라는 뉴욕타임스(NYT) 보도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과 전쟁 중이냐, 체제 교체(레짐체인지)를 모색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가부 답변 없이 "만일 이란이 어떤 일을 한다면 매우 나쁜 실수일 것"이라며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러시아 방문 일정 일부를 취소하고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로 날아가 이란을 힐난했다.

사우디와 UAE도 이란을 직접적으로 비난하지는 않고 있다. 단 미군과 사우디 고위관계자는 가디언에 테러의 배후를 아직 확인하지 못했지만 이란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에너지 장관은 전날 성명에서 이번 공격은 항행의 자유와 전세계 석유 공급의 안전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언급한 이란을 간접 지목했다.

【푸자이라=UAE국가언론위원회·AP/뉴시스】아랍에미리트(UAE) 동부 영해에서 '사보타주 공격'을 받은 노르웨이 국적의 유조선 MT 안드레아 빅토리호의 13일(현지시간)모습. 배 앞 아래 부분이 어딘가에 충돌한 듯 부서져 있다. 미국은 이 사건과 관련해 이란을 의심하고 있지만 이란은 혐의를 일축하고 있다. 사진은 UAE 국가언론위원회가 제공한 것이다. 2019.05.14

【푸자이라=UAE국가언론위원회·AP/뉴시스】아랍에미리트(UAE) 동부 영해에서 '사보타주 공격'을 받은 노르웨이 국적의 유조선 MT 안드레아 빅토리호의 13일(현지시간)모습. 배 앞 아래 부분이 어딘가에 충돌한 듯 부서져 있다. 미국은 이 사건과 관련해 이란을 의심하고 있지만 이란은 혐의를 일축하고 있다. 사진은 UAE 국가언론위원회가 제공한 것이다. 2019.05.14

사우디 매체 알 알아라비야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연관된 일부 언론인들이 이번 공격의 배후에 이른바 '저항세력의 아들(son of resistance)들이 있다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알아라비야에 따르면 저항의 아들이란 용어는 이란의 정치인과 군인, 또는 민병대를 지칭할 때 사용된다. 이란 국영 SPA통신은 오만과 요르단, 걸프협력회의(GCC) 등 아랍권에서 이번 사보타주 사건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와 UAE는 이번 사보타주로 '선박 구조에 중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발표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정보들을 공개하지 않아 이란의 반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가디언이 인용한 현지 근로자와 보안 관계자에 따르면 푸자이라항은 13일 현재 정상 운영 중이지만 피해 선박들은 입항하지 않고 있다.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전날 성명에서 "공격 상황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라"며 이번 사건과 무관함을 주장했다. 그는 이 지역의 분쟁에 불을 붙이려는 음모의 일환으로 사보타주가 발생했을 수 있다면서 조속한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전쟁을 야기하는 모험주의 배격도 요구했다.

이란 매체인 테헤란타임스는 사우디와 UAE가 사보타주 사건 관련 뉴스를 검열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두 나라가 예멘과 서아시아 지역에서 자행한 테러 행위의 결과에 예상보다 일찍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아니라, 양국이 후원하는 아랍연합군과 교전 중인 예멘 후티 반군의 소행일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실제 예멘 후티 반군은 사우디와 UAE에 탄도 미사일 공격을 빈번하게 자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드론을 이용해 사우디 정유공장과 UAE 국제공항을 공격했다.

이와 관련해 가디언은 노르웨이 선박이 '알 수 없는 물체'에 공격 받았다고 보고했다면서 공격에 사용된 무기 종류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만약 수중 장치라면 예멘 분쟁에 투입된 해군 기뢰 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유럽 국가들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했다. 제레미 헌트 영국 외교부 장관은 우발적으로 이란과 충돌이 벌어질 위험이 있다면서 일종의 휴지기를 주문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도 우리는 미국과 이란 사이에 군사적인 충돌이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폼페이오 장관과 회동 전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 등 JCPOA 서명국간 합의 준수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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