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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별 보험료 차등, 자동 안정화 장치…연금개혁 순조롭게 될까

등록 2024.08.30 06:30:00수정 2024.08.30 07: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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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개혁안 발표…사회적 합의까지 험로 예상

"차등 인상, 세대 어떻게 나누든 불만 나올 것"

"생활여력 취약한 중장년 지원 필수" 의견도

'자동 안정 장치'도 우려 커…"한국은 시기상조"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8.29.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8.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9일 발표한 연금개혁안 중 가장 큰 화두는 '세대별 차등 보험료 인상'과 '자동 안정화 장치 도입' 두 가지다.

두 안 모두 쟁점이 첨예하지만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거나 부작용 우려가 큰 상황이라 향후 사회적 합의 과정에서 험난한 논의가 예상된다.

이날 윤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을 통해 밝힌 연금개혁 방안 중 하나로 제시한 '세대별 차등 보험료 인상'은 보험료를 올릴 때 청년세대와 중장년세대의 연간 인상 비율에 차이를 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청년세대의 보험료율은 더 천천히 오른다.

이는 국민연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는 젊은 세대의 부담을 낮추고자 정부가 마련한 방안이다. 지난해 제5차 재정추계에 따르면 현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55년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따라 젊은이들 사이에선 "연금을 내고 싶지 않는 심정"이라는 불만까지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브리핑에서 '세대간 공정성'을 연금개혁 3대 원칙 중 하나로 꼽으며 "가장 오래 가장 많이 보험료를 내고 연금은 가장 늦게 받는 청년 세대가 수긍할 수 있는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학계와 시민단체에선 차등 인상안이 세대 갈등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같은 세대 안에서도 고용형태 등 놓인 조건이 다른데 능력이 아닌 연령대로 사람들을 묶어 같은 보험료율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세대를 나누는 분명한 기준이 없다. 어떻게 나눠도 보험료를 빨리 올리는 축에 속한 사람들은 불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60대 다음으로 비정규직이 많은 세대가 50대다. 30대 남자 비정규직은 18%밖에 되지 않는다"며 "50대 비정규직은 빨리 올리고 30대 정규직은 천천히 올리는 게 과연 형평에 맞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에서 "국민연금제도의 근간은 '세대 간 연대'와 '세대 내 소득재분배'"라며 세대별 차등보험료 인상은 이러한 연대를 훼손하고, 제도를 둘러싼 과장된 논란을 통해 형성된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차등 인상안을 긍정적으로 보는 쪽에서도 경제력이 떨어지는 중장년층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복지시민단체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이날 논평에서 "차등보험료안은 연령대별 형평성을 개선하는 취지를 지닐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인상안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생활여력이 취약한 중장년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소속 회원들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시민의 선택을 존중하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5.26.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소속 회원들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시민의 선택을 존중하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5.26. [email protected]


정부가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도입을 추진하는 '자동 안정화 장치'의 경우 더욱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자동 안정화 장치는 인구구조나 경제상황 등에 따라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윤 대통령은 이날 모수조정만으로는 기금소진연도를 충분히 연장할 수 없다며 자동안정장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노후 소득 보장이 불안정한 현 시점의 우리나라엔 시기상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  요구가 큰 상황과 반대로 가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남 교수는 "자동 안정화 장치를 도입한 나라를 보면 보험료가 상당히 높고 급여도 높고 노인 빈곤이 낮은 상태에서 도입했다. 우리는 그 모든 조건이 안 맞다"며 현 시기 도입을 반대했다.

그는 "핀란드의 경우 자동 안정화 장치로 급여가 현재보다 2060년까지 25%가 깎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는 안 그래도 2028년까지 소득대체율이 40%로 떨어지게 돼 있는데, 거기서부터 자동안정화 장치를 적용하면 40%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또 자동 안정화 장치 도입 시 젊은 세대에서 급여가 깎이는 폭이 클 것이라며, 이는 정부가 강조하는 세대 간 형평 측면에서 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재정안정화가 어느 정도 이뤄지고 난 뒤에 자동 안정화 장치 도입을 검토하는 게 적절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국민연금은 제도 내부의 재정 불균형이 무척 큰 상황이다. 이 상태에서 자동 안정화 장치를 도입하면 급격한 급여 인하 혹은 보험료 인상 등 급격한 고강도 개혁이 도출될 것"이라며 "자동 안정화 장치에 의한 연금 개혁 논의는 효과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했다.

노후소득보장 강화 방안으로 국민연금 외 기초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개혁도 제시됐지만 국민연금 자동 안정 장치로 인해 급여가 줄어드는 부분을 채우기엔 부족하단 시각이 많다. 나머지 연금도 개혁 필요성이 있지만, 국민연금은 거기에 기대지 않고 국민연금대로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남 교수는 퇴직연금에 대해 "2005년 도입돼 가입률은 40%대지만 수급률은 0.2%다. 이 제도를 언제 강화하나. 이를 믿고서 자동 안정 장치로 국민연금 급여를 깎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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