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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 만날 수 있을까요"…이젠 '초고령' 이산가족의 눈물

등록 2024.09.15 07:00:00수정 2024.09.15 08:4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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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생존자 3만8천여명…80세 이상 약 66%

2000년부터 대면·화상 상봉 인원 약 2만4천명

상봉 가족 "너무 오랜 시간 지나 얼굴도 못 알아봐"

[서울=뉴시스] 15일 이산가족의 날을 맞아 뉴시스는 전날(14일) 이산가족 생존자 임화숙(91)씨의 사연을 청취했다. 사진은 임씨가 북한에서 가족과 함께 찍은 것으로, 왼쪽에서 두 번째 아래가 임씨. (사진=임화숙씨 제공) 2024.09.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15일 이산가족의 날을 맞아 뉴시스는 전날(14일) 이산가족 생존자 임화숙(91)씨의 사연을 청취했다. 사진은 임씨가 북한에서 가족과 함께 찍은 것으로, 왼쪽에서 두 번째 아래가 임씨. (사진=임화숙씨 제공) 2024.09.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경기=뉴시스]  오정우 기자 = "이제 아흔이 넘었으니까 살 날도 많이 남지 않았고…언니들은 이제 100살을 넘겼을 텐데 만나도 알아볼 수 있을까요."

이산가족 생존자 임화숙(91)씨는 납북된 아버지와 북한에 있는 언니 3명을 눈을 감기 전에 만나지 못할 것 같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들이 좋아했던 녹두 부침개와 굴비를 함께 먹고 싶었다는 임씨는 해가 바뀔수록 점점 희망의 불씨가 사그라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뉴시스는 15일 이산가족의 날을 맞아 전날(14일) 임씨의 사연을 청취했다.

가족과 두 차례의 이별을 겪었다는 임씨. 1947년 일가족 8명과 함께 평양에서 서울로 야반도주를 할 무렵 처음으로 헤어짐을 맞았다. 당시 임씨는 결혼한 언니 세 명과 아무런 연락도 나누지 못 한 채 떠났다고 했다.

끝내 이들을 만나지 못한 임씨는 "세 언니 다 생사를 알 수가 없다"며 "큰 언니는 폭발이 크게 난 사리원 근처라 아마 죽었을 거라고 짐작만 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임씨의 두 번째 이별 대상은 아버지였다. 임씨의 아버지는 서울로 들이닥친 북한 인민군에 의해 1950년 8월25일 서울 중구 신당동 모처로 끌려 갔다. 임씨는 수소문 끝에 무작정 수용소를 찾아갔다. 그리고 아버지를 발견했다. 하지만 인민군의 '누구냐' 소리에 놀라 부리나케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아버지가 살아있으리라 희망의 끊을 놓지 않던 임씨는 1985년 '이산가족 대면 상봉' 물꼬가 터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줄기차게 상봉 신청서를 작성했다. 형제자매를 만난 다른 이산가족을 보면서 '우리도 언젠가는 만나겠지'라는 기대감을 키워갔지만 끝내 상봉하지 못했다.

"차라리 그 날 아버지를 보지 말걸 그랬어요…아버지는 아마 죽었겠죠?"

아버지를 볼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짙어질 무렵 임씨는 아버지를 호적에서 '행방불명'에서 '사망'으로 처리했다고 했다. 임씨가 마지막으로 본 아버지의 모습은 어두컴컴한 방공호에서 수염이 거뭇거뭇하게 난 모습이었다고 한다.
[경기=뉴시스] 2005년 11차 남북 대면 상봉을 통해 가족을 만난 경기 광주의 김모(91)씨. (사진=김씨 제공) 2024.09.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경기=뉴시스] 2005년 11차 남북 대면 상봉을 통해 가족을 만난 경기 광주의 김모(91)씨. (사진=김씨 제공) 2024.09.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임씨처럼 분단으로 가족과의 생이별을 겪은 후 다시 상봉하게 된 경우는 많지 않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1988년부터 올해 7월까지 이산가족 신청 인원은 13만4057명이다. 이 중 3만8139명(28.4%)만이 생존한 가운데 약 1년 전보다 6000명이 세상을 떠난 상황이다. 여기에 2000년부터 27차례에 걸쳐 대면·화상으로 상봉한 인원이 2만4352명에 그친다.

특히 이산가족 당사자 대다수가 이제는 초고령 세대가 되어버렸다. 생존자 3명 중 2명(66.9%)은 80세 이상이고, 90세 이상은 1만2130명(32.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씨의 경우에도 "하루하루 일어날 때마다 건강이 달라진다는 게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이어 "같이 내려온 둘째 남동생이 딱 1년 전에 숨졌다"며 "어머니가 살아계실 적에도 만나지 못했고 자식·손주들이 상봉에 관심 없어 하는 때가 있어서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상봉을 한다고 해도 기억이 옅어질 대로 옅어질 만큼 오랜 시간이 지나버려서 제대로된 만남을 가지지 못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경기 광주에서 만난 김모(91)씨는 2005년 11차 상봉을 통해 여동생과 조카를 만났다고 했다. 그러나 세월이 많이 지난 탓에 서로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김씨는 "1·4후퇴 때 이별하고 약 54년 만에 동생을 만나 처음에는 몰라봤다"며 "어머니 얼굴도 기억나지 않아 사진을 봐야 기억이 났을 정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2박3일 중 남한 당국이 지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만날 수 있어 허심탄회한 얘기를 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또 "다시 만나 가족 사진도 주고 얘기를 나누고 싶지만 나이가 들어 폐암 등 여러 병을 앓고 있다"며 "아마 다시 만나기는 어렵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눈물을 흘렸다.

한편 통일부는 이러한 문제 해결과 국민 인식 제고를 위해 2022년 7월 이산가족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설문 조사를 거쳐 추석 이틀 전을 이산가족의 날로 정한 당국은 지난해에 이어 이날 오전 한국방송공사(KBS) 아트홀에서 이산가족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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