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소멸위기 현주소⑤]지역 생존 문제로 떠오른 '전남형 멜팅팟'
전남 생산가능인구 전국 최저…체류 외국인·외국인근로자 증가율 1위
"지역성장 버팀목" 비자 등 법·제도 정비, 정착·화합 여건 개선에 주력
'지역 맞춤형 멜팅팟·모자이크' 구상에 올 인…"성공 모델을 만들겠다"
[영암=뉴시스] 박기웅 기자 = 전남 영암군 삼호읍 한 도로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DB) 2024.03.12. [email protected]
[무안=뉴시스] 송창헌 기자 = 영국 옥스포드대 데이비드 콜먼 교수가 "인구소멸 국가 1호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대통령이 "저출산은 국가비상사태"라고 언급한 가운데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시카고대 마이클 크레이머 교수는 저출산·고령화 해결책의 하나로 이민정책을 제시했다.
이민정책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키우고, 경제활동 인구를 늘려 인구 절벽이 불러온 지역 소멸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지역 소멸시대 '이민'은 더 이상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260만 명에 육박하며 이주민이 총인구의 5%를 차지하는, 사실상 '다문화 사회'에 진입했다.
국가적으로도 '출입국·이민관리청' 신설을 검토 중이고, 각 지자체도 소멸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이민정책을 이미 시행 중이거나 구상 중에 있다.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함께 외국인정책 마스터플랜도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이주·취업·정착을 일괄 지원하거나 유학생 장학금을 신설하고, 빈집을 정비해 이민자에게 제공하는 등 '외국인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민정책은 시·도지사협의회 핵심 현안으로 떠올랐고, 법무부가 지난 13일 지역 맞춤형 '광역비자' 도입과 지자체의 외국인 정책 참여 확대를 전향적으로 발표한 것도 이같은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특히, 광역비자는 비수도권 도(道) 단위 광역지자체장이 추천하면 법무장관이 발급하는 것으로, 체류 기간과 자격 요건은 물론 선발, 입국, 교육, 취업 등 전 분야를 광역지자체가 총괄관리하는 제도로 실효성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경북, 전남 등이 지방분권 등과 맞물려 주창해온 시스템이다.
미국의 멜팅팟, 캐나다의 모자이크로 상징되는 이민정책이 국가적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낙후의 대명사'인 전남의 상황은 더욱 절박하고 시급하다. 여러 수치가 이를 대변한다.
1990년대 250만 명이던 인구는 180만 명 선마저 무너졌고, 50만 청년층도 붕괴 직전이다. 22개 시·군 중 13곳은 이미 '지방소멸 위기지역'으로 분류됐다.
특히 최근 5년새 청년(18∼39세) 인구 6만7000여 명이 줄어드는 등 전남의 청년비율은 전국 최하위인 반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6.4%로 전국 최다를 기록하면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전국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남의 체류 외국인은 올 상반기 5만3506명으로, 최근 5년 간 전국 시·도 중 가장 큰 폭(54.5%)으로 증가했다. 2명 중 한 명 꼴로 외국인 노동자고, 산업 현장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20∼49세 비중은 80%를 넘어섰다. 전남 전체 인구에서 20∼49세가 차지하는 비중의 두 배 수준이다.
"외국 인력 없이는 전남의 성장이 없다" "농축수산업과 뿌리산업의 버팀목"이라는 말들이 나오는 까닭이기도 하다.
[보성=뉴시스] 김혜인 기자 = 추석 연휴를 사흘 앞둔 25일 오후 전남 보성군 벌교버스공용터미널이 썰렁한 모습이다. 민간 사업자가 운영하던 보성벌교터미널은 지난 6월 30일 경영난으로 폐업한 이후 보성군이 임차 운영해오고 있다. 2023.09.25. [email protected]
전남도는 올해를 '지방소멸 극복 원년'으로 정하고 출생, 청년과 함께 이민을 3대 키워드로 삼고 관련 정책에 행정력을 올인하고 나섰다. 이민을 지역의 생존이 달린 문제로 보고 '정착'과 '화합'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우선, 영암과 해남, 고흥 등 6개 시·군에서 제조업 위주로 허용하고 있는 지역특화형 비자(F-2-R, F-4-R)를 돌봄서비스 등으로 확대, 외국인 장기체류 관련 비자제도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크레이머 교수가 제안한 외국인근로자를 활용한 노인돌봄과도 일맥상통한다.
또 숙련기능인력(E74) 도지사 추천제를 통한 전문인력 정주를 유도하는 한편 국가제도화의 디딤돌이 마련된 광역비자와 관련해선 도내 주요 비자에 대한 지역특화 유형 신설과 비자 설계권 지방 이양, 전남특별자치도법(안)에 '전남 (장기) 체류자격' 조항 신설을 강력히 추진 중에 있다.
지난 8월 도비 5억 원을 들여 대불산단에 첫 설치된 '전남 이민·외국인종합지원센터'와 '외국인주민통합지원 콜센터'는 한국어교육과 일자리 정보, 비자 전환, 노무 상담 등에 든든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숙사 신축, 빈집 등 유휴 시설을 리모델링해 외국인 농촌근로자들에게 안정적 생활공간을 제공하고, 전국 최초로 외국인 주민 거점진료센터도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 5월부터는 '전남형 이민정책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고, 내년 상반기까지 산업수요에 기반한 이민정책 모델을 마련하기 위해 도내 기업과 외국인 실태조사도 병행하고 있다.
아울러 충분한 공론화 과정없이 이민정책을 추진할 경우 자칫 선주민과 이주민 사이 갈등, 차별과 혐오라는 사회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고 판단, 한국어 교육 등 사회통합 프로그램 운영을 확대·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전남 이민·외국인 종합지원센터와 22개 시·군 가족센터를 사회통합프로그램 운영기관으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남도의 판단이다.
이외에도 올해 11월 '다문화 박람회'를 '세계인의 날 기념식'과 함께 개최하고, 어린이 사생대회, 문화예술 경연대회, 각국 문화체험, 외국인 주민 인식개선 다큐멘터리와 공익캠페인도 진행할 예정이다.
유영민 전남도 이민정책과장은 "지방소멸을 막는 징검다리로서 지역주도의 적극적인 이민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유치에서 정착, 통합에 이르는 지역 이민정책의 성공 모델로 지역 소멸과 인구 감소 위기를 극복하는 선도 지자체를 만드는데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 주민 비자발급 지원. (사진=전남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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