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이자 파격 '지크수', '지저스 그 자체' 마이클리[이예슬의 쇼믈리에]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리뷰
[서울=뉴시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2022년 공연 사진. (사진=블루스테이지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예수는 겟세마네 동산에 올라 절규하고 애원한다. 신의 아들인 동시에 인간인 그는 죽음이 두렵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그저 따르는 자로서 희생 앞에 순종하는 성자가 아니라 자신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울분에 차 포효하는 예수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이 뮤지컬은 1971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해 50년이 넘은, '고전'의 대열에 이름을 올린 작품이지만 여전히 동시대 관객에게 파격을 선사한다. 예수의 생애 중 마지막 7일을 다룬 이 극은 등장 캐릭터를 성서적 관점에 국한하지 않고 인간적 고뇌에 휩싸인 인물로 재해석했다.
이 뮤지컬이 긴 세월에도 생명력을 유지하는 이유는 단연코 음악의 힘에 있다. 뮤지컬계의 거장인 작사가 팀 라이스와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힘을 합쳐 명곡들을 쏟아냈다. 클래식을 기반으로 록 사운드를 입혀 강렬한 리듬과 풍성한 선율을 선보인다. 넘버 중 '겟세마네', '수퍼스타', '마음 속의 천국' 등이 대중적으로 유명하다.
지난 7일 있었던 이번 시즌의 첫 공연에서는 2000년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시몬 역을 맡은 후 여러 차례 이 작품에 출연해 온 마이클리가 예수를 연기했다. '지저스 그 자체'라는 평가를 듣는 배우다.
그는 고음을 동반하는 고난도 넘버는 물론이고 노래와 노래 사이의 호흡 하나, 군중들에게 이리 저리 내동댕이쳐지는 모습마저 한 장면 한 장면 공들여 연기했다. 한국 발음이 어눌하지만 대사 없이 노래로만 진행되는 성스루(sung-through) 뮤지컬이라 귀에 크게 걸리는 부분은 없었다.
[서울=뉴시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2022년 공연 사진. (사진=블루스테이지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너무 성스러운 게 아닐까 싶다면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극을 구성하는 넘버와 전개방식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극단적인 분위기를 넘나들어 보는 이들을 당황시킨다.
매질을 당한 채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힘겹게 오르는 예수의 앞에 죽은 유다가 나타나 마치 마이클 잭슨의 몸짓을 연상시키며 춤을 추는 '수퍼스타'가 특히 그렇다. 커튼콜에도 등장하는 흥겹고 유쾌한 리듬의 곡이지만 가사를 되짚어보면 유다는 예수에게 "당신은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희생했는가"를 도발적으로 묻는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을 앞두고 불경스럽기까지 하다.
들썩이던 무대 후 다시 장내는 무겁게 가라앉는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최후의 장면이다. 다만 뮤지컬에서 예수의 부활은 없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여전히 파격이라 부를 만한 지점이다.
내년 1월12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한다.
★공연 페어링 : 그리스도의 피
[서울=뉴시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2022년 공연 사진. (사진=블루스테이지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넘버 '마지막 만찬'은 다가올 자신의 운명을 아는 예수와 이를 모르는 제자들이 함께한 마지막 식사를 다룬다. 이 장면에서 그려지듯 예수가 와인을 자신의 피라고 일컬은 성서의 기록 덕분에 와인은 기독교에서 신성한 술로 여겨졌다. 이에 와인 양조기술 및 산업의 발전은 교회의 역사와 밀접한 연관을 띠게 됐다.
'교황의 와인'이라는 별칭이 붙은 샤토네프 뒤 파프(Châteauneuf-du-Pape)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사 교과서에 접한 '아비뇽의 유수'가 기억나는가? 프랑스 왕의 권위가 교황의 권위를 압도하자 교황청이 아비뇽으로 쫓겨간 사건이다.
교황청이 터를 옮기자 사람도 모이고 자연히 교회에서 쓸 와인을 가까이서 조달할 필요성이 커졌는데, 이 때부터 아비뇽이 위치한 론 지역에서는 와인 산업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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