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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동궁·월지서 나온 조선백자에 '용왕' 등 글자 첫 확인

등록 2024.12.11 11: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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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용왕(龍王)'명 묵서가 쓰인 백자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4.12.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용왕(龍王)'명 묵서가 쓰인 백자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4.12.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경주 동궁과 월지에서 출토된 16세기 조선 백자들에서 '용왕' 등 다양한 내용을 먹으로 쓴 글자들이 처음 발견됐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월지 프로젝트' 중 최근 16세기 제작된 백자에서 '용왕(龍王)'을 비롯해 다양한 내용이 적힌 묵서(墨書)를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국립경주박물관은 1975~6년 발굴한 경주 동궁과 월지 출토품을 재정리해 종합 연구하는 '월지 프로젝트'를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다.

동궁과 월지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조선 자기편 8000여 점 중 이번에 묵서가 확인된 자기편은 130여 점이다.

대체로 16세기에 제작된 백자 굽 안에 묵서가 남겨져 있었다. 묵서 내용은 '용왕(龍王)', '기계요(杞溪窯)', '기(器)', '개석(介石)', '십(十)' 등 다양하다. 묵서 가운데는 '졔쥬', '산디' 등 한글도 확인됐다.
[서울=뉴시스] '용왕(龍王)'명 묵서가 쓰인 백자 세부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4.12.1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용왕(龍王)'명 묵서가 쓰인 백자 세부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4.12.11. [email protected]


그중 '용왕(龍王)'명 묵서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학계는 월지에서 출토된 '신심용왕(辛審龍王)'명 토기가 용왕 관련 제기이고, 삼국사기에 월지를 관장한 동궁관(東宮官)의 예하에 용왕전(龍王典)이란 관부가 있었다는 기록을 근거로, 월지에서 용왕 제사가 거행됐을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신라 멸망 후 월지 일대가 폐허처럼 변하면서 대체로 월지의 용왕 제사도 사라진 것으로 여겨 왔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용왕'이란 묵서가 쓰인 16세기 백자가 월지에서 여러 점 출토됨으로써 적어도 16세기까지는 월지가 용왕과 관련한 제사 또는 의례 공간으로 활용됐음이 분명해졌다"며 "제사 주재자를 뜻하는 '졔쥬'라는 한글 묵서가 확인된 점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계요(杞溪窯)'명 묵서는 경주부 기계현(오늘날 포항시 기계면 일대)의 가마에서 생산된 자기임을 의미한다.

세종실록 지리지에는 기계현 대지동리(오늘날 포항시 죽장면 지동리)에 도기소(陶器所)가 있다는 기록이 있다. 죽장면 감곡리·정자리 및 기북면 오덕리 등 조선시대 기계현에서는 발굴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백자 가마터가 학계에 보고된 바 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기계요(杞溪窯)'명 묵서는 기계현에서 생산된 자기의 유통망을 짐작케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십(十)'명 묵서는 '십(十)'에 점을 찍는 방식으로 변형한 사례가 함께 확인됐다. '십(十)'은 일부 변형이 이뤄진 예가 있어 숫자가 아니라 부호였을 가능성도 있다.
[서울=뉴시스] '개석'명 묵서가 쓰인 백자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4.12.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개석'명 묵서가 쓰인 백자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4.12.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개석(介石)'은 돌보다 단단해 절개를 굳게 지킨다는 뜻으로 사람 이름일 가능성이 있다. 백자의 소유자 또는 사용자를 구분하기 위한 목적으로 묵서를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경주박물관은 "16세기 백자 굽 부분에 남겨진 묵서는 조선 전기 경주 지역의 생활상은 물론, 월지가 갖는 의미 등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경주 지역에서 조선 전기의 한글 관련 자료가 보고된 적이 드물다는 점에서 월지에서 출토된 '졔쥬', '산디' 등 한글 묵서명 백자는 16세기 경주 지역의 한글문화를 연구하는 데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뉴시스] '내간'이 새겨진 추정 띠쇠 장식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4.12.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내간'이 새겨진 추정 띠쇠 장식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4.12.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통일신라시대 월지 주변 건물 금속장식에서도 명문이 확인됐다. 

문 모서리 부분을 마감한 띠쇠로 추정되는 금속장식 안에서 확인된 '내간(內干)'은 X선 촬영 결과, 한 글자만 날카로운 도구로 새겼고, 다른 세 글자는 끌을 짧게 쳐서 점선처럼 보이는 축조 기법으로 새겼음이 밝혀졌다.

'내간(內干)'은 통일신라시대 왕실과 궁궐 사무를 관장한 내성(內省)의 관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뉴시스] '의일사지(義壹舍知)'가 새겨진 금동판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4.12.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의일사지(義壹舍知)'가 새겨진 금동판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4.12.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처마 서까래 또는 난간 마구리 장식으로 추정되는 금동판에서 확인된 명문 '의일사지(義壹舍知)'는 종래에 '의일금지(義壹金知)'가 새겨진 것으로 보고됐다. 이번 X선 촬영 결과 '의일사지(義壹舍知)'로 확인됐다.

'사지'는 신라 17관등 가운데 13관등이다. '의일'은 '사지'의 수식어일 가능성도 있지만 사람 이름일 가능성이 크다.

국립경주박물관은 "동궁과 월지 창건이나 중수 시 공사에 직접 관여한 관리의 인명이 확인된 것은 '의일(義壹) 사지(舍知)'명 금동판이 처음"이라며 "그동안 학계에 이 금동판은 소재 미상으로 알려졌으나 실물을 처음으로 공개할 뿐만 아니라 기존 판독 오류를 정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내년 재개관하는 월지관에 이번에 확인된 조사 성과를 반영한 상설전시를 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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