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별량남초 60대 동창생 20여명, 참사 면했다
광주·전남거주 28명, "어디서 비행기 탈까" 의견 분분
동창 회장이 사비 500만원 내놓고 '국적기 이용' 제안
[순천=뉴시스] 전남 순천시가 30일 시청 현관앞에 제주항공 참사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고 분향 및 묵념하고 있다. (사진=순천시 제공) 2024.12.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31일 순천별량남초 29회 동창회에 따르면 회갑을 맞은 동창생 40여 명이 태국 방콕으로 단체여행을 떠나면서 무안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제주항공 대신 김해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대한항공편을 이용했다.
이들은 25일부터 29일까지 태국을 다녀왔다. 순천시 20명, 서울 등 수도권 20명, 광주광역시 8명 등 광주·전남만 28명이었다.
29일 오전 무안국제공항 착륙 중 화재가 발생한 제주항공과 비슷한 일정이었다.
서울이나 경기지역 동창들은 여행 일정에 맞춰 인천공항에서 출발했다. 나머지 28명은 광주와 가까운 무안국제공항과 원거리의 김해국제공항 등 두 공항에서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광주와 순천지역 일부 동창은 김해보다는 무안이 가까운 데다 비교적 저렴한 항공료, 주차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김해공항 주장은 조금 이동시간이 걸리더라도 국적기인 대한항공을 탑승하자는 주장을 폈다. 국적기 이용은 한 명당 50만~60만원의 비용이 추가된다는 점도 거론됐다.
결국 모임 회장인 이 모(60) 씨가 사비 500만원을 내면서 "국적기를 이용하자"는 제안에 따라 결론지어졌다.
동창생들은 태국에서 제주항공 희생자들과 비슷한 일정인 탓에 여행 마지막 날 선상 투어 중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행 중 친구를 만나 반가움을 나눈 동창생도 있었다. 이들은 29일 오전 방콕 수완폼 공항에서 서로 다른 항공기에 올랐지만 다시는 안부를 물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동창들은 제주항공 탑승자의 안타까운 희생 소식에 눈시울을 붉혔다. 의견분분했던 출발 전 모습이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사비를 들여 국적기를 추천한 이 회장에게도 감사의 메시지를 보냈다.
동창회장 이 모씨는 "우리만 살아남았다는 생각에 너무 죄스럽다"며 "부디 편안히 영면하시길 기도드린다"고 말했다.
사업가인 이 회장은 순천에서 인재육성장학금기탁과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쳐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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