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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유아인이 죽을 죄를 졌다고 하더라고요"

등록 2025.03.21 12:45:28수정 2025.03.21 14: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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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공개 영화 '승부' 김형주 감독 인터뷰

유아인 마약 사건으로 개봉 무기한 연기

"몇 달 동안 술만…견디는 수밖에 없었죠"

유아인 부친상 때 다시 만나 짧은 사과

코로나 후 유아인 4년 기다린 끝에 개봉

"우여곡절 끝에 핀 꽃이 더 아름다워요"

[인터뷰]"유아인이 죽을 죄를 졌다고 하더라고요"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죽을 죄를 졌다고 하더라고요. 짧은 사과였습니다."

김형주(45) 감독은 배우 유아인을 그가 부친상을 당했을 때 다시 마주했다고 했다. 김 감독이 연출한 영화 '승부'(3월26일 공개)는 유아인이 2023년 2월 마약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공개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유아인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고, 기소된 후 법정 구속돼 재판까지 받게 되면서 업계에선 이 작품이 대중과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왔다. 21일 만난 김 감독은 "몇 달 간 술만 마셨다"고 말했다. 영화를 완성한 뒤 개봉까지 2년을 기다렸고, 유아인 사건으로 다시 2년을 기다린 뒤에서야 '승부'는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됐다.



"사건이 터지고 나서 따로 연락하진 않았습니다. 배우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스킨십이 많은 편은 아니거든요. 사건 후에 따로 연락은 한 적은 없어요. 그러다가 부친상 때 조문을 가서 만나게 된 겁니다. 그때도 상황이 상황이니까 긴 대화를 하지 못했어요. 죽을 죄를 졌다며 드릴 말씀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김 감독 전작은 영화 '보안관'이다. 2017년에 나온 작품이라서 예정대로 2023년에 나왔더라도 6년을 기다린 끝에 새 작품을 내놓는 셈이었다. 그런데 2년이 더 걸렸다. "그 당시엔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그냥 견디는 수밖에 없었어요. 인생이 늘 좋을 순 없으니까요. 제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기였죠. 내가 그 동안 잘못 살았나 생각하기도 했죠. 그런데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고. 그 시기에 결혼을 하게 됐습니다.(웃음) 몇 개월 간 정신 못 차리고 살다가 정신 차리니까 신랑 입장하고 있더라고요."

처음에 유아인 마약 관련 기사가 나왔을 때 김 감독은 믿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첫 기사가 유아인 실명이 아닌 이니셜로 나왔을 땐 '또 누가 사고쳤나'라는 생각만 했다고 한다. 그 연예인이 유아인이라는 게 확인된 후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했다. "이 작품이 그대로 묻힐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감독은 잘못은 저질렀으니 처벌을 받으면 되고, 재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금은 많이 비워냈어요. 만약에 그때 기자들의 연락을 받았다면 제가 이렇게 말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웃음)"



앞서 김 감독은 "이병헌과 함께 유아인이 캐스팅 됐을 때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승부'는 한국을 대표하는 천재 바둑기사 조훈현·이창호의 이야기를 그린다. 조훈현이 제자 이창호와 대결에서 패한 뒤 다시 한 번 정상에 도전하는 과정이 담겼다. 이병헌이 조훈현을, 유아인이 이창호를 연기했다. 김 감독은 이병헌과 유아인이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처음 마주 앉았을 때 짜릿함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흔히 하는 표현으로 그는 유아인 사건으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그럼에도 유아인의 연기엔 만족한다고 했다.

"이병헌 선배에게 주눅 들지 않고 연기할 수 있는 배우를 원했어요. 그게 유아인 배우였습니다. 그간 유아인 배우는 음울하고 광기 어린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번엔 그가 지금껏 안 보여준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이런 사건이 있었다고 해서 유아인 배우에 대한 평가나 그와 작업하면서 있었던 좋은 기억까지 부정하긴 어렵습니다. 유아인 배우는 잘해줬어요."

코로나 사태로 제때 개봉하지 못했고, 기다림 끝에 공개일이 정해졌을 땐 유아인 사태로 다시 기다려야 했다. 말하자면 김 감독은 감독으로서 겪을 수 있는 모든 일을 겪었다. "멘탈이 정말 단단해졌어요.(웃음) 어지간한 일이라면 다 괜찮을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죠.(웃음)"

김 감독은 e스포츠 팬이라면서 T1 소속 프로게이머 오너(문현준)가 우승 문턱에서 좌절한 뒤 남겼던 말을 수시로 되뇌었다고 했다. "그 선수가 그런 말을 했어요. '얼마나 예쁜 꽃이 피려고 이러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우여곡절 끝에 핀 꽃'이라고요. 좋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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