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당뇨' 폭증하는데…칼로리 표시 없는 배달앱들
20대 당뇨 환자 4년 동안 약 50% 증가
'흑당라떼' 등 음료류도 성분표시 없어
표시 의무 미비…배달앱도 시정 소극적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서울 강서구의 한 음식점 앞에 배달앱 3사 스티커가 붙어있다. 2023.07.06. [email protected]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만성질환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당뇨 환자는 4만2657명으로 2018년(2만8888명)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체 당뇨병 환자 증가율은 21.8%로, 전 연령대에서 20대 당뇨병 환자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최근 몇 년간 '단짠단짠' '흑당'처럼 당과 나트륨이 과다함유된 음식이 유행하고, 코로나19 기간 배달음식 비중이 높아진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런 가운데 국내 외식업체 3분의 1이 배달앱을 이용할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지만 소비자는 배달앱에서 영양성분을 확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배달앱에 입점한 한 카페의 메뉴를 살펴보면 ▲[대용량]흑당밀크티 ▲[인기메뉴]연유 카페라떼 ▲[시그니처]달고나 카페라떼 등 한 눈에 보기에도 당분이 높은 음료들이 상위권에 배치돼 있다.
여성 최모(32)씨는 "대용량 커피나 라떼를 주문해서 냉장고에 넣어 놓고 먹는다. 얼마 전 부모님이 당뇨에 걸리셔서 음식 당분을 확인하기 시작했는데 칼로리 표시조차 돼 있지 않아 놀랐다"며 "이러니까 어릴 때부터 당뇨에 걸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매주 배달앱을 이용하는 남성 이모(29)씨도 "최근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식품을 살 때마다 칼로리를 살펴보고 있다. 그런데 배달앱에서 음식을 시키려고 하면 딱 봐도 염분이 높아보이는데도 함량을 알 수가 없더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스타벅스는 자율적으로 칼로리와 성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스타벅스 매장 모습. 2022.07.29. [email protected]
식품 표시·광고법이 규정하는 영양표시 대상 식품은 과자류, 빙과류, 레토르트식품, 음료류 등의 '가공식품'으로, 일반 카페나 식당에서 파는 음료는 대부분 포함되지 않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관계자는 "대형 프랜차이즈는 레시피가 표준화 돼 있어 평균 칼로리나 영양성분 산출이 가능하지만 일반음식점은 그렇지 않다"며 "스타벅스, 맥도날드, 롯데리아처럼 균질화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매장은 표시를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햄버거, 피자, 제과·제빵류, 아이스크림류 등 어린이 기호식품을 조리·판매하는 업소 중 가맹점포 수가 50개 이상인 경우로 표시 의무를 확대했다.
그러나 실제 배달앱에서는 이 같은 의무표시가 지켜지지 않는 경우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야 할 플랫폼이 모니터링이나 시정조치에는 소극적이란 비판이 나온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요기요 등은 영양성분 및 알레르기 표시가 없거나 잘못 기재된 경우 "식약처에서 매년 단속을 한다"는 답변만 내놨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영양성분 표기는 소비자들의 알 권리인 만큼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있어야 한다"며 "특히 음료류는 하나에 당류가 50g(일일 권고량은 25g)을 넘는 경우도 있어서 소비자들에게 분명하게 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영양성분 표시 규정을 확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영세업체에서 영양 표시를 하기 위해 매번 시험분석을 의뢰하기에는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표시 권고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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