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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안보라인 '매파' 득세...균형 잡을 '비둘기파' 없어

등록 2018.03.23 13: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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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안보라인 '매파' 득세...균형 잡을 '비둘기파' 없어

  존 볼턴·마이크 폼페이오·니키 헤일리 등 포진
  세 사람 대북강경파…외교적 균형감 문제될 듯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가안보팀에 매파들이 대거 포진했다.

 존 볼튼 전 유엔 주재 미 대사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22일(현지시간) 지명되면서 국무장관에 내정된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 대사 등 강경파들이 득세하게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국무장관을 시작으로 행정부 내 고위관리직을 물갈이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자신의 직원채용 계획이 이상적으로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원하는 내각에 매우 가까워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작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트위터를 통해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새로운 국무장관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국장은 웨스트포인트(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미군 장교로 복무하다 변호사로 전업한 뒤 정치계에 뛰어든 인물이다. 공화당 소속으로 캔사스주에서 4선 하원의원을 지냈다. 

 그는 정치적으로는 공화당 내에서도 강한 매파로 분류된다. 북한에 대한 입장도 강경하다. 폼페이오 국장은 북한 비핵화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자주 밝혀 왔으며 군사 옵션 가능성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지난 1월 미국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강연에서 "북한의 미사일 계획은 자기 방어 뿐만 아니라 협박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핵과 미사일 개발이 방어용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 해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CIA는 그에게 (군사 옵션을 포함한)다양한 선택권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이브러햄 덴마크 전 국방부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는 브루킹스연구소가 주최한 한 토론회에서 폼페이오 내정은 트럼프 대통령과 외교노선에 있어 더 교감이 잘된다는 점에서 "틸러슨 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협상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토론회에 참석한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이번 경질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장해 온 '예방적 전쟁'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스톤 피시 아시아소사이어티 선임연구원도 연구소 웹사이트에 미국의 대북정책이 강경노선으로 선회해 '예방적 전쟁'의 가능성을 높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안보라인 '매파' 득세...균형 잡을 '비둘기파' 없어


 볼튼 전 대사는 북핵 위기가 고조되자 "누구도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무력을 행사하길 원하지 않지만,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걱정이 대북 공격에 대한 우려보다 크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가 곧 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볼튼 전 대사는 지난달 23일 워싱턴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컨퍼런스(CPAC)에서 북한이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핵무기를 개발한 뒤엔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무기로 미국 내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역량을 일단 갖추게 되면 북한이 한국 내 주한 미군을 모두 철수하지 않을 경우 이 무기를 사용하겠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볼튼 전 대사의 외교정책에 대한 직설적인 발언은 추종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공화당 일각에서는 볼튼 전 대사가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랜드 폴(공화·켄터키) 상원의원은 지난해 "볼튼은 미국이 지난 15년 동안 해왔던 외교 정책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 대북강경책을 고수하는 '매파'가 주요보직에 자리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들의 주장을 균형감 있게 조율해 줄 '비둘기파'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앞서 지난 2일 북한의 핵 야망을 억제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의 선봉에 서 있던 조지프 윤 전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사임했다.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이기도 한 윤 특별대표는 북한과 물밑 접촉을 하는 등 제한된 양자관계를 다루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지난 해 5월에는 오슬로에서 최선희 북한 북미국장과 만났으며, 같은해 6월에는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석방시키기 위해 북한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윤 전 특별대표의 생각을 잘 알고 있는 소식통을 인용해, 그의 이번 사임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외교관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사라지고 있는데 대해 국무부 내부에 좌절감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외교관들은 트럼프 정부가 국무부의 말에 귀기울이려 하지 않는데 대해 좌절감을 나타내왔다. 최근 토머스 섀넌 국무부 정부차관이 최근 조기은퇴를 선언했던 게 국무부 내부 분위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는 것이다.

 빅터 차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석좌는 '예방적 전쟁'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아그레망까지 받았지만 주한 미국대사의 지명철회를 통보 받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 한 이래 주한 미국대사는 계속해서 공석으로 남아있다.

 게다가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는 수전 손턴 동아태 차관보 내정자는 지난해 12월 내정된 이후 지금까지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틸러슨 라인'인 손턴 내정자에 대한 임명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WP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지난 15일 "손턴은 매파들로부터 중국에 대해 너무 관대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며 그를 보호해온 틸러슨이라는 방패막이 국무부를 떠나면서 앞날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jae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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