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재판서 또 뒤집어진 '삼성 승계'…대법원서 가리나
朴 2심 '승계작업' 인정…이재용 2심 "없었다"
뇌물 36억→86억원으로…"영재센터도 뇌물"
재판부마다 다른 판단…대법원에서 가려질듯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9월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1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는 2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서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했다.
◇"승계작업 있었다"…이재용 2심과 다른 결론
재판부는 삼성그룹에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이 존재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우선 승계작업을 '최소한의 이 부회장 자금으로 최대한의 삼성전자 및 삼성생명 의결권을 확보하는 방향의 지배구조 개편이다'고 해석했다.
또 승계작업은 환경 변화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이 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청탁 당시 개별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될 필요는 없다고 전제했다.
이를 토대로 당시 이 부회장이 처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승계작업이 존재했다고 판단했다. 경영권 승계작업은 과거부터 있었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와병이나 경제민주화 정책 추진 등으로 승계작업이 필요해졌다고 봤다.
재판부는 삼성 미래전략실 성격도 대주주 경영지배권 지원 조직으로 해석했다. 이들이 ▲삼성SDS 및 제일모직 유가증권 시장 상장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엘리엇 등에 대한 경영권 방어 강화 추진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 위한 삼성물산 주식 처분 최소화 등 개별 현안에 적극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상황에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승계작업이라는 현안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2015년 7월25일 단독면담에 앞서 작성된 말씀자료에 경영권 승계 문제가 언급됐고, 박 전 대통령이 검토 및 수정 지시를 한 점으로 미뤄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핵심적인 승계작업'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부당하게 국민연금공단에 압력을 행사해 합병 찬성을 끌어낸 점도 지적했다.
또 단독면담이 기업의 애로·건의사항을 듣기 위한 자리인 만큼,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당시 최대 현안인 경영권 승계작업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평가했다.
【평택=뉴시스】최동준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경기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간담회 전 김 부총리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2018.08.06. [email protected]
앞서 이 부회장 항소심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승계작업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며, 부정한 청탁 역시 없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일부 개별 현안들이 이 부회장의 지배력 확보에 유리한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결과를 평가할 때 그런 효과가 확인된다는 것일 뿐, 개별 현안을 통해 이루려는 '승계작업'이 존재한다고 바로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뇌물 '36억→86억'…2배 넘게 늘어나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 오간 뇌물 액수도 2배 이상 차이나게 됐다.
앞서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는 정유라(22)씨 승마지원 금액 36억3484만원만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 부회장 1심에서 뇌물로 판단한 말 3필 소유권도 최순실(62)씨에게 넘어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 재판부는 용역 대금에 말 3필 소유권(34억1797만원)까지 뇌물로 봤다. 다만 말 보험 계약은 삼성전자 명의로 체결됐고, 계약상 보험 이익이 최씨에게 이전됐다고 볼 증거가 없어 뇌물에 포함하지 않았다.
여기에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 부정한 청탁이 오간 점을 인정하면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16억2800만원까지 총 86억8000여만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영재센터 지원 요구는 대상이나 규모, 방식 등이 매우 구체적이다"라며 "삼성은 영재센터가 정상적인 공익단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도 지원을 결정했고, 충분한 검토도 없이 후원금을 지급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204억원은 이 부회장 2심 재판부와 같이 무죄로 봤다. 박 전 대통령이 독대 자리에서 재단 출연을 구체적으로 요구하지 않았고, 이 부회장 역시 공익활동 일환으로 재단 출연금을 냈다는 근거를 들었다.
또 삼성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출연금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동적으로 응했으며, 다른 기업과 같이 출연에 응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로 지원하게 됐다고 판단했다.
삼성 승계작업에 관한 법원 판단이 엇갈리면서 결국 이 부회장의 상고심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 승계작업은 박 전 대통령 및 최씨 1·2심, 이 부회장 사건 1·2심 재판부마다 다른 결론을 냈다. 지난해 8월25일 열린 이 부회장 1심 재판부는 포괄현안으로서 승계작업 존재를 인정하면서, 부정한 청탁도 인정했다.
하지만 지난 2월5일 이 부회장 2심은 포괄현안과 부정한 청탁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8일 뒤 열린 최씨의 1심 재판부도 포괄현안 및 개별현안이 있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청탁 존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기에 박 전 대통령과 최씨 2심 재판부가 다시 포괄현안 및 개별현안, 청탁 존재를 모두 인정하면서 향후 승계작업 관련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가려지게 됐다.
이에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인 이 부회장 사건도 2심과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1심과 2심 판단이 갈릴 경우 대법원에서 사건을 파기환송하는 경우가 많다"며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사건도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같은 사안을 두고 재판부마다 다른 판단을 하면 결국 대법원에서 정리하게 될 것"이라며 "파기환송이나 혹은 대법원이 직접 판결하는 파기자판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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