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15일까지 임세원 교수 추모…'진료환경 개선' 한목소리

신경정신의학회 오늘 "청천벽력…추모기간 선정"

의사협회 "예고된 비극…정신질환 편견은 안돼"

의사들, 온라인서도 "가스총 등 소지 허용해야"

【세종=뉴시스】한 동료 의사가 임세준 교수를 추모하며 제작한 그림.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임재희 기자 = 강북삼성병원 임세원(47)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진료실에서 상담하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과 관련, 의료계에선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진료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2일 장례식이 마무리되는 기간을 포함해 이달 15일까지를 추모기간으로 정했다.

학회는 이날 "신년 벽두부터 비보를 전해 듣게 됐다.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에 비통한 감정을 억누를 수 없다"며 "고 임세원 교수를 잃고 크나 큰 슬픔에 잠겨있을 유족, 동료들께 조의를 표한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전날 임 교수를 애도하는 입장문을 내고 "전 의료계가 한 마음으로 대책을 강구해 왔으며 그 첫 성과로 국회에서 응급의료 종사자에 대한 폭행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통과된 지 불과 며칠 되지 않은 상황에서 참변이 벌어졌다"며 "새해를 맞이한 의료계는 충격과 슬픔에 잠겨 있다"고 의료계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사건을 '예고된 비극'으로 정의한 의협은 "진료현장에서 분명한 폭행의 의도를 가진 사람의 접근에 대해서 의료진은 무방비 상태일 수밖에 없으며 이것은 절대 개인의 힘으로 예방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정치권에 의료진 폭력사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다만 "이번 사건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막연한 오해나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며 "섣부른 언론의 추측성 보도나 소셜미디어 상의 잘못된 정보의 무분별한 공유가 대중의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부추길 것을 경계한다"고 밝혔다.

의사들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안전한 진료환경 마련을 위해 의료진 폭행 가중처벌부터 자체적으로 호신 도구를 구비하겠다는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의사는 정부를 향해 "응급실 폭행만 가중처벌하고 진료실 폭행은 가중처벌하지 않는다. 모든 진료 관련 폭력은 가중처벌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의사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감형으로 사형 판결이 나오지 않으면 시위를 해야 한다"거나 관련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종합편성채널의 한 드라마에서 극중 의사가 폭력을 휘두르는 환자에 맞서 가스총을 꺼낸 장면을 예로 들며 전기충격기나 방탄조끼, 호신용 스프레이 등을 진료실 책상에 두겠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한 의사는 "법이 바뀌고 경찰이 있다고 우리의 생명을 보호할 수는 없다"며 이같은 게시물을 작성했다.

여기에 의사와 환자 사이 갈등을 조장하거나 '진료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폭력을 써 항의해도 된다'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는 방송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임 교수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44분께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정신과 진료 상담 중 환자 박모(남·30)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린 뒤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목숨을 잃었다. 임 교수는 우울증과 불안장애 관련 학술논문 100여편을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했으며 한국형표준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인 '보고 듣고 말하기' 개발위원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현장에서 검거된 박씨는 범행에 대해선 경찰에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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