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터키에 있는 美핵무기 안전해"…민감정보 누설 논란
WP "트럼프, 하면 안 될 말 해…안보 프로토콜 깬 것"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타렐라 대통령과 회담에 앞서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에 터키에 핵무기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답변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미 정부는 외교·안보 상의 이유로 해외에 배치된 미국 핵무기의 위치를 공개하지 않는 것을 기본 프로토콜로 삼고 있다. 2019.10.17.
【서울=뉴시스】양소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터키에 미국 핵무기가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 정부는 외교·안보 상의 이유로 해외에 배치된 미국 핵무기의 위치를 공개하지 않는 것을 기본 프로토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 홈페이지에 공개된 대통령 발언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터키에 핵무기가 있다는 것을 사실상 확인하는 답변을 했다.
'터키 인지를리크 공군기지에 무려 50개의 핵무기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무기들의 안전을 얼마나 확신하고 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자신감에 차 있다. 우리에게는 매우 훌륭하고 막강한 공군기지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다. 우리는 나토 회원국과 잘 지내야하고 터키는 나토 회원국이다"면서 "우리가 나토 회원국에게 쏘기를 바라는가?"라고 되물었다.
터키에 핵무기가 배치돼 있는 건 사실이나 이를 발사할 의사는 없다는 뜻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해서는 안 될 말을 자주 한다. 민감한 정보를 자꾸만 노출한다"고 보도했다.
WP는 "미 정부 관계자들은 오랫동안 미국 핵무기의 위기를 공개하거나 확인하는 것을 피해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핵 무기가 터기에 배기돼 있다는 것을 확인해 준 것은 "오랜 기간 지켜온 프로토콜을 깬 것"이라고 표현했다.
미국 민간단체인 군축운동연합(Arms Control Associations)의 킹스턴 리프 감축∙위협감소 정책 국장은 "국방부는 정책 상 터키는 물론 유럽 어디에든 미국 핵무기 배치 현황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터키에 미국 핵무기가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 미 당국자를 인용해 국무부와 에너지부가 터키의 인지를리크 공군기지에 배치된 50여 개의 전술핵무기를 이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리프 국장은 "미 공군은 지난 2015년 회계연도 예산을 요구하면서 벨기에와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터키 등의 '보관소'에 '특별한 무기'가 배치돼 있다고 발언했다"면서 "그러한 무기의 위치를 숨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올해 7월에는 나토 회원국 의원연합 국방 안보위원회 소속인 캐나다 조지프 데이 상원의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터키 등 5개국에 미국의 핵무기가 있다'는 내용이 담겨 소동이 일기도 했다.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터키 인지를리크에 '우리에게는 매우 훌륭하고 강력한 공군기지가 있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도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랑 교수는 "인지를리크는 터키의 공군기지이지 우리의 공군기지가 아니다"면서 "우리는 이 핵무기들을 터키의 공군기지에 보관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는 핵무기를 그대로 기지 내에 보관하든지 아니면 수송기를 기지로 보내 (핵무기를) 터키 영공 밖으로 옮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터키가 군사작전을 펼치고 있는 현재 이는 "단순한 물류, 혹은 안보의 문제를 뛰어넘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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