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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강대강 대결에 불안한 우크라, 러와 직접 협상 시도

등록 2022.01.10 11: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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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NATO 가입, 러에 사실상 거부권 부여하는

협상안 러에 제안했다고 러 언론 뒤늦게 공개

우크라 할 수 있는 일 없음 강조하는 러측 꼼수

러, 옛 구소련 연방국가 돌려달라고 미국 압박

[도네츠크=AP/뉴시스] 9일(현지시간) 한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도네츠크 지역 친 러시아 반군과의 경계선 내 참호에서 순찰하고 있다. 2022.01.10.

[도네츠크=AP/뉴시스] 9일(현지시간) 한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도네츠크 지역 친 러시아 반군과의 경계선 내 참호에서 순찰하고 있다. 2022.01.10.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무력 위협을 논의하는 미국·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간 고위급 협상에서 위협에 시달리는 당사자인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배제돼 있다. 통상적인 평화협상이 중재자가 분쟁 당사자들을 설득해 합의하도록 하는 방식임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이런 상황에 불안감을 느끼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와 직접 외교 협상을 시도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더라도 미국이 군사 개입할 가능성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말해 왔다. 또 제네바에서 열리는 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도 우크라이나 정부로선 걱정스러운 일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접경지에 10만여명의 군사력을 집결해 둔 채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와 나토 군사력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 배치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나토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요구가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해왔다.

러시아의 이같은 요구는 나토 회원국이 아닌 우크라이나로선 거부권을 행사할 여지가 없는 내용이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협하면서 우크라이나를 대서방 인질로 삼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가 미국 및 나토와의 직접 협상을 요구한 것은 철저한 계산에 따른 것이라고 유럽연합(EU)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 코스티안틴 엘리시에이에프가 말했다.

현재의 우크라이나 위기는 지난 8년 동안 이어진 저강도 갈등이 배경이 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크림 반도를 합병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산업지대에서 반군의 활동을 부추겨왔다.

엘리시에이에프 대사는 "이 문제는 모든 유럽국가의 우려사항이지만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논의를 제안했다"면서 "이를 통해 러시아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옛 소련 회원국들을 러시아에 돌려주면 다른 곳에서 미국이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다층구조로 진행되는 제네바 회담의 세번째 단계인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담에 참여한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정부와 긴밀하게 조율하고 있다고 말해왔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지난주 화상통화도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명운이 걸린 문제에 우크라이나가 역할을 하지 못하자 젤렌스키 대통령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협상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달 러시아와 독자적인 외교적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힌 사실을 러시아 코메르산트지가 뒤늦게 공개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측에 제안한 내용은 10개 항목이다. 우선 휴전과 포로교환, 우크라이나 동부 교전지역에 민간인 통로 개설 등 3단계로 긴장완화 조치를 취한 뒤 정치적 사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중 휴전은 이미 실행되고 있다.

정치 협상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하도록 돼 있으며 최종적인 목표인 10단계는 우크라이나가 동부지역과 크림반도 반군 세력이 자치를 허용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는 것으로 돼 있다.

러시아 언론 해석에 따르면 이 법안이 채택될 경우 동부 러시아 반군들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돼 있다. 이는 러시아가 주장해온 요구를 사실상 충족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서방 외교관들은 이 내용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우크라이나 안보위원회 전 서기장 올렉산드르 다닐류크는 우크라이나가 폭력사태 발생까지 아무런 외교적 노력도 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외교적 협상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는 한 나라로 통일돼야 한다는 주장이 담긴 글을 발표했었다.

다음 달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뒤부터 러시아 고위 안보당국자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미국이 안보보호자 역할을 조만간 포기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푸틴 대통령은 군 장성들과 안보 당국자들을 모아 놓고 서방국들이 "공격적 자세를 지속한다면" 러시아가 "군사기술적"수단에 의존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알렉산드르 그루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미러 등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러시아의 군사력 사용을 보다 직접적으로 위협했다.

그는 "유럽국들은 유럽대륙이 군사적 대결의 현장이 되는 것을 피할 의지가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러시아의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 들이든지 아니면 군사기술적 대안에 직면할 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미국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사용했던 논리를 그대로 따라하면서 증거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미국 무기상이 "미확인 화학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들여왔다는 정보를 러시아가 갖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한 신문이 러시아의 유명한 갱영화 한 대목을 패러디해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주인공이) 커다란 주먹을 내보이면서 중개자의 눈을 똑바로 보고 조용히 물었다. 미국아 너의 힘이 어디로 갔니?"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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