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고문 당한 이라크 남성 3명에 600억 원 배상 판결

2004년 아부그라이브 군교도소 수감자들

직접 배상금과 징벌적 배상금 합한 금액

원고 "드디어 정의 실현, 미국에도 중요한 날"

[바그다드=AP/뉴시스]2003년 말 잌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아부그라이브 군교도소에 수용된 수감자를 린디 잉글랜드 일병이 목줄을 건 채 끌고 가는 모습. 20년도 더 지난 12일(현지시각) 아부그라이브 교도소 고문 피해 이라크 남성 3명에 대한 599억 원의 배상 평결이 내려졌다. 2024.11.13.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9/11 테러 사태 뒤 벌어진 이라크 전쟁 동안 악명 높은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서 고문을 당했던 이라크 남성 3명에게 4200만 달러(약 592억 원)의 배상금 지급 판결이 내려졌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라크에서 포로 심문을 담당했던 용역 기업이 20년도 더 전에 이라크 남성 3명을 학대한 사건에 대해 미 법원이 한 사람당 300만 달러(약 42억 원)의 배상금과 1100만 달러(약 155억 원)의 징벌  배상금을 지불하도록 판결했다.

배심원들은 용역 기업과 미군 병사들이 공모해 “고문 또는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며 모욕적인 처우”를 했다고 평결했다.

배상 평결은 2차 소송에서 내려진 것이다. 1차 소송은 지난해 초 배심원들이 합의를 이루지 못해 기각됐다.

1,2차 소송 모두 버지니아 주 동부 법원 레오니 브린케마 판사가 관장했다.

원고인 살라 하산 알에자일리, 수하일 알 시마리, 아사드 알주바에 등 3명은 처음으로 배심원들 앞에서 9/11 뒤 고문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유사한 사건으로 용역 기업인 타이탄 코퍼레이션과 중앙정보국(CIA) 심리요원 2명에 대한 재판이 있었으나 재판 전 합의가 이뤄졌었다.

3인의 원고들은 가족에 대한 위협, 밤새 파이프에 묶어 두기, 발가벗겨진 채 자위행위하기 등 가혹하고 모멸적인 처우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에게 가혹행위를 하는 미군 헌병 모습이 사진으로 공개되면서 2004년 아부그라이브 스캔들이 시작됐다.

원고 알에자일리는 이날 “미국으로서도 중요한 날이다. 드디어 아부그라이브 수용자들에 대한 정의가 실현됐다”고 말했다.

피고인 CACI 인터내셔널은 자사 직원들이 직접 아부그라이브 고문에 가담한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배심원들이 심문자를 파견해 군 헌병이 수감자를 “무너지게” 만들도록 했기에 책임이 있다고 평결했다.

3명의 원고와 CACI 인터내셔널 등은 10년 이상 소송을 벌여왔다.

세 사람은 인권단체인 헌법권리센터와 뉴욕 법률회사 패터슨 벨크냅 웹 앤드 타일러의 법률 대리를 받았다.

원고 변호사 셰리프 아킬은 “21년이 지나서 정의가 실현됐다. 배심원들이 그들의 고통을 확실하게 인식했다”고 말했다.

육군 장성들, CIA 감찰관, 상원 위원회 2곳, 적십자가 아부그라이브 교도소 고문 사건을 조사했다. 재판 과정에서 회사의 내부 통신 내역과 심문관 및 군인들과 원고들의 증언 등 세부 내용이 공개됐다.

당시 주모자로 군사 법정에서 10년 징역형을 받은 찰스 그레이너 주니어는 2013년 동영상 녹취록에서 수용자들에 대한 고문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그는 “문서화 돼 있든 아니든 우리는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