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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윤홍근 회장 '치킨철학' 오롯이…창업 요람 '치킨대학' 가보니

등록 2025.03.28 05:00:00수정 2025.03.28 07:3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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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명가' BBQ, 50억 '통큰 투자'로 쾌적한 교육환경 구축

맥도날드 햄버거大 벤치마킹…석·박사급 40여명 메뉴 개발

25년간 외식 전문가 4만명 배출…입소문 타고 체험 명소로

[서울=뉴시스]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제너시스BBQ의 치킨대학.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제너시스BBQ의 치킨대학. photo@newsis.com

[이천=뉴시스] 변해정 기자 = "대학을 나와야 치킨집을 차릴 수 있다?"

기자는 도통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한국에서 치킨집은 차고 넘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해서다. 조리법도 비교적 쉬워 밑간을 한 닭에 밀가루 옷을 입혀 튀겨내면 그만이다.

여기에 프랜차이즈 업체는 메뉴를 개발해 일정한 맛을 낼 수 있도록 재료를 제공하고 홍보·마케팅까지 알아서 해 줘 '별 노력 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된 탓이다.

지난 27일 경기 이천시의 제너시스BBQ '치킨대학'을 방문하고 나서야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다.



BBQ 가맹점주가 되려면 이 곳에 반드시 입소해 8박10일 간 창업 교육을 받아야 한다. 2년마다 재계약할 때도 1일 간의 교육 이수는 필수다. 치킨대학을 수료해야만 매장을 열 수 있는 것이다.

BBQ에 새로 입사하는 임직원도 예외 없다. 

[서울=뉴시스] 경기 이천시 제너시스 BBQ 치킨대학에서 예비 창업자들이 치킨 조리법을 배우고 있다.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경기 이천시 제너시스 BBQ 치킨대학에서 예비 창업자들이 치킨 조리법을 배우고 있다. photo@newsis.com


치킨대학은 맥도날드가 1977년 마련한 햄버거대학을 벤치마킹한 연수기관으로 정식 대학은 아니다. 그러나 시설과 프로그램은 일반 대학 못지않다.

2000년 경기 광주에 설립됐다가 2002년 지금의 이천으로 이전·확장했다.

총면적이 약 33만㎡(10만평)으로 축구장 47개를 합친 규모다. 여느 캠퍼스보다도 크다. 강의실 7개와 실습장 9개, 호텔식 숙소 43개, 체력단련실을 갖춰 하루에 동시 최대 300명 교육이 가능하다. 합숙은 200명까지 할 수 있다.

지난해 10~12월 3개월 간 50억원을 들여 통 큰 리모델링도 진행했다. 지은 지 20년이 넘어 낡은 내부를 확 바꿔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으로, "프랜차이즈 산업은 곧 교육 사업"이라고 강조하는 윤홍근 회장의 철학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교육은 '경영개발원'에서 담당한다. 치킨 조리부터 점포경영, 재무관리, 인력관리, 마케팅 등을 망라한다. 현장 교육용 매뉴얼 제작과 자동화 로봇 관리도 경영개발원의 몫이다.

지금까지 배출한 교육 수료생은 4만명에 달한다. 기자가 찾은 이날도 10개 매장 소속 예비 창업자들이 막바지 교육을 받고 있었다.

[서울=뉴시스] 제너시스BBQ 치킨대학 기업부설연구소에서 개발해 실제로 상품화된 메뉴들.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제너시스BBQ 치킨대학 기업부설연구소에서 개발해 실제로 상품화된 메뉴들. photo@newsis.com


치킨대학의 또 다른 축인 '기업부설연구소'는 연구·개발(R&D)을 맡는다.

40여 명의 석·박사급 연구원이 국내·외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주된 임무다. 현재까지 개발한 치킨 레시피는 2000여 개나 된다. 이 중 매콤한 간장 맛 소스에 가지튀김을 곁들인 '맵소디'와 같이 실제로 상품화돼 소비자가 맛볼 수 있는 메뉴는 극소수다.

홍기풍 경영개발원장은 "닭만 잘 튀겨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면서 "BBQ의 싱크탱크인 치킨대학은 가맹 성공 모델을 카피해 확대 재생산해 나가며 한국 외식산업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제너시스BBQ 치킨대학에서 진행된 황금올리브치킨 조리 체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제너시스BBQ 치킨대학에서 진행된 황금올리브치킨 조리 체험. photo@newsis.com


예비 가맹점주들이 받는 조리 교육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기자는 겨우 닭 2마리를 튀기고선 '치킨집이나 차릴까'라는 가벼운 마음을 접었다.

BBQ의 베스트셀러 메뉴인 '황금올리브치킨' 조리 방식은 비교적 단순하다. 하지만 비숙련자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후라이드 치킨은 하루 전날 깨끗하게 손질해둔 10호(951~1050g) 생닭을 8조각으로 분리하고선 반죽을 바르고 향신료가 더해진 튀김 파우더를 묻힌 후 스페인산 올리브유로 튀기는 순이다. 튀김옷을 입힐 때엔 '컬'을 만드는 작업을 해줘야 한다. 컬은 치킨 표면을 울퉁불퉁하게 해 더욱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을 만든다.

양념 치킨은 양념 소스가 잘 베이도록 16조각으로 나눠 반죽을 발라 튀겨낸 뒤 250g 정량의 소스를 골고루 섞어주면 된다.

두 메뉴 모두 165도로 달궈진 튀김기에서 정확히 10분간 튀긴 후 건져내고, 약 1분의 기름 떨이를 한 후 박스 포장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포장 시 닭다리 두 조각을 상단 가장자리에 올려 담아야 한다. 

또 필요 이상으로 재료가 사용되면 원가 낭비로 이어진다.

기자는 컬 작업이 부족했고 소스 정량을 맞추지 못해 전영수 조리 강사의 야박한 평가를 받았다. 일절 봐주는 게 없었다. 그만큼 까다롭게 교육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치킨 맛과 식감을 제대로 구현해내기 위해 예비 가맹점주들이 교육 기간 튀겨내는 닭은 1인당 50마리 안팎이다. 이때 튀긴 닭은 섭취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어 폐기하지 않고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필요한 곳에 기부한다고 한다. 액수로 따지면 월 4000만원 상당이다.

일반 소비자도 치킨 조리 체험을 해볼 수 있다.

BBQ가 운영하는 '올리브치킨™ 캠프'는 입소문을 타고 지역 필수 체험코스가 됐다. 지난해 리모델링 기간을 제외한 9개월 간 2100명이 다녀갔다. 올해 들어 이달 26일까지 벌써 600명이 참여했다.

BBQ 관계자는 "치킨캠프를 통해 가장 맛있는 치킨을 만드는 비법과 프랜차이즈 철학 스토리를 전달하고 있는데 참여 신청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경기도 이천시 제너시스BBQ 치킨대학 내 실제 매장을 매우 흡사하게 구현해 낸 실습 매장.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경기도 이천시 제너시스BBQ 치킨대학 내 실제 매장을 매우 흡사하게 구현해 낸 실습 매장. photo@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hjp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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