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먼저 축사하냐"…文, 유림행사서 항의 받아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 유림회관에서 진행된 김영근 제32대 성균관장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7.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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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명 퇴장…文, 순서 양보하며 양해 구해
"세계인, 우리 촛불에서 유림의 이상세계 만나"
【서울=뉴시스】윤다빈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13일 유림행사에 참석, 축사 순서가 성균관장·국회의장보다 빠르다는 이유로 참석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주로 노년층으로 구성된 유림의 지지를 얻기 위해 행사에 참석했던 문 후보로서는 머쓱한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문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 유림회관에서 열린 '제32대 김영근 성균관장 취임식'에는 유림 측 인사 50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는 대부분 60대 이상 남성이었다. 문 후보는 푸른색 계통의 삼베 도포에 갓끈 차림을 하고 행사장에 입장했다. 서울 종로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정세균 국회의장도 동행했다.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되던 이날 행사는 문 후보가 축사를 위해 무대에 오르면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청중 중 일부가 "가자. 관장보다 먼저 축사하는 게 어딨어"라며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다. 사회자가 "저희가 미리 양해를 구한 상황"이라고 제지에 나섰지만 "나가", "퍼포먼스 하러 왔냐"는 항의가 이어졌다. 이에 동조하는 30여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문 후보는 혼란 속에서도 축사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장내 소란이 가라앉지 않자 수행 중인 김경수 대변인과 상의를 거쳐 "제가 아무리 바빠도 관장님 취임사를 먼저 듣고 하는 게 도리인 것 같다"며 무대에서 내려왔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 유림회관에서 진행된 '김영근 제32대 성균관장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끝내고 인사하고 있다. 2017.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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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20여명의 참석자가 추가로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이에 행사 관계자가 "국회의장에게 양해를 구한 사항"이라고 설명을 하고, 일부 참석자들이 "손님 모셔놓고 뭐하는거냐"고 소란을 일으킨 이들에게 주의를 주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한편 이날 축사에서 문 후보는 "대한민국 건국의 근간이 된 조선 유림 정신은 지금도 우리 국민의 마음에 생생하게 살아있다. 독립정신과 애민정신은 이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분출됐다"며 "4·19 혁명으로 부정한 독재정권을 물리쳤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군사정권에 맞섰다. 6월항쟁으로 민주주의를 지켰다. 유림 정신은 정의와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국민의 힘으로 되살아났다"고 유림 정신과 민주화운동을 연결했다.
그는 "광화문광장을 밝힌 촛불에는 인(仁)과 예(禮)가 가득했다"며 "1,600만명의 국민이 스무 번이 넘는 촛불집회를 이어가는 동안 단 한 건의 폭력도 없었다. 저는 국민이 가진 유구한 유교 정신을 봤다"고 규정했다.
이어 "우리 국민이 차갑고 어두운 광장에서 촛불로 밝힌 세계 역시 유교의 이상세계인 대동세계(大同世界)"라며 "국민은 만인이 평등해서 다툼이 없는 세계를 광장에서 보여줬다. 세계인은 우리의 촛불에서 살아 숨 쉬는 유림의 이상세계를 만났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그러면서 "이제 정치가 제 노릇을 해야 할 때"라며 "주권재민의 원칙을 지키고 부패기득권 청산의 대의에 헌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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