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약탈 문화재인데"…'금동관음보살좌상' 일본으로 돌아가나

등록 2023.10.26 15:14:09수정 2023.10.26 16:05:29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대법원, 소유권 다툼 부석사 상고 기각

"소유권 일본 사찰에 있어" 판결

부석사 주지 "약탈문화재 합법 인정해 준 것" 반발

NHK "일 정부, 한국 정부에 조기 반환 요구 방침"

[서울=뉴시스] 부석사 금동관음살좌상 ( 사진=부석사 제공) 2023.10.2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부석사 금동관음살좌상 ( 사진=부석사 제공) 2023.10.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고려 금동관음보살좌상의 소유권이 일본 사찰에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면서 이 불상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대법원 민사1부는 26일 대한불교조계종 부석사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유체동산(불상) 인도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고가 서주 부석사와 같은 지역에서 독립한 권리주체성을 가진 전통 사찰로서 오랫동안 존재해 왔고 같은 지역에 ‘부석사’라는 명칭을 가진 다른 사찰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소유권에 대해서는 취득시효가 완성된 만큼, 부석사가 불상 소유권은 상실됐다"고 판단했다.

앞서 우리나라 문화재 절도단 9명이 2012년 10월 일본 대마도 관음사에 보관 중이던 이 불상을 훔쳐 국내로 들여왔고, 22억 원에 처분하려다 경찰에 적발됐다. 현재 이 불상은 몰수돼 대전국립문화재연구소에 보관 중이다.
 

'금동관음보살좌상' 법정 논란 과정-쟁점

충남 서산에 있는 조계종 부석사가 "해당 불상이 과거 왜구가 고려를 침탈했을 때 약탈당한 문화재이기 때문에 원소유자인 부석사에 반환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유체동산인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심리한 대전지법 제12민사부는 2016년 6월 변론 기일을 시작했으며 심리를 거쳐 이듬해인 2017년 1월26일 부석사 측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를 대변한 검찰은 해당 불상과 불상 안에 있던 결연문의 위작 가능성을 제기했고 서산에 있는 부석사가 과거 고려시대에 존재했던 서주 부석사인지 인정할 수 없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2심에서는 부석사에서 불상 제작 사실관계와 왜구에 의한 약탈 반출 된 점을 인정하면서도, 서산 부석사가 과거 사찰과 동일하다고 입증할 수 없고 일본 관음사의 점유취득 시효가 완성돼 불상의 소유권이 일본에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서 판결이 뒤집히자 부석사는 지난 2월10일 대전고법에 상고장을 제출했고 이날 대법원 민사1부는  부석사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유체동산인도 소송 상고를 기각했다.

'금동관음보살좌상' 가치는?

이 불상은 높이 50.55㎝, 무게 38.6㎏으로 고려시대인 1330년께 고려 충선왕 즉위 일에 맞춰 당시 서주 부석사에 봉안하기 위해 제작됐으며 고려 말 왜구가 약탈해 간 것으로 추정된다.

조계종과 문화재청등에 따르면 고려시대 불상 대부분 복장발 원문, 명문 등 자료가 잘 남아있지 않아 정확한 제작 연대를 알 수 없다.

반면 서산 부석사 동조관음살좌상은 1951년 복장물이 확인되면서 정확한 시기와 봉안처를 알 수 있어 매우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불상 복장물은 1951년 5월 당시 일본 쓰시마 관음사 안도 주지가 우연히 불상을 들어 올리면서 발견됐다고 알려져 있다. 원문인 '관음결연문'은 배부분에서, 목합이 목부분에서 발견됐다. 목합에는 오보병, 곡물, 마노, 수정 단편 등이 들어있었다.

제작 연대를 알 수 있는 발원문에는 '천력(天歷) 3년 2월(1330년) 서산 부석사에 관음상을 당주(堂主)로서 봉안하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스님부터 일반인까지 다양한 계층의 시주자 32명의 이름도 기록돼 있다.

높이 50.5㎝ 정도의 이 불상은 결가부좌를 한 모습으로 대좌와 광배가 없다. 앞으로 약간 숙인 둥그스름한 얼굴에, 입가에는 옅은 미소를 띠고 있다.

불교미술사학자인 정은우 동아대 교수와 배재호 용인대 교수가 2013년 발표한 논문 '서일본지역의 고려불상과 부석사 동조관음보살좌상'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일본에 남아 있는 고려후기 명문이 있는 불상은 17건 정도다.

그중 50㎝ 이상 크기로 전각용 예불이 가능한 불상은 10점이다. 이 가운데 소장처 미상의 1314년 개성 민천사 동조여래좌상과 1346년 서산 부석사 금동여래좌상을 제외하면 단 8점이다.

1330년대 불상은 부석사 금동여래좌상과 1333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금동보살입상 2점이다. 1333년명 금동보살입상은 발원문이 없어져 기록에 의해 제작연대를 알 수 있다.

발원문이 있고 이를 통해 정확한 내력을 확인되는 불상은 서산 부석사 동조보살좌상 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우 동아대 교수와 배재호 용인대 교수는 이 논문에서 "일본에 남아 있는 많은 불상 가운데 충청도 지역의 정확한 봉안처가 확인된 유일한 작품"이라며  이를 통해 14세기 보살상의 기준작은 물론 중요한 편년 자료적 가치를 지닌 불상"으로 평가했다.

"또렷한 이목구비에 부드러운 미소를 띤 온화한 얼굴 모습과 대의 착의법, 묵직한 영락 처리 등에서 부드러우면서도 안정된 느낌을 주는 조형적으로도 우수한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부석사 전 주지스님인 원우스님이 1일 오후 항소심 선고가 진행된 뒤 인터뷰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부석사 전 주지스님인 원우스님이 1일 오후 항소심 선고가 진행된 뒤 인터뷰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부석사 "대법원 판결은 야만적 약탈 인정"

부석사 주지 원우 스님은 이번 대법원 판단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원우 스님은 “이번 판결은 고려인 후손의 책임을 망각한 판결이며 국제적 흐름에 반하는 판결”이라며 “약탈 문화재가 취득시효로 합법적인 소유권을 인정받는 야만적인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약탈 문화재에 취득시효를 인정하면 이 세상의 모든 약탈은 합법화가 되며 약탈 및 도난 문화재를 돌려받을 근거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아직 반환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지만 앞으로도 문화재 약탈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과 함께 야만 시대를 종식하는 운동들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법무부는 이 불상을 일본 관음사에 넘길 법적 절차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일본 매체 NHK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에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 조기 반환을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