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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재계·당내 반발에도 '공정경제 3법' 완고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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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9/27 07:50:00
경제민주화와 연관…숙원이지만 여러 차례 좌절
박근혜 캠프서 경제민주화 공약 설계…당선 후 '팽'
민주당 비대위 대표 시절 법안 발의…결국 폐기
21대 국회서도 반발…"전향적으로 못할 이유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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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진아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외교안보특위위원 긴급간담회에서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해 성명발표를 하기 전 마스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09.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문광호 기자 =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 22일과 23일 잇따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찾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도 지난 15일 김 위원장을 찾아왔다. 정부·여당이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김 위원장마저 찬성 의사를 밝히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경제계 입장에서는 믿었던 보수 정당 대표에 발등을 찍힌 격이지만 김 위원장의 입장은 완고하다. 공정경제 3법은 김 위원장의 필생의 숙원인 경제민주화와 큰 틀에서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는 22일 박 회장에게 "심의하는 과정에서 (경제계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면서도 "경제 관련 법을 다루면서 한국 경제에 큰 손실이 올 수 있는 법을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니다"라며 뜻을 굽힐 생각이 없음을 드러냈다. 손 회장에게도 "결론은 매우 상식적인 기준에서, 상식을 넘지 않는 선에서 나오지 않겠냐"며 오히려 설득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공정경제 3법은 다중대표소송제도 신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대형 금융그룹 감독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공정'이라는 키워드를 내걸었지만 전경련이 지난 17일 "기업의 경영권 위협이 증대될 것"이라고 우려한 것처럼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경제민주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김 위원장이 공정경제 3법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이유도 이와 맞닿아있다. 김 위원장은 1987년 개헌 당시 경제민주화 조항을 직접 작성하고 관철시킨 인물로 '경제민주화의 대부'로 불린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삶에 경제민주화는 '아픈 손가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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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권주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6층 회의실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박근혜 비대위위원장이 김종인 위원과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joo2821@newsis.com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경제민주화 공약 설계…당선 후 '팽'(烹)

익히 알려진 대로 그는 2011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대선 캠프에 영입돼 경제민주화 공약 설계를 맡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1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2012년 박근혜 비대위에서 제가 책임지고 한나라당 정강정책을 완전히 바꿨다"며 "그 정강정책을 갖고 경제민주화니 복지니 새로운 개념이 만들어졌는데 그걸 바탕으로 19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당시 김 위원장의 시도는 박 전 대통령의 당선 뒤 무위로 돌아갔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30일 전국 지방의회 의원 연수에서 "선거 때 약속한 걸 최소한 이행하려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선거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니 옛날식으로 돌아가잔 사람이 자꾸 생겼다"며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승리하니까 일반 국민들에게 약속한 대통령 선거의 가장 큰 공약의 글씨 자체를 지워버렸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민심이 이반되고 대통령 탄핵이 이루어졌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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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4차 중앙위원회의에서 대표직을 사퇴하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대표 권한을 넘겨받은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2016.01.27. chocrystal@newsis.com
◇민주당 비대위 대표 시절 법안 발의…결국 폐기

김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 시절에도 경제민주화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 다중대표 소송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주장했는데 이는 이번 정부가 발의한 공정경제 3법과 큰 틀에서 유사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6년 6월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민주당 비대위 대표로 연설에 나서 "재벌의 의사결정 민주화를 위한 상법개정, 대기업의 횡포를 막기 위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재벌 총수 전횡을 막기 위해 의사결정을 민주화하는 것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반칙과 횡포를 막는 것이 시급하다"며 "대한민국 경제는 경제민주화를 통해 포용적 성장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국회에서 주주들이 경영진의 부실경영에 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다중대표 소송제'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열의를 보였다. 그러나 20대 국회에서도 경제민주화 실현은 좌절됐다.

김 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2017년 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자신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비판, 친문세력과의 갈등 등이 겹치면서 김 위원장은 결국 민주당을 떠났다.

당시 김 위원장의 측근들은 "친문계가 김 전 대표 영입시 약속했던 3가지를 실현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상법 개정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원내 대표부가 협상에 조금이라도 열의가 있었다면 본회의 상정도 안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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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김종인(왼쪽 두번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가운데) 국민의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만화로 보는 경제교육만화 '김종인의 경제민주화 출판기념회'에서 노재봉(가운데 오른쪽)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빈들이 케이크 커팅을 하고 있다. 2017.11.02.  myjs@newsis.com
◇21대 국회에서도 반발 거세…"전향적으로 못할 이유 없다"

이번 국회에서도 공정경제 3법에 대한 당내 반발은 적지 않다. 당장 주호영 원내대표부터 "쟁점 사항이 워낙 여러 가지가 있어 쟁점마다 기업과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제동을 걸었다.

김태흠 의원도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현실적 부분 없이 이상적으로 가다보면 그런 법은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예를 들면 기업에 미치는 부분이 올바르지 않다면 경제 3법과 같이 노동법도 바꿔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은 이같은 반발에도 공정경제 3법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24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당내 반발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입법 과정에서 나름 자기 견해를 피력하고 수용되면 당연히 반영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고 이건 반시장적인 법이라는 것은 옳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비대위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여러 번 강조했다. 한 비대위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21일 비대위에서도 10분 넘게 공정경제 3법 관련해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하는지 강조했다"며 "24일 비대위에서도 회의 전 티타임에서 마찬가지로 공정경제 3법과 관해서 왜 이 법을 적극적으로 바라봐야하는지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공정경제 3법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경제민주화법을 추진할 여지도 있다.

한 비대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공정경제 3법이 정부에서 발의되긴 했지만 과거 추진한 것보다 약화된 면도 있고 민주당도 전향적으로 이것을 끌고 갈 의지가 별로 없다고 했다"며 "우리가 재벌 구조의 대한민국 경제시스템에서 공정하게 경제 상황을 변화시키는 것에 대해 전향적으로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고 전했다.

한편 선제적으로 경제민주화를 주장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당이 변화한다고 한 것과 다른 모습을 비출 수 있어서 여지를 애초에 차단시키지 않았을까 한다"고 추측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oonli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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