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 통증 환자 검사 안한 의사, 유죄 확정…의협 "필수의료 사망"(종합)
1심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항소·상고 기각
의사협회 "방어진료로 귀결돼 의료붕괴 이어질 것"
[서울=뉴시스]
다만 대한의사협회는 대법원의 판결이 "필수의료 사망선고와 같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 14일 업무상과실치상, 의료법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당시 응급의학과 전공의 1년차 의사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대법원은 "업무상 주의의무, 인과관계, 의료법 제22조 제3항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피고인 A씨는 서초구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응급의학과 전공의 1년 차로 근무하던 중 내원한 피해자 B(당시 65세)씨에게 진료를 다하지 않고,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4년 9월11일 새벽 12시55분경 B씨는 안면부 감각 이상, 식은땀, 구토, 흉부 통증 등을 호소하며 내원했다. A씨는 같은 날 새벽 1시49분경 심전도검사, 심근효소 검사 결과에 이상이 없다며 '급성 위염'으로 판단하고 진통제만 투여했다.
흉부 통증을 호소하며 내원한 환자에게는 심전도 검사, 심근효소 검사 이외에도 대동맥박리, 폐색전증 등을 감별하기 위해 흉부 CT 검사 또는 경식도심장초음파 등의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다만 A씨는 해당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고, 같은 날 오전 5시29분경 통증이 완화된 B씨를 별다른 조치 없이 퇴원시켰다.
이후 B씨는 같은 날 오전 10시 경기도 용인시 소재 딸 집에서 대동맥박리의 진행으로 인한 양측성 다발성 뇌경색이 발생해 의식을 잃게 됐고, 결국 인지기능이 없어지고 사지가 마비되는 뇌병변장애의 상해를 입었다.
또 A씨는 병원 의무기록시스템에 접속해 피해자 B씨에 대한 경과기록을 작성하면서, 마치 A씨가 제안한 흉부 CT 검사를 B씨의 보호자가 거절한 것처럼 거짓으로 꾸몄다.
재판부는 업무상과실치상죄에 대해 "A씨는 응급의학과 의사로 B씨에게 발생한 흉통의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 흉부 CT 검사 등의 추가적인 진단 검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할 업무상 의무가 있었다"며 "그럼에도 이를 위반해 B씨가 조기에 대동맥박리를 진단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상실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의 과실로 B씨가 뇌병변장애의 상해를 입게 됐다"며 "업무상과실치상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차트를 거짓으로 작성한 의료법위반죄에 대해서도 "A씨가 B씨에 대한 경과기록에 사실과 다른 기재를 함으로써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A씨의 항소로 진행된 2심에서도 재판부는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A씨가 주장하는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의 위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A씨의 상고를 최종 기각하며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의사협회는 "이번 판결에 대해 깊은 절망감을 느끼며, 더 이상 법적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응급실을 지키도록 요구할 수 없는 상황으로 사법부가 몰아가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판결이 전문가로서 역할 수행을 위해 수련 및 임상경험을 쌓아가고 있는 1년 차 전공의 시절에 이루어진 진단 오류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무한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의사에 대한 책임 범위의 무한한 확장은 결국 위험진료과목과 위험환자 기피 및 철저한 방어진료로 귀결되고, 의료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사협회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응급의료인의 응급의료 형사책임을 감면하는 내용으로 국회에 계류된 응급의료법 일부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고, 논의 중인 의료사고 형사책임 면책 법안의 조속한 입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법부 차원에서도 의료사고 형사처벌화 경향에 대한 인식 전환을 통해 현재와 같이 의료자원의 소실만을 야기할 수 있는 응보적 판결이 아닌, 모든 국민에게 바람직한 판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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