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과 문화로 대화하기, 격변 30년 ‘정글의 소금’
【서울=뉴시스】 눈먼 코끼리의 기억, 응우옌 프엉 링, 1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4분25초
지난 30여년간 급변한 양국의 사회를 두 나라 예술가들이 돌아본다. 전시참여 베트남 작가들은 1986년 도이머이(개혁개방) 이후 사회활동을 시작한 ‘포스트 도이머이’ 세대다. 한국 작가들은 1980년대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경험하며 이전 세대와는 다른 정체성을 형성했다.
【서울=뉴시스】 규원가 한지와 모시, 김보민, 마에 수묵담채·테이프·금분, 193.9×97㎝
안소현 큐레이터는 “그래도 이같은 양면성 직시 덕에 소설은 도이머이 이후의 현실을 가장 날카롭게 은유한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초청작가 13명(팀)은 양면성을 파고든다. 30여년에 걸친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사회변화를 회화, 드로잉, 영상, 설치로 표현한다. 자연, 신화, 전통, 소수민족, 기억, 정서가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도 타문화나 변화를 당연시한다. 역사와 사회에 비판적이되 달라진 일상을 솔직하고 경쾌하게 다룬다.
응우옌 프엉 링은 베트남 중남부의 고무나무 재식농업의 현재를 영상에 담고 흙으로 드로잉한다. 20세기 초 베트남에 도입된 고무산업에는 경제부흥뿐 아니라 복잡한 현대사가 얽혀 있지만 작가는 이를 시적으로 이미지화한다.
【서울=뉴시스】 무제, 도 타잉 랑, 종이와 투명비닐에 유채, 144×144㎝
더프로펠러그룹은 베트남인들이 애용하는 오토바이의 타이어 자국을 표현수단으로 확장하고, 염지혜는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 때의 감각을 몽타주를 이용해 더욱 과잉상태로 만든다. 린+람은 정착할 수 없는 사람이 매번 다른 장소에서 보낸 짧은 엽서에 베트남의 노래와 느리고 고요한 물의 이미지를 병치, 기다림과 절박함의 리듬을 빚어낸다.
임영주는 인터넷에서 수집한 영상을 편집해 물, 불 같은 기본적인 물질을 기묘하고 영적인 이미지로 승화한다. 이은새는 솔직한 고민을 평범한 일상 속의 회화적 긴장감으로 표현하고, 현실을 묘사하지 않는 타잉 랑과 응우옌 득 닷의 화면에서는 유연하고도 복잡한 아이덴티티가 드러난다. 응우옌 반 푹은 현실을 정직하게 묘사하는 가운데 미세한 희화화를 시도한다.
【서울=뉴시스】 길티 이미지 콜로니, 이은새, 캔버스에 유채, 259.1×193.9㎝
이시형 KF 이사장은 “베트남의 젊은 작가들이 개별적으로 한국에 소개된 적은 있지만 그들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한 자리에서 보여주거나 한국 작가들과 교차지점을 드러내는 전시는 많지 않았다. 한국과 베트남이 복잡하게 얽힌 역사에 대한 대화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17일 저녁에는 아트레이버컬렉티브의 아티스트 토크가 마련된다. 관람객들과 베트남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고 작업 관련영상을 보여준다. 베트남 전통의상을 소개하는 아오자이 패션쇼, 믹스라이스 등 또 다른 아티스트들의 토크, 그리고 큐레이터 토크 ‘86년 이후: 베트남의 포스트 도이머이 작가들과 한국의 개방과 민주화 이후의 예술가들’도 준비돼 있다.
【서울=뉴시스】 KF 기획전 ‘정글의 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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