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위 "검찰총장은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사과하라"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 조사결과 발표
"노태우 정권 부당한 압력으로 검찰총장 지시"
"유서대필범 조작…검찰총장 강씨에 사과해야"
【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유서대필 사건'으로 옥살이를 했다가 재심 상고심을 거쳐 24년 만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강기훈(53)씨가 지난 2016년 11월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변론을 끝내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email protected]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는 21일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보고 받고 이같은 내용의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도 불리는 이 사건은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1991년 5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총무부장이었던 강씨가 분신자살을 한 후배 김기설(당시 전민련 사회부장)씨의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옥살이를 한 사건이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사건 발생 16년 만인 지난 2007년 11월 재심 등 조치를 권고했고, 법원에서 2009년 재심개시 결정이 내려진 후 무죄가 선고돼 지난 2015년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과거사위는 유서대필 조작 사건이 당시 노태우 정권의 부당한 압력에 따라 검찰총장의 지시사항으로 전달됐고 초동수사 방향이 정해지면서 검찰권이 남용됐다고 판단했다.
당시 정부에서 긴급하게 '치안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마련하라는 지시가 있은 직후 정구영 검찰총장은 분신의 배후를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서울지검 강력부에 전격적으로 수사팀이 구성됐고 곧바로 유서 대필 쪽으로 수사 방향이 잡히면서 필적 감정 여부가 도착하기도 전에 강씨가 용의자로 특정됐다는 것이다. 당시 법무부 장관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과거사위는 "그에 따라 무고한 사람을 유서대필범으로 조작해 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며 "검찰의 과오에 대해 반성하는 태도가 필요하며 현 검찰총장이 강씨에게 직접 검찰 과오에 대해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당시 검찰이 수사를 하면서 피의사실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사실과 단정적 주장을 언론에 발표해 대다수 국민과 법원에 잘못된 예단을 갖게 하고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가 있었으며, 범죄사실 입증에 불리한 증거는 은폐하고 유리한 증거만 선별해 감정을 의뢰하는 등의 행위도 있었다고 꼬집었다.
과거사위는 이 같은 취지에 비춰 잘못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와 함께 재심개시 사건에 기계적으로 불복하고 과거 공방을 반복하는 등의 관행 역시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운영중인 '상고심사위원회'에서 과거사 재심개시 결정이나 재심 무죄 판결에 대한 불복 여부를 심의하도록 하는 등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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