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생산자물가, 소비자물가에 바로 전가"
물가 상승 압력 우려 커져
근원생산자물가→근원소비자물가 3개월 걸려
[서울=뉴시스]정병혁 기자 = 5월 생산자물가지수가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산품 가격이 오르면서 7개월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공산품은 경유, 나프타 등 석탄 및 석유제품이 상승하면서 12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사진은 22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의 모습. 2021.06.22. [email protected]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에 따르면 한은이 물가지수 간 시차상관관계를 시산한 결과 2010년 이후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는 대체로 동행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생산자물가가 오르면 시차를 두지 않고 곧바로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생산자물가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 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다. 생산자물가의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전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원자재가격 상승이 수입물가에 영향을 주고, 다시 생산자물가를 올려 최종으로 소비자물가에 전가 되는 식이다.
한은이 2010년 이후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준으로 물가지수 간 시차상관관계를 시산한 결과 생산자물가지수는 0.806, 소비자물가지수는 0.830을 나타냈다. 이 지수는 -1에서 1까지의 값을 가지는데 1에 가까울 수록 두 지수간 시차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두 물가지수 간 시차상관관계도 0으로 나타났다. 시차상관관계가 '0'이라는 것은 생산자물가가 상품에 곧바로 반영된다는 것을 뜻한다.
수입물가가 생산자물가에 전가되는 시간을 알아볼 수 있는 수입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도 각각 0.897, 0.905로 나타났다. 시차상관관계도 0을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생산자물가의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전가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시차상관관계를 보면 두 물가지수는 대체로 동행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한은은 생산자물가가 시차를 두지 않고 바로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고 있는 이유로, 소비자물가 빠른 속도로 전가되는 경향이 높은 석유류나 농축수산물 등의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석유류나 농축수산물과 같이 가격 변동이 물가지수에 바로 반영되는 품목들의 영향을 받았다"며 "2010년에 생산자물가지수를 새롭게 개편하면서 서비스물가에 기업서비스 외에 음식점, 교육 등 일부 개인서비스 항목도 포함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농산물과 석유류, 관리물가를 제외한 생산자물가와 근원물가 간의 관계를 보면 근원생산자물가가 근원물가로 전가되는데는 3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단계별로도 생산자물가 내 원재료지수 상승률과 중간재지수 상승률은 근원물가 상승률에 각각 5개월, 3개월 선행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내구재와 서비스 등 최종재는 곧바로 반영됐다.
세부 품목별로 보면 원자재가격의 경우 생산자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에 전가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향이 좀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예를 들어 곡물 가격이 상승할 경우 대체로 6개월 후에 생산자물가 내 음식료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이후 약 2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내 가공식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속가격의 경우 생산자물가에 파급되는 데 1개월 정도 걸리지만 소비자물가에는 약 11개월 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원자재가격 상승이 소비자물가로 파급되는 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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