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유노조 경영' 첫 발…이재용의 약속 결실
4개 노동조합과 사상 첫 단체협약 체결
52년 '무노조 경영' 공식 깨져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마친 후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2020.05.06. [email protected]
삼성전자는 이날 오후 경기 용인 기흥캠퍼스 나노파크에서 노동조합 공동교섭단과 단체협약 체결식을 진행했다. 공동교섭단에는 ▲삼성전자사무직노동조합 ▲삼성전자구미지부노동조합 ▲삼성전자노동조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등 삼성전자에 설립된 4개 노동조합이 모두 참여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앞으로 노조사무실을 제공하고 유급 조합활동 시간을 보장하는 등 노조활동을 공식 보장한다. 삼성전자는 전에도 일부 노조와 단체교섭을 진행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 처음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단체협약 체결에 앞서 이 부회장은 '무노조 경영 철폐'를 약속했다. 지난해 5월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이 부회장은 "삼성의 노사 문화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동안 삼성의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삼성의 무노조 방침에 대해 사과했다.
이어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 부회장의 발표 이후 삼성전자도 노사문화 발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해 6월에는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초청해 사장단 20여명을 대상으로 건전한 노사관계에 대한 강연을 열고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새로운 노사관계 확립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또 지난 5월에는 삼성인력개발원에서 김동만 전 한국노총 위원장, 백순환 민주노총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양대 노총의 전직 위원장을 초청해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계열사 인사팀장들을 대상으로 '삼성의 노사관계 변화에 대한 평가와 바람직한 노사관계를 위한 다양한 제언'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용인=뉴시스] 김종택기자 = 삼성전자 노사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단체협약을 제정한 12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김현석 대표이사(오른쪽)와 김만재 대표교섭위원이 협약식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번 단체협약은 지난해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 중단'을 선언한 이후 1년 3개월 만의 결실이다. [email protected]
이런 가운데 삼성의 다른 계열사들도 노조 측과 교섭을 통해 임금 및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삼성SDI가 지난 10일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노사 간 정기 대화채널 운영 및 울산지역 노동계와 네트워크 구축 등 상생방안을 시행하기로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지난 1월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달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단체협약 체결은 상징적인 첫걸음을 뗀 것이자 노사관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된 것"이라며 "'노동조합·회사 상생발전협의체'를 통해 모범적인 노사문화 정착을 위해 함께 대화하며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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