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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주차 낙태' 수사 의뢰에 전문가 "낙태 시점 따라 처벌 가능"

등록 2024.07.16 06:00:00수정 2024.07.17 05:3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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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 여부 관건…입법 공백 해소가 먼저"

5년 지났어도 대체 입법 논의 진전 없어

[서울=뉴시스] 임신 36주차 유튜버가 낙태 과정을 영상으로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유튜브 갈무리) 2024.07.15. photo@new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임신 36주차 유튜버가 낙태 과정을 영상으로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유튜브 갈무리) 2024.07.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성하 이수정 기자 = '36주차 임신중단(낙태)' 유튜브 영상을 두고 정부가 경찰에 살인 혐의로 수사를 의뢰한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낙태 시점에 따라 살인죄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들은 보완 입법으로 제도적 공백을 메워야만 같은 논란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태아 살인' 비난…헌법불합치로 처벌 모호

지난 15일 보건복지부는 유튜버 A씨와 수술 담당 의사에 대해 살인 혐의로 수사를 해달라는 진정을 경찰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앞서 A씨는 지난달 말 유튜브에 '총 수술비용 900만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시하며 임신 36주차에 낙태 수술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상에서는 '태아 살인'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같은 반응에 보건복지부는 이례적으로 직접 수사 의뢰 절차를 밟았지만 현행법으로 낙태를 처벌하기는 모호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과거 낙태는 형법상 임신부나 의사 모두에게 불법이었다. 하지만 2019년 관련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그 때문에 복지부는 형법상 낙태죄에 처벌 효력이 없는 점을 고려해 모자보건법 위반 대신 살인 혐의로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5년이 지나도록 대체입법 논의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정부의 수사 의뢰로, 낙태 여성들은 계속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 "'분만 후 낙태'는 살인죄로 처벌 가능"

A씨의 법적 처벌 가능성을 두고 전문가들은 분만 후 낙태의 경우 살인죄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봤다. 반대로 뱃속에서 낙태돼 사산하는 일반적인 경우에는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대다수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해당 유튜버가 낙태한 시점이 언제인지가 살인죄 적용 여부를 가를 것으로 판단했다. 분만 상태에서 낙태했다면 태아를 살아있는 생명으로 보기 때문에 살인죄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연취현 법률사무소 와이 대표변호사는 "분만 개시 이후 (태아가) 산모의 몸 밖으로 나오게 되면 사람으로 볼 수 있어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면서 "다만 영상에는 실제 아이가 살아서 출생했는지 등이 등장하지 않기에 이 과정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 것이 아닐까 한다"고 했다.

박호균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대표변호사도 "가령 아이가 태어나서 잠시라도 심장이 뛰었거나 호흡을 했다면 사람을 죽인 것으로 보고 살인죄로 처벌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사건 중에 아직 살아있는 아이를 수조에 물을 담에서 살해한 경우가 있었는데, 그 경우에는 살인죄로 처벌받았다"고 덧붙였다.


5년 지나도록 대체 입법 논의 진전 없어…"공백 메워야"

헌법재판소는 2019년 모든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2020년까지 법 개정을 주문했지만 아직까지 대체입법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헌법불합치 판결의 취지에 따라 형법상 낙태죄와 인공임신중절과 관련해 모자보건법 전면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했지만, 지금 국회와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대 국회에서 공전한 개정안은 22대 국회가 재발의할 예정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제시되지 않았다.

연 변호사는 "21대 국회에서 손 놓고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았기에 22대는 어떻게 해결할지 가늠이 안 된다"라면서 "그 책임은 전부 여성과 산부인과 의사, 말 못 하는 태아들에게 전가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에서는 일정 주수까지는 낙태를 허용하고 국회 결단과 법률 제정에 따라 그 뒤로는 조금 규제를 하자고 했다. 국회 입장에서는 낙태죄 처벌 규정 자체가 여성 유권자들에 도움이 안 되는 의제라고 판단해 여야 모두 이 주제를 후순위로 밀었던 것 같다"고 짚었다.

박 변호사는 "산모의 목숨이 달렸는데 병원에서 가격을 결정하면 되는 구조는 파행적인 것"이라며 "이렇게 방치하게 되면 불법 영역에서 낙태가 이뤄지고 있기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일정 주수를 기준으로 나눠서 법을 만들고, 건강보험 체계 안으로 편입해 공공이 비용을 부담해 주고 정정당당하게 떳떳하게 낙태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봤다.

복지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기준인 12주 이전 인공임신중절 우선 허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낙태 허용요건을 규정하는 형법 개정안과 함께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법률 개정 없이 이를 우선 허용하면 추후 처벌 조항 삽입 시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편 경찰은 해당 영상을 공개한 A씨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예고했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15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전통적인 학설과 판례는 낙태를 살인죄로 인정하지 않는다"면서도 "36주 태아 낙태, 그리고 자궁 안에서 사망했는지 밖에서 사망했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살피고 종합적인 사실확인을 거쳐 적용 법조, 죄명을 고민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건은 일반적인 낙태와 다르게 접근할 것임을 말씀드린다"고 재차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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